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스를 취재한 기자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일이 제목을 뽑는 일이라고 합니다.
어느 데스크가 기사에 ‘먼지떨이식 수사’라고 썼기에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수정해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후배의 반응이 떨떠름하더라네요.
“아니, 왜? ‘떨이’가 아니라 ‘떨기’라고 해야 맞나요?.”
“‘떨이’라고 하면 ‘물건’이 되고, ‘떨기’라고 해야 ‘행동’이 되잖아.
‘놀기’ ‘먹기’ ‘잠자기’처럼....”
그래도 안 풀린 듯 이상하다는 표정이어서 설명을 보탰답니다.
“‘-기’라고 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털’이 아니라 ‘떨’이라니….”
하긴 그렇습니다. “먼지 좀 털어”라고 하지 누가 “먼지 좀 떨어”라고 할까 싶네요.
마찬가지로 “어깨의 눈 좀 털어”라고 하지 ‘떨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담뱃재를 함부로 털지 마” “운동화에 묻은 흙을 털었다”에서처럼
담뱃재도, 흙도 ‘털다’라고 하는 게 언어 일상이긴 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떨다’를 써야 맞습니다.
붙어 있는 먼지를 떼어 내는 행위를 말할 땐
‘떨다’를 쓰라고 이 사전은 안내합니다.
이 사전에선 “먼지를 ‘떨다’” “담뱃재를 ‘떨다’”가 됩니다.
먼지는 옷을 흔들거나 쳐도 떨어져 나갑니다.
먼지를 떼어 내려고 옷을 흔들거나 치는 건 ‘털다’를 쓰라고 이 사전은 알립니다.
먼지는 ‘떨다’, 옷은 ‘털다’로 구별하랍니다.
현실에선 먼지도, 옷도 다 ‘털다’인데 그렇게 쓰지 말라고 합니다.
금성출판사의 〈훈민정음국어사전〉은 ‘떨다’와 ‘털다’를 유의어,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 줍니다.
‘먼지를 떨다’도, ‘먼지를 털다’도 괜찮다고 합니다.
‘먼지를 떨다’는 이전처럼 그대로 두고, 일상의 쓰임대로 ‘먼지를 털다’도 인정해 놓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따라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먼지털기’라야 통한다면 이것은 국어사전이 바뀌어야 할 문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낱말에 신경쓸 일이 아니고 사용중인 말에 더 집중하는 게 먼저일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