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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76
무엇보다 영국의 티타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디저트카페가 유행인데, 시작은 영국의 티타임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커피 이야기편에서 티타임에 대해 잠깐 썼지만 이 티타임은 가벼이 볼 것이 아닙니다. 처음엔 티타임이 아니라 티파 티라고 불리웠지요. 시작은 포루투칼 에서 시집온 케서린 공주였습니다.
그 당시 영국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심한 음주의 악습에 빠져 있었는데, 남자들은 먼저 들어온 커피하우스에 모여 커피를 마셨으나 여성들에겐 허용되지 않았지 요. 그런 상류층의 부녀자들이, 차라는 새로운 마실 것에 환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케서린 공주는 차와 설탕을 이용해서 상류층과 왕실이 일정 한 시간에 모여 마시고 대화하며 즐기는 파티를 열었는데, 이 티파티는 무섭게 붐을 일으켜 곧 서민층도 즐기게 되었 습니다. 왕실을 비롯한 귀족들은 자신 들의 전유물로 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떤 모임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바로 하류층인 집사, 하녀와 하인들, 광대와 음유시인들, 음악가, 미술가등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귀족이나 부자들 은 참여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서민 들의 세계에 전파하는 것은 당연했습니 다. 차와 설탕의 수요는 무섭게 불어나 고 티타임은 영국인의 중요한 일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티타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가족들끼리의 단순한 티타임에도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야 했습니다.
영국의 상류층이나 왕실은 동양의 다도 라거나 다례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 나,자신들만의 규범에 의해 티타임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 규범이란 것이 초창기엔 지금의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우스꽝스런 모습들 이었습니다.
한 잔의 차가 아니라 한 접시의 차였으 니까요. 찻잔에 차를 담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접시에 차를 담아 마시는데,이유 가 있었습니다.
차 거름망에 찻잎을 걸러내지 못 하고 그대로 마셨기 때문에 ,찻잎과 함께 접시에 따루어서 두 손으로 접시를 들고 마셨습니다. 접시에 입을 대고 마시면서 찻잎은 그대로 남겨 두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매우 우스운 모양이지만 그 당시는 그것대로 예의로 여기고 지켜졌습니다. 그러나 차와 함께 동양 의 도자기들이 수입되어 들어오면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유럽은 저마다의 경쟁에 빠져 들었습니다. 더 아름답고 진귀한 도자기를 갖기 위해 만금을 투자 했으며, 곧 자신들의 자랑꺼리를 내보이 기 위한 자리들이 마련되었는데 티타임 은 바로 그런 자리였습니다. 거름망이 부착된 주전자와 찻잔들이 상용화되면 서,접시에 차를 마시는 것은 코미디에 서나 볼수 있는 희극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에프터눈티라는 특별 한 티타임이 급속도로 퍼졌는데,이는 제 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이 처음 시작 했습니다.
그 당시 영국의 귀족이나 상류층은 아침 을 거의 안 먹고 점심은 아주 가볍게 먹 었으며 저녁은 8시 이후에나 먹었지요. 만찬이나 파티가 열리는 시간은 늦은 저녁 이후였고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굶은 상 태로 지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처음부터 유럽 문명을 아주 세련되고 정련된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동양에서의 섬세한 교류가 흘러 들어가 완성된 많은 것들이 있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동양에서는 차가 극도 의 정교한 예법으로 이미 정착되어 있었 으나 유럽으로 전해진 차는 생활의 모든 것에서 대단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차가 영국에 전해지면서 상류층과 귀족 들이 귀하게 취급했으나 언제 무엇과 마셔야 할지는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때에 배드포드 공작 부인이 시장끼가 극심해진 오후 두세시 경에 차와 비스킷 , 빵과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고 이것은 대단한 포만감과 만족 을 느끼게 했습니다.
공작부인은 곧 친구들을 불러 오후 두 세시에 다과회를 시작했고,잡담을 나누 며 배도 적당히 불러 늦은 저녁식사도 , 파티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 이 다 과회는 에프터눈티로 불리면서 놀라운 속도로 귀족 사회에 퍼졌습니다. 식사 시간의 긴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시작된 에프터눈티였으나 오늘날 전 세계에서 티타임이 공식적일 만큼 확립 된 나라는 아마도 영국일 것입니다. 영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전통과 습관들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그 중에서도 티타임과 홍차를 사랑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초창기에는 너무나 비쌌던 차와 설탕의 가격이 원활 한 운송으로 가격이 하락한 것도, 서민 들의 소박한 주방에서 열 수 있었던 하 나의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고된 노동 의 시간 속에서, 오전 오후의 따뜻한 차 한 잔과 과자의 달콤함은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느끼게 해주었지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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