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AS EXCLUSIVE ::: 이안 그리피스 축구 컬럼
자, 이제 한국이 나설 차례다.
말레이시아에 모인 축구계 인사들이 올 여름으로 예정되어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아시아 투어가 '대륙 최고 대회인 아시안 컵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맨유의 콸라룸푸르(말레이지아) 투어를 취소시켰다. 이 소식을 듣고 맨유와 FC서울의 격돌도 자연스럽게 취소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유의 콸라룸푸르 투어가 취소됨에 따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맨유의 가슴 떨리는 7월 20일 서울 방문 이벤트도 아시아의 단결이라는 명목 아래 폐기되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수많은 맨유 팬들은 차치하고라도, 맨유 투어를 주최해 돈을 쓸어 담으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투어 취소를 제안하는 필자가 무척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맨유의 서울 투어 취소야말로 아시아와 한국 축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내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아시아는 꽤 오래전부터 풍부한 어장을 쫓아 그물을 던지는, 그러니까 마케팅에 중독된 수많은 유럽 축구 클럽들에게 순순히 바다를 열어 주었다.
요즘 들어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인기 팀들은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마치 거대한 현금자동인출기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아시아로 투어를 떠날 때마다 이들은 현지 축구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미소 띤 얼굴로 돈가방을 챙겨올 궁리만 할 뿐이었다.
그쯤하면 됐다. 유럽축구에 대한 동경이나 그들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아시아 대륙을 방문하려면 적절한 때와 장소를 알아두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고, 지난 주 콸라룸푸르에서 했던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이런 류의 투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 많이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요점이다) 돈을 벌기 위한 유럽 명문구단들의 방문이 AFC가 축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역동적인 계획에 걸림돌이 된다면, 아시아는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대와 협력을 거부하고,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박지성이나 이영표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통해 한국 축구가 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복한 미래는 무엇인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환경의 발전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리버풀이나 레알 마드리드만큼 성남 일화, FC서울 같은 팀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활기찬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인이 자국의 축구에 사랑을 쏟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는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나 라 리가의 TV 중계와 단기간의 프리시즌 투어는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고, K리그는 잊혀진 과거가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한국의 국가대표팀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 이야기한 끔찍한 미래상이 다가왔을 때 한국인들은 과연 경악하게 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돈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다 보면 아무리 냉철한 두뇌의 소유자라도 상식을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스포츠라기보다는 비즈니스에 더욱 가까워진 축구계에서 이득에 기반한 말도 안 되는 결정들이 점점 더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AFC의 강경한 입장에 박수를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AFC는 말레이시아에 압력을 넣어 맨유의 투어를 취소하게 하고 유사한 경기를 계획 중인 한국, 일본, 마카오에도 동참을 요청하는 등 '유럽의 바보들'에게 '더 이상 만만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스쳐를 확실히 취했다. 돈 몇 푼 벌기 위해 몰려든 패거리에게 아시아의 비전이 짓밟히는 시대는 갔다.
논란이 다분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아시아 전체가 동의를 거쳐 한 목소리로 AFC의 결정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누가 뭐래든, 유럽은 아시아 축구 팬을 언제라도 내동댕이칠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유럽과의 동침은 권장할만한 것이 못 된다.
끝으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축구 팬들이여. 다가올 이번 아시안 컵을 위해, 그리고 한국 축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유럽에서 흘러나오는 휘황찬란한 과대광고에 속지 말고 올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서 등을 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안 그리피스 Ian Griffith (ESPN Star 컬럼니스트)
정말 외국인이 오히려 날카롭게 찔러 주시네요.
첫댓글 동감!!!!!!!!
거절한다!
백번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당장 맨유선수들이 보고싶긴하네요;;
본문의 내용처럼 국내 축구환경의 발전과 FC서울 같은 팀들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멘체스터와의 경기를 취소하고 국대 경기에 올인하는 것이 국내 축구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자국의 클럽팀보다 국대를 더 소중히 여기고 있는 현실이 문제인 상황에서 , K-리그를 위한다면 멘체스터와의 좋은 경기를 통해 클럽팀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것이 자국의 축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맨유 하나 온다고 리그팬이 늘 거라는 건.. 다소 이상적인 생각 같습니다. 맨유가 이긴다면 '역시 맨유다','역시 K리그는 안된다' 아마 이럴 꺼고, '서울'이 이긴다고 해 봤자.. 이건 생각하기도 싫네요. 3년 전을 떠올리면.. 그보다 중요한 건 유럽 클럽들이 아시아 축구시장을 함께 발전해나갈 동반자가 아니라 재정 궁할 때 잠깐 일회성 이벤트로 설렁설렁 몇 게임 뛰어 주고 단물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그런 정도로 보고 있다는 거죠.
Reading 님 말에 동감입니다.. 맨유랑 경기 10번을 해도 케이리그 관중을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리그 관중을 늘리려면 리그팀들끼리 재미있는 경기가 벌어져야겠죠, 또 몇몇 분들은 맨유와의 경기를 보고 "맨유처럼 경기하면 케이리그 맨날간다" 이런 말이 분명 나올거 같아서 답답합니다, 정작 중요한건 맨유같은 해외명문팀에 관심이 쏠리는 것 보단 국가대표, 국내리그에 관심이 모이게 해야된다고 생각됩니다
국대에 올인하는게 아닙니다. 일정은 잡혀있고 아시아인의 축제인 아시안컵에 그들이 와서 관심이 분산되길 원치 않는거죠.
해정방기사에는 AFC가 아랍축구연맹인지 알았다는 분도 계시네요
기사 내용은 동감하는데, 맨체스터 선수들을 보고 싶은 마음 역시 강하다..
AFC의 멍청한 과거를 보면, 별로 따르고싶진 않지만 이건 생각해볼만한 일인듯....
이경기 정해졌을때부터 정말 안했으면 했다 이경기끝나고 생각없는것들이 서울까댈게 뻔한데 이겨도 욕먹고 져도욕먹을게 너무뻔한거같아요 ㄱ-
동감이긴한데...걔네가 일정을 미룰까 싶네;;; 알게뭐야 남의 나라경기 일정따위...연기좀하쟈
설득력있는 의견이네요~^^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가서 삼성컵하는데.. 그거는 문제안되겠지요?
맨유의 행보가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도 아시아 투어라는 걸 할 시기가 정해져있는게 사실인 만큼 주장에는 동의하고싶지 않네요. 축구라는게 이미 경제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구요. 그리고 사실 유럽축구를 통해서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국내축구에도 관심을 가지는게 보통의 축구팬 발전방향이라고 볼 때 토라진 애처럼 맨유투어를 보이콧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프리미어 중계를 한 이후로 K리그가 오히려 조금씩 관심을 받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구요. K리그는 발전도상에서 최근 분위기를 기회로 성장중이죠. 아시안컵이 재미있게 발전하면 맨유투어가 무섭겠습니까? AFC야말로 각성해야 할 듯.
아시아 축구협회가 아니라 아라비아 축구협회 같으니라고. 쩝...
AFC = 아시아축구연맹인데....... 이건뭐 아랍축구연맹인거같으니 원.......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맨유경기는 그냥 보기 힘든 유명 선수들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지, 올해의 진짜 빅 이벤트는 아시안컵이라고 생각
닉네임 좋다!
afc 평소에 하는 꼬라지 봐서는 그다지 동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시아권 단결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생각 같군요.. 헌데 아시아권 단결이란걸 외치려면 평소에 보여지는 afc의 개념없는 짓들부터 좀 바꿔지길....
난 친구들이랑 모여서 아시안컵 보기로 약속했는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