안녕하세요.
아이들 덕분에 고질이던 허리 치료를 잘 받고 귀가했습니다.
둘째가 병원을 예약하고 우선 진료와 시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켰고
맏사위가 가족 보험으로 비용을 실손처리해서 부담도 덜었습니다.
사람살이에서 가끔 “저는 누구 때문에 좋은 직장에서 돈도 잘 벌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조금 찝찝함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 덕분에 ……”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지요.
‘때문에’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감이 ‘덕분에’보다는 못 합니다.
우리말에 ‘잘되면 제 덕,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 정말 '조상 탓' 많이 했지요. ‘묏자리’ 탓도 많이 했었고요.
수맥 탓을 하기도 했고 풍수지리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잘되면 제 덕’이라 할 때의 덕은 덕택이란 뜻으로 쓰인 말이잖아요?
따라서 ‘덕’은 잘된 일에 쓰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안 된 일에는 쓸 수가 없습니다.
‘자네 덕에 내가 고통깨나 받았네.’ 한다면 정상적인 말이 아니게 됩니다. 비꼬는 말로 쓴다면 가능하겠지만...
혹은 친구가 나를 중요한 자리에 앉혔기 때문에 그것을 수행하느라 힘이 들었음을
반어적(反語的)으로 나타낸 것이라면 용인될 수 있기는 합니다.
(황경수, <친숙하지만 틀리기 쉬운 우리말>에서 발췌 요약)
덕(德)은 ‘1. 도덕적, 윤리적 이상 실현을 위한 사려 깊고 인간적인 성품
2.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3. 착한 일로 쌓은 어진 성품’을 이릅니다.
그러므로 주로 ‘일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말할 때 쓰입니다.
예문을 봅시다.
내가 사위를 잘 둔 덕에 호강 한번 잘하는구나.
태호는 책모와 지략에 뛰어나면서도 덕도 있다.
와 같이 씁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로 쌓은 어진 품성’이라는 의미로도 많이 쓰입니다.
‘못되면 조상 탓’ 할 때의 ‘탓’은 그릇되거나 잘못되었을 때 쓰는 말이지요.
‘탓’은 ‘일이 그릇된 원인, 잘못된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무엇을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나무라거나 원망함’을 이를 때 쓰는 말이거든요.
예문을 봅시다.
태호가 떠는 것은 추위 탓만은 아니었다.
아내는 코로나로 저항력이 감퇴된 탓에 기운이 없어 걷기도 힘들다.
와 같이 씁니다. 그러므로 ‘덕’과 ‘탓’은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덕분'과 '때문'도 이와 비슷하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덕분’의 사전적 개념을 보면
“1. 주로 ‘~에’, ‘~로’, ‘~이다’의 꼴에 쓰여,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2. 주로 ‘~에’, ‘~로’, ‘~이다’의 꼴에 쓰여, 일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이를 때 쓰입니다.
한편 ‘때문’은 “명사나 대명사, 어미 ‘-기’, ‘-은’, ‘-는’, ‘-던’ 뒤에 쓰여,
앞에 오는 말이 뒤에 오는 일의 까닭이나 원인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문으로
어사 덕분에 큰기침한다.
똥 때문에 살인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워한다.와 같이 씁니다.
그러므로 ‘덕분’은 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이를 때,
그 외에 ‘까닭이나 원인’을 나타낼 때는 ‘때문’을 쓰면 좋습니다.
"네 덕분이야."와 "너 때문이야."는 확실히 어감이 다르잖아요.
어쨌건 저는 이번에 아들 딸 덕을 크게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