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참 오랬만이다.
큰애 초등학교 5학년을 고비로 어느땐 아들이 어느땐 딸이 빠진 여행이였다.
지난 5월 둘째가 큰애와 상의하여 항공 티켓과 리조트을 예약한 모양이다.
아낸 애들하고 같이다니자면 기다림이 힘들다며 지난달 렌트카를 예약하고 불고기를 양념하고 과일까지 챙긴다.
김포에서 먼저 도착한 애들이 렌트카를 준비하고 있었고 비오는날 갈만한 곳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더니 '오설록' 녹차 단지와 중문단지내 '유리의 성' 그리고 '차귀도 잠수함'을 선정해 의향을 묻는다. 아내는 니내들 좋을대로 가자며 미소가 가득하다.
비에 젖은 '오설록'의 넒은 녹차밭의 이국적인 전경은 가족들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어 편하게 맞이해준다.
따뜻한 녹차 한잔을 하면서 구입한 녹차는 앞으로 5-6 개월 동안 향기와 더불어 이번 여행의 포근함을 오래동안 전해줄 것같다.
빗길을 헤집고 찾은 중문관광단지내 '유리의 성'는 연휴가 시작한 날이라서 렌트카로 북적였다.
유리 제품 체험에서 각종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베네치아 '무라노 섬'을 구경한 기분이다.
제주에 오면 올레길을 묵묵히 걷기만 하다가 갖가지 유리 조형물을 보고 함께 좋아하는 가족 모습에서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당산봉 밑 자구내포구에서 점심을 한 후 차귀도 유람선(일명 해적선)을 타고 차귀도 앞 독수리봉 까지 10여분 이동후 잠수함으로 갈아탄 일행들은 독수리봉 밑을 30여분간 해저를 탐방하였다.
동남아시아 처럼 해저 생태계가 화려하지 않았지만 각종 물고기를 잠수함과 함께 잠수한 잠수부가 먹이로 불러 들여 볼만했였고
각종 산호초와 해초류를 쳐다보는 자녀들의 눈방울에서 호기심 많았던 어린 어릴적 애들 얼굴이 떠올랐다.
남원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동양 최대 식물원이라는 '여미지'에서 각종 온실 식물들과 푸른 잔디 정원이 너무도 좋았다.
하루 종일 운전만 하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아들도 각종 식물에 관한 나름대로 식견을 애기하여 녀석의 또다른 관심사를 발견한 하루였다.
저녁거릴 재래시장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여의치 않아 E-마트에서 준비하여 리조트에서 저녁을 먹으며 가족들과 건배하는 것으로 넉넉한 여행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둘째날은 첫날에 비해 여유있게 리조트에서 아침을 해결한 후 우리 땅 최 남단 마로도를 찾았다.
아내와 몇차례 와 봤지만 애들에게 멋진 마라도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뿔사 이번엔 카메라 밧데리가 문제였다.
리조트에서 미리 교환한 밧데리가 사전에 충전이 안되어 있음을 모슬포항에서 알았으니 딸애의 비상용 디카를 꺼낼 수 밖에...
빗방울을 뿌리며 높은 파도에 둘째가 약간의 배멀미를 해서 걱정이였는데 도착하니 머리가 따갑게 햇살이 내려 쫸다.
점심도 먹었겠다 차분히 마라도 암석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 나절을 보내고 모슬포로 귀환한 후 표선해수욕장을 찾으니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썰물이라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 모래사장으로 내려갔던 아내와 애들이 금새 돌아온다.
모처럼 바닷가에 누워 책이라도 읽고 싶었는데 자리를 떨고 표선에서 유명한 오겹살집을 찾아 저녁을 해결하고나니 어둠이 몰려온다.
전국에 친구가 깔린 큰애는 서귀포 친구 만난다며 나가고 둘째와 아낸 일정이 피곤했는지 금방 잠든다.
보름달 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한라산에 깔리니 대낮같아 그냥 잘수 없어 로비로 나오니 바다 바람이 리조트를 쓸어갈 것 같이 불어와 유리창 안에서만 텅빈 밤바다를 쳐다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세째날 이른 아침 모처럼 날이 맑다.
아내와 리조트 앞 큰엉산책로를 걸으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심호흡해 본다.
올레길 5코스 중 아니 전체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산책로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올 수 있음을 감사하며 일출을 맞는다.
부부가 함께 건강하고 자녀들이 올곧게 성장한것들이 어찌 우리만의 노력어였겠는가?
저 태양과 이 아름다운 바다와 우주 만물이 모두 미약한 우리들의 삶을 지켜주고 도와주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아침이다.
아침 식사후 애들과 큰엉 해안가를 다시 산책후 재미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서 신귀하고 기이한 세계풍물을 구경후 산방산 탄소온천에다 부부의 짐을 맡기고 모슬포항으로 향했다.
애들은 점심시간에 렌트카를 반납한후 서울로 돌아갔고 우리 부부는 가파도행 여객선을 탓다.
제주라는 섬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까닭은 두 섬들이 산이 없기에 계곡도 없이 둥글게 부어놓은 모습이 좋아서였다.
섬에서 섬을 본 순간 물에서 목이 마른 물고기와 돗대기 시장같은 직장에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이들을 편하게 맞아줄 섬처럼 보여서였다.
가파도에 도착해서도 아낸 스마트폰'카카오톡'으로 애들이 무사히 서울집으로 도착한지 안부 묻기 여념이 없다.
한때는 600여명의 주민이 어업과 농업으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자녀들 진학과 진로문제로 290 여명으로 줄었선지 섬 전체가 조용하기만 하다. 올핸 1박 2일 방송 덕분에 봄 청보리 축제때 사람이 많이 몰려왔다고 한다.
제주도 주위 섬 중에 유일하게 지하수가 샘솟는 섬이며 제주 연해에서 가장 물살이 빨라 물고기나 해산물 맛이 뛰어나 공판장에서알아 준다나.
유일한 항구앞 가계에서 맥주 한병에 문어 한접시를 시켰더니 소라 한접시를 덤으로 내놓으시며 해산물 자랑을 늘어놓는다.
걷다가 지칠만하면 만들어 놓은 정자에 쉬면서 어느땐 마라도를 봐라보고 어느땐 산방산과 한라산을 쳐다보며 에메날드 푸른 바다와 바다를 닮은 하늘에게 번갈아 애기하는 하루는 올 여름들어 이만한 호사가 없었다.
네째날 산방산 탄소온천에서 밤새 그리고 새벽같이 푹 담근 몸이 홀가분하다.
올레길만 걷다가 놓친 한라산 중산간의 '사려니 숲'은 찾아가는데 출발하자 마자 이슬비가 내리더니 제주도쪽으로 넘어오니 햇살이 뜨겁습니다. 모슬포와 정 반대 쪽이라 제주시로 넘어와 성판악쪽으로 택시를 탔다.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손 쉽게 걷게되는 사려니 숲은 10km구간을 10개 코스로 만들어 놓은 명품 숲길이였다.
소나무 숲, 서어나무 숲, 삼나무 숲 거기다 치유와 명상의 숲인 '월든'까지 마련하여 아내와 대화속에 걸었던 3시간은 숲만이 선물 할 수 있는 충만의 시간이였다.
중간 지점에 있는 물찻오름에서 사려니오름쪽 코스까지는 통제지역이라 못 가본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서 제주시로 돌와온 길엔 동부시장을 찾았다.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는 곳이라 인심도 후해 늦은 점심을 갯방어 회와 구수한 매운탕에 한라 소주한잔으로 부러울 것 없는 하루가 저물였다.
청주 비행장에 도착하니 밤 9시 반.
제천발 대전행 비들기열차 차창너머로 자식들에게 고마움을 그리고 아내에게 감사함이 스쳐간다.
오설록 녹차 단지에서

'유리의 성' 명품 거울에 비친 가족들

대형반지 앞에서

차귀도 모습

멀리 용수포구가 보인다.

차귀도 옆 독수리섬

잠수함 내에서


여미지 식물원에서

리조트 앞 큰엉 산책로 일출

마라도 최남단에서

가파도의 소년들

가파도에서 바라본 송악산과 산방산

가파도 청보리밭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가파도 전경


사려리 숲

명상과 치유의 숲 '윌든'



첫댓글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왔군요.
2년전에 올레겔 240km를 걷던 생각이 납니다.
무이 덥고 힘들었던 올레길은 지루한 코스가 너무 많아 다시는 일주하고 싶지않은 길이었어요
사려니숲은 너무 좋지요?
비자라림도 댓길이구요...
갔다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다시 가고 싶습니다.
지난 봄에 다녀왔던 오설록은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생각이 납니다. 비오고 안개가 자욱한 오설록의 운치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때 사온 작설차 향기도 너무 좋아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도 재미있죠? 또 가고 싶네요. 마일리지 남은것 있는데 이번 가을에 또 한 번 가볼까요?
저는 아내에게 내년쯤 이사가자고 했답니다.
아직은 미정이지만 제주도라면 내려가 살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