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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의 남한생활] 어느날 가족회의
북쪽은 전기나, 수도에 대해서 사용료를 내시죠, 비슷하게 남쪽에서도 전기세, 수도세를 냅니다. 기본적인 요금만 조금 내는 북쪽과는 달리, 남쪽에선 사용 도수대로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아무래도 요금이 좀 많아집니다.
김태산
2008.06.05
k060508co-ts
00:00/06:31 그래서 규모 있는 생활을 위해선, 개인이 알아서 이런 사용료를 줄여야 하는데요.. 국민적인 차원에서 절약을 강조하는 북한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절약 어떻게 다른지, 오늘 일하며 배우며 이 시간에 한번 얘기 해보겠습니다.
탈북 방송인 김태산씨 입니다.
어제 저녁, 우리 집에선 처음으로 가족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가정사에서 꽤 독단적인 저는 지금까진 한번도 집안의 대소사에 대해 가족들의 의견을 물은 적은 없었습니다만 일은 도무지 혼자의 강권으로는 될 수가 없는 일이여서 처음으로 제가 소집한 가족회의였습니다.
그 가족회의 안건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고 "각자 전화비와 전기, 수도 사용료를 줄이자!" 였습니다. 우리 집에는 가족 네 명이 각각 휴대전화 한 개씩하고 집 전화 한 대 하여 도합 다섯 대의 전화가 사용됩니다.
그래서 한 달 전화사용료가 적지 않게 나가곤 해서 신경이 좀 쓰이던 중인데 둘째딸의 전달 전화 사용료가 그 전달에 비해 거의 두 배나 껑충 뛰어 오른 것이었습니다.
또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기와 수돗물 사용양도 점점 더 많이 불어 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온 가족에게 경종을 한번 울려야 되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고 가족 회의를 조직을 한 것이었습니다.
마누라는 평생 안하던 가족회의란 건 뭐냐 하며 시답지 않은 듯이 마지못해 와 앉고 딸 녀석들은 무슨 선물이나 주는 줄 알고 호기심이 나서 모여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그들 앞에 전화국에서 보내온 전화요금 고지서들과 전기, 수도 사용 고지서들을 쭉 펴 놓고 왜 이렇게 전화 요금과 전기, 수돗물을 많이 쓰고 낭비를 하는가 하고 따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러자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함구무언 이었습니다. 아무리 따져도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버티는데 그 모양들을 보니 의견은 많은데 감히 말들을 못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대로 따지기만 하다가는 오히려 내가 못 견딜 것 같아서 한 발작 물러서며 이번 달은 처음이니 용서를 하지만 다음 달 부터는 지정해준 요금을 초과하면 휴대전화를 회수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제야 숨통이 좀 트였는지, 보통때에도 휴대전화 요금이 제일 많이 나오는, 우리 집에서 이 걸로 따지면 제일 죄가 많은 큰 딸 녀석이 "솔직히 말해 다른 집 애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전화 요금이 나와도 부모들이 가만있는데 아버지만 특별히 그런다"는 식으로 볼이 부은 소리를 했습니다.
저는 철없는 딸의 그 소리를 듣고 울컥하긴 했지만, 남에게서 좋은 점을 따라 배워야지 나쁜 것을 생활의 거울로 삼으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해 줬습니다.
북쪽에서 데려 온지 얼마 안 되는 큰 딸은 모든 면에서 아직 검소하게 살고 절약을 하려는 준비가 잘 되어있지를 않습니다.
일이 이쯤 되자 옆에서 지켜만 보던 저의 아내가 딸을 꾸짖으며 남쪽 사회에서는 절약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것과 같다는 것... 그리고 남들의 씀씀이를 떠나서 앞으로 우리가 북쪽에 사는 친척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절약해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설명을 해줬습니다.
마침내는 다음 달 부터 전화 요금도 더 절약을 하고 그 외 전기와 난방, 수도 등 모든 씀씀이를 더 줄이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잘 끝난 첫 가족회의를 기념으로 밖에 나가서 가족외식을 하자고 하니, 지금까지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확 살아났음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없이 공동체적인 삶을 살던 탈북자들은 처음, 남쪽으로 와서 절약이란 개념을 떠나 우쭐해 가지고 나라에서 준 정착금을 얼마 못가서 탕진해 버린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전화사용료 만해도 한 달에 2-300달러 정도, 그리고 가정용 전기와 난방, 수도, 가스 등을 아낌없이 써버리고 물건도 사고 이러면 정착금이 바닥을 보는 것을 하루아침입니다. 반면에 절약하고 검소하게 생활을 꾸리는 사람들은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정착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물론 북쪽에도 절약 이란 말과 구호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 인민적 소유 즉 공동체의 것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절약에 대한 개인적인 이익이나 그 어떤 물질적 보수가 따르는 것이 전혀 없으니 누가 큰 장마 비에 떠내려가는 농장 밭을 목숨으로 건지며, 누가 흐르는 수돗물과 낭비되는 전기를 애타게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북한에서는 개인들이 집수리를 할 때에도 국가의 재산인 시멘트와 목재, 못 등 모든 자재들을 공짜로 구입해서 쓸 뿐 그것을 돈 주고 사다 쓰는 법이 없지요. 수돗물을 마음대로 쓰고도 쓴 것만큼 돈을 내 본 사람도 아마도 한명도 없을 겁니다.
북한에서는 집단주의를 떠나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는 멸망하는 사회라고 선전을 합니다. 그러나 절약이나 근검을 중요시 하지 않는 사회주의라는 공동체 속에선 오직 인간들의 사상에만 치중하면서 돈에 의한 통제를 무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나라 자체가 망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자기 나라 인민들의 가정도 생활도 지켜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길 수 없는 경제 법칙입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자신들의 터전에서 자신들의 것을 가지고 마음껏 살아볼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태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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