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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돌파(2)
서문아의 뺨 위로 한줄기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손바닥이 짜릿하며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
슬쩍 손바닥을 바라보니 호구가 찢어져 혈흔이 보이고 있었다.
이 모두가 단 한번 격돌한 결과였다.
흑백마종이 펼치는 대수인은 지독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풍혼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딪침에도 경력이 고스란히 창대를 타고 서문아의 몸으로 전해졌다.
급히 공력을 일으켜 흑백마종의 경력에 대항하긴 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사정은 다른 웅풍대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몸속에 침투한 기운 때문에 상당한 거북함을 느끼는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수인, 다른 말로는 사령수(死靈手)라고도 불린다.
그것은 대수인이 단지 타격만을 이용하는 수법이 아니라 침투경을 이용해 숨통을 확실히 끊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침투경도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침투경이 단지 경락을 파고들어 심맥을 상하게 한다면
흑백무상의 침투경은 조금의 틈만 보여도 심맥 속에서 격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때문에 흑백마종의 침투경에 당하면 심맥이 갈기갈기 찢어져 회생불능의 상처를 입고 죽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절기였다. 더구나 흑백마종은 대수인을 수발이 자유로운 경지까지 익혔다.
펑펑펑!
대수인과 격돌할 때마다 무기에서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무기를 든 사람의 몸도 타격을 입고 흔들거렸다.
“크윽!”
마영수가 자신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내며 흑백마종을 노려보았다.
그 역시 단 한 번의 격돌로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괴물이다.’
그것이 솔직한 그의 심정이었다.
다른 절기는 내보이지도 않고 있다. 단지 대수인만으로 저들은 웅풍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절기는 익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평생토록 한 가지 절기만을 익히고 닦아 대성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저토록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을 테니까.
웅풍대도 지난 삼년 동안 죽음의 관문을 거치면서 단련되었다고 자부했지만 눈앞의 괴물들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다.
벌써 두 명의 웅풍대원이 중상을 입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정도였다.
‘이 상태로 가면 전멸이다.’
마영수는 자신의 검으로 흑백마종을 공격하며 생각했다. 솔직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저들을 공략할 어떤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저들을 죽이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것마저도 피해가 얼마나 날지 자신할 수 없었다.
“흐흐~! 애송이들이 제법 생기발랄하구나.”
“웅풍대라······. 이대로 십년만 지난다면 확실히 강호에 우뚝설만해. 하지만 아직은 설익었어.”
흑마종과 백마종이 대수인의 절기를 펼치며 음소를 터트렸다.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면서 그들은 웅풍대를 압박했다.
따로 특별한 초식을 펼치지 않아도 대수인 자체가 워낙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웅풍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콰직!
“컥!”
웅풍대의 대원중 한명인 서영도가 대수인에 무기가 부러지며 옆구리를 강타 당했다.
아득한 통증과 함께 그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서영도가 당하자 재빨리 다른 대원들이 그의 자리를 채웠다.
덕분에 겨우 한숨을 쉴 수 있게 된 그가 급히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그러나 순간 그의 눈에 이내 절망감이 떠올랐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고 있다. 이 상태라면 오히려 일행에게 방해가 될 뿐이다.’
이미 숨을 쉬기가 힘이 들어졌다. 지금의 상태라면 채 일각이 되기 전에 모든 전투력을 잃고 말 것이다.
서영도의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와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은 동료들의 눈이 마주쳤다.
너무나 짧은 순간, 그러나 찰나의 순간에 그들은 서로의 의중을 읽었다.
‘동료들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묵룡무적(墨龍無敵).”
그때 그들의 귀에 서문아의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서문아의 창에서 줄기줄기 무형의 기운이 뻗쳐 나왔다.
검에 검기가 있고, 도에 도기가 있다면 이것은 창기(槍氣)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검은색의 용이 덮쳐오듯 검은색의 형태를 드러내며 나타나는 수십 마리의 검은 용.
콰콰콰콰!
공기를 가르며 거칠게 날아오는 기운에 흑백마종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어린 계집이·····.”
“흥! 소용없도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들은 매우 신중하게 서문아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콰-아-앙!
“크음!”
거칠게 일어나는 폭음과 함께 누군가의 신음이 답답하게 들려왔다.
동시에 흑백마종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만큼 서문아의 공격이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쉬이익!
순간 누군가 흑백마종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흑마종의 눈가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서문아의 공격에 충격을 받아 몸이 뒤로 밀린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뒤로 물러나며 대수인을 날렸다.
퍼버벙!
“크악!”
“헉!”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흑마종에게 접근했다.
“이놈들!”
흑마종이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팔다리를 둘러봤다. 거기에는 어느새 피투성이가 된 사내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얼굴이 깨져 피가 흐르고, 다리가 부러져 덜렁거려도,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흑마종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그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입에서 피를 토하며 서영도가 외쳤다.
“어-서, 지금이야.”
이미 자신이 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영도, 그가 악착같이 흑마종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놈들이 감히!”
퍼버벅!
손발이 묶인 흑마종을 보며 백마종이 그들에게 대수인을 날렸다.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며 흑마종을 붙들고 있는 웅풍대의 몸이 들썩였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아득해지는 정신,
그러나 서영도와 웅풍대원들은 끝까지 흑마종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서영도가 생의 마지막 힘을 모아 소리쳤다.
“죽-여-어!”
그의 처절한 목소리에 살아있는 웅풍대들이 눈을 붉히며 달려들었다.
쉬아악!
일제히 밀려오는 웅풍대의 공격, 흑마종이 급히 자신에게 달라붙은 서영도와 남자들을 때어내려 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안했다.
“이·····이!”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영혼의 족쇄가 된 듯 흑마종을 옭아매고 있었다.
“이놈들!”
백마종이 대신 흑마종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막아섰다.
“무영박(無影縛).”
그가 급히 대수인의 수비절초를 펼쳐냈다. 그러자 투명한 반원이 형성되면 웅풍대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러나 연이은 공격이 작렬하고 무영박의 기운이 흔들리자 서문아의 풍혼이 빈틈을 여지없이 헤집고 들어섰다.
그리고 서문아가 벌린 틈으로 마영수와 서독호의 검이 통과했다.
퍼버벅!
“크아아악!”
그들의 공격이 흑마종의 몸에 작렬했다. 그의 목이 기이하게 꺾이고, 몸통에는 치명적인 자상이 생겨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충격에 그만 절명하고 만 것이다.
쉬아악!
순간 서문아의 신형이 눈부시게 회전을 했다.
어느새 풍혼은 등 뒤로 돌아가 있었고, 대신 그녀의 오른손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서문아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은 백마종의 옆구리였다.
“이 계집이······.”
순간 흑마종의 죽음에 백마종이 분노하며 대수인으로 서문아의 손을 마주 후려쳐왔다.
그의 대수인에는 혼신의 공력이 모두 담겨 있어 엄청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는 이 한수에 서문아를 확실하게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지 못했다. 매섭게 빛나는 서문아의 눈을, 그리고 약간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서문아의 손바닥을.
콰-아-앙!
손바닥과 손바닥이 격돌하며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아악!”
서문아의 비명이 토해져 나왔다.
바닥에 나뒹구는 서문아,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어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바동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풍혼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그러나 금세라도 쓰러질듯 비틀거리는 모습이 그녀가 지독한 내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서문아를 보면서 백마종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서문아는 무방비 상태인대도 말이다.
“이····게 무슨 무····공이냐?”
“태청·····소수.”
“그 죽····음의 소수 말이냐?”
“그렇다!”
“그랬군! 그······랬어.”
풀썩!
순간 백마종이 전신의 모공에서 피를 흘리며 무너져 내렸다.
내부의 핏줄이란 핏줄이 모두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린 까닭이다.
대수인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킨 가공할 위력이었다.
태청소수의 진정한 위력이 처음으로 초현한 것이다. 자신의 수명과 맞바꿔 적의 목숨을 빼앗는 극악스런 무공 태청소수.
그러나 극성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태반 이상의 공력이 소모되기에 이제까지 빈틈만 노리던 서문아였다.
그녀는 동료들이 목숨을 버려 만들어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하아~!”
속이 울렁거렸다.
이한번의 출수로 얼마만큼 생명이 깎아먹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 역시 태청소수를 전력으로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깎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동료들의 상세뿐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 기회를 만들어준.
“아아·····!”
간신히 동료들의 곁에 다가온 서문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처참하게 꺾인 팔다리,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하얀 뼈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서문아의 눈에 절로 눈물이 차올랐다.
“영····도야. 무·····진아.”
그녀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그러자 그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힘겹게 말했다.
“주····겼냐?”
“그래!”
“크크크! 자····랬어. 아···주 자····래어. 크허헉!”
말을 하다말고 서영도가 피를 토해냈다. 잘게 부서진 내장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이미 그가 살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서영도가 피투성이가 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살아남은 웅풍대가 붙잡았다.
“대····공자, 그···새끼 만····약 마····땅한 변····명을 하···지 못하면
그냥 죽····여. 그 개····새끼. 크헉!”
“그래! 대공자든 성주든 우릴 버렸다면 가만 안 둬. 모두 죽일 거야.”
마영수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서문아도, 서독호도 살아남은 웅풍대원들도 눈물을 흘렸다.
서영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끄으으~!”
누군가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전염되듯 전체로 번져나갔다.
서문아가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다.
“가자!”
냉정하게 하는 말, 그러나 살아남은 웅풍대원들은 두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은 자의 몫이 있는 법이다.
동료들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들에게는 동료들의 몫까지 살아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만약 타당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도 나의 적이야.’
서문아의 가슴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선택한 십자성, 그러나 십자성마저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 두 번 다시 씻을 수 없는.
그녀의 가슴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남은 웅풍대 셋이 서문아의 곁에 다가왔다. 그들 역시 상처 입었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들의 눈은 서문아와 비슷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서문아에게 유일한 바람막이가 되 주었던 이들이 바로 둉료들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십자성에서는 그들의 가문에 사람을 보내 이미 그들이 죽은 것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만들 것이다.
웅풍대의 그 누구도 비굴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뿌리 없는 무인은 없는 법이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며 평생을 숨죽여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웅풍대의 마음을 알기에 서문아는 기꺼이 그들과 함께했다.
‘나 하나 살자고 어떻게 이들을 버릴까?’
서문아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수괴의 머리를 가지고 가는 것이 그들이 살 확률이 제일 컸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에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항상 그녀에게 가혹했다.
그들이 다시 전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그들의 주위에는 혈화문의 무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너무나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콰콰쾅!
그때 그들의 등 뒤에서 엄청난 격돌음과 파장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십자성의 무인들이 안쪽에까지 진격해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뚫고 들어간다.”
“그래!”
그들의 무기에 다시 공력이 집중됐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잘~감상~~~감사합니다~~~~~
즐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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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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