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뻘 되는 사람이 농사지은 거라며
호박잎 한 포대와 이쁘장한 애호박을 두개 가져왔다
고맙다는 말보다
모처럼 입이 호사를 좀 누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호박잎은 냉장고에 오래놓고 먹을 수 있게끔 종이포대에
가져왔다며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놓고 꺼내먹으라는 당부를
있지 않는다.
쪄서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멸치 넣고 된장 풀어 국을 끓여먹어도 맛있다는 말도 첨가한다
작년 이때쯤인가
윗집 에어컨 납품업체에서 박스를 한 차 부려놓고 가서
박스를 개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용케 어떻게 알아보고
대련님 아니냐며 박스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는
본인이 다 개놓고 간 후로는 어떻게 끼니라도 제때제때
끓여 먹고 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지
시내 나올 때마다 상추와 풋고추같은 푸성거리를 들고 온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호박잎과 애호박을 썰어 말린 호박꼬지 나물을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까지
아는 걸로 봐서는
호박잎이 이 더운 여름에 기와 입맛을 돋울 것이라는 생각에
더위를 참고 한달음에 달려왔을지도 모른다
호박이 산후조리에 좋네
당뇨환자에게 좋네
항암작용에 좋네
비타민 A,B,C가 골고루 풍부하여 좋네
다이어트에 좋네
뭐에 좋네. 따지기 전에
난 원래 호박예찬가다
호박은 나에게 수시로 잎도 주고 몸통까지 통째로 주곤 한다
풋풋하면 풋풋한 대로 좋고
늙으면 늙은 대로 좋다
죽과 떡이 되어서도 내 입을 사로잡곤 하는 게 호박이다
그 형수 되는 분은 바로 옆집에 살았다
그 집이 우리와 같은 우암선생의 자손이라 하여
비록 파는 다르지만 아버지가 우리 집 옆의 땅을 빌려주어
집을 짓고 살게 했다고 한다
그 형수 되는 분은 열다섯에 그 집으로 시집을 왔는데
시집온 그 해에 내가 태어났다고 한다
시집와서 우리 집을 보니 딸만 셋 있는데
애를 낳았다고 하여 대문에 걸친 쌈줄부터 보니
딸 쌈줄이 걸려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얼씬도 못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일주일쯤 지나 담 너머로 형수를 부르더니
만면에 웃음을 띠고
불알이 쌔카머니 주먹만한 게 태어났다고 자랑을 하며
부정 타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한다
그래서 이름을 우습게도 丸(알 환) 泰(클 태) 환태라 지어 불렀다한다
지금도 고향사람들은 환태라 불러야 쉽게 알아듣는다
물론 호적에는 은진에 23세 손이라 석자 항렬로 올려져
친구들은 환태라하면 못 알아듣지만,
그 집에 내 또래의 복순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싸웠다하면 팔뚝을 물어뜯거나 발로 차면 꼭 거기를 걷어차
울 할머니한테 남의 집 귀한 손주, 고자 만들어 놓으려 하냐고
복순이 어머니와 복순이 아버지까지 불려와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곤 했다
이즈음이었을 거다
어느 날밤 동네를 나가니 박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골목에
복순이가 서있는데
봉긋 솟아오르는 가슴이 어찌나 애간장을 녹이게 하던지
딱 한번만 손으로 살짝 대보자하니
“이게 어디서 까불고 있어!” 하며
홱 몸을 숨긴다
겨우겨우 찾아내 사정사정 끝에 겨우 한번 대봤는데
양이 차질 않아 밤새 온 고샅을 누비며 딱 한번만 더 대보자고
쫓기고 쫓았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제일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만약에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게 되면
기어이 소원풀이를 하고 말 작정이다
까만 양은 가마솥에 밥이 한소끔 부르르 끓을 때
호박잎을 차곡차곡 개어 논 싸리채반을 밥 위에 얹어놓고
뜸을 들이는 사이,
새끼멸치 한주먹에 된장 풀어 휘휘 젖으며 바글바글 끓이다가
청양고추 서너 개와 쪽파 서너 뿌리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강된장을 만들어 놓은 후
가마솥 뚜껑을 열고 뭉근하게 쪄진 호박잎을 꺼내려고 보니
밥의 김과 함께 어우러져 코끝을 자극한다
그렇게 쪄낸 호박잎을 손바닥에 곱게 쫘악 펴서
밥 한 숟갈 놓고 강된장을 뭉떵 발라 집어넣다보니
밥도둑이 따로 없는 게 고봉으로 먹고도
한입만 더 한입만 더 하다보니 고봉으로 몇 개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옛말에 밥 수저에 복이 든다고 했는데
복가슴같던 복순이가
언제 와서 가슴 한쪽만이라도 떼어놓고 갈지도 모르겠다.
으따~~호박잎 벙개 지둘리다 승질급하면
요단강부터 건너겄어요~~끝물도 기얀쿠만..
하하하~
ㅎㅎㅎ맛있는 강된장을 먹느중에도 복순이만 떠오르는군요 호박잎 가져다준 형수님생각은 쬐금도 안하시면서... 복순이는 저희 집안에 있는데 ....
젤 막내아가씨 복순이 아가씨..너무 재밌어서 피로가 확 달아나버렸네요.ㅎㅎㅎ
ㅎㅎㅎ 다른 때도 가끔씩 생각나지만 오늘따라 호박잎 쌈 먹는내내 생각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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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 여의주님이라면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야지요 ㅎㅎㅎ
오늘 전주 갔다 왔는데....수레끄는 파림님 아무리 찾아도 없드만 ..ㅎㅎㅎ
호박잎 드시느라고 집에 계셨구나.
에구!! 전주에 호박잎 냄새가 진동을 하드만 파림님 때문이였구나. ㅎㅎㅎㅎ
ㅎㅎㅎㅎ 오면 온다고 기별이나 하시지 ㅎㅎㅎ
하긴, 오늘 왔다고해도 못 봤을 겁니다
낮에 너무 덥고 땀에 절은 옷 때문에, 다 벗어 물에 던져놓고
시원하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다는게
갈아입을 옷을 먼저 물에 던져놓아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모든게 정말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일이네요.
ㅎㅎㅎ 세상은 이래저래 살맛 나는 세상이지요 ㅎㅎ
호박줄기 끝의 여린 꽃몽오리하고 어린 잎들이 달린 부분을 특별하 좋아하는데요,
호박은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죠.
호박잎만 해도 식용으로도 먹고 화장실 생활용품으로도 쓰고..ㅋㅋ
아이고 웅 아방님요 그걸로 똥꼬 딲으모 쓰라려서 우짭니꺼 ㅎㅎㅎㅎ
빌껄 다 생활용품으로 만드셩.ㅋㅋ
뒷면으로 닦으면 쓰라려 죽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