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세대주택의 공용전기를 훔쳐 쓰는 얌체 세대를 처벌할 수 없느냐는 글이 올라와 시선을 모았습니다.
사연을 올린 A씨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요. 출입계단 중간에 있는 공용전기 배선에 누군가 허락없이 전선을 연결해 전기를 훔쳐쓰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의 배선은 건물 3층의 한 가정집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14가구로 관리비를 포함한 공용수도·전기 요금으로 매달 한 집당 3만원 가량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A씨와 지인은 '전기 도둑' 때문에 공용 요금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A씨와 지인은 전기 절도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는데요. 공용전기를 몰래 끌어다 사용하는 전기도둑에게도 절도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전기도 형법상 '재물'…허락없이 사용하면 절도죄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허락없이 훔치는 행위는 당연히 절도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몰래 훔쳐쓴 대상이 형체가 없는 전기인데요. 전기 역시 절도의 대상이 될까요?
형법에서 정하는 '재물'이란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유체물)를 비롯해 관리할 수 있는 동력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재물은경제적 교환가치가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연애편지나 찢어진 수표 등 주관적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도 재물로서 인정됩니다.
대법원도 "재산죄의 객체인 재물은 반드시 객관적인 금전적 교환가치를 가질 필요는 없고 소유자, 점유자가 주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족하다"는 입장인데요. (대법 95도3057 판결) 아울러 민법도 마찬가지로 유체물과 함께 전기와 같이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훔치는 행위 역시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는 거죠. 우리 형법은 절도죄에 대해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29조).
그런데 사례처럼 다세대주택 공용공간에서 전기를 몰래 훔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는 누가 될까요?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일까요? 아니면 해당 다세대주택 주민일까요?
일반적으로 한전과 전기사용자 사이의 전기사용약관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의 경우 그 수급지점을 인입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콘센트 인입구를 통과한 전기는 전기사용자에게 인도돼 전기사용자의 소유가 되는 거죠. 더 나아가 인입구를 통과한 전기가 사용되는 전기시설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다면 이들 모두가 전기 소유자가 됩니다.
사례의 경우, 해당 다세대주택 주민들이 절도 피해자가 되는 건데요. 주민들은 전기를 몰래 끌어다쓴 세대를 절도죄 피의자로 고발할 수 있습니다. 민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기 절도를 위해 전기업자에게 불법적인 배선 연결을 부탁했다면 특수절도 혐의로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2인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면 특수절도죄가 적용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지난해 청주지방법원은 전기 절도로 고발된 대학교 교직원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는데요.
B씨는 약 7년 동안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250만원 상당의 공용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교내 공사로 알게 된 전기업자에게 부탁해 복도 전기 설비에서 공용전기를 끌어다 사용했다고 합니다.

◇직접 전선 연결했다면 전기사업자법 위반
A씨가 커뮤니티에 첨부한 사진을 살펴보면, 공용공간에 위치한 스위치에 연결된 전선이 길게 이어지며 전기 절도범으로 의심되는 세대로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기업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혼자 전기 배선을 만져 임의로 전선을 연결했다면 별도의 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할까요?
현행 전기공사업법은전기공사의 경우 공사업자가 아니면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다만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경미한 전기공사는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전기공사업법 제3조)
경미한 전기공사에는 △소켓, 전구류, 그 밖에 개폐기의 보수 및 교환 △벨, 인터폰 등과 비슷한 시설에 사용되는 소형변압기 설치 △전력량계 또는 퓨즈를 부착하거나 떼어내는 공사 △콘센트를 사용하거나 전기기계ㆍ기구 단자에 전선을 부착하는 공사 등이 포함되는데요.
단독주택 전기시설의 소규모 개선 및 보수 공사도 허용되지만 전기공사기술자가 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배선기구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만지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요.
만일 전기공사기술자로 등록돼 있지 않은 이가 불법적으로 전기 배선을 변형하거나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전기공사업법 제42조)
직접 배선을 연결해 공용전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면 절도죄와 함께 전기공사업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