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명화 외 다양한 패턴 중
불교 만다라문양 유독 강세
티베트스님 모래만다라 착안
채색하다보면 심리안정 효과
컬러링북 열풍이 부는 가운데 만다라컬러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장진환 씨가 딸, 손녀와 함께 만다라에 색칠을 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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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신도 장진환(68, 법명 홍련성)씨는 요즘 컬러링북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얼마 전 손녀들과 함께 서점에 갔다가 부처님과 만다라가 그려진 컬러링북을 접한 뒤부터 틈날 때마다 만다라에 색칠을 한다. “절에 갈 때마다 보는 아름다운 단청을 내가 직접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다”며 “경전을 읽고 염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다라에 색을 입히다보면 신심이 절로 난다”고 말한다. 장 씨가 만다라컬러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색칠을 시작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모든 신경을 만다라에만 쏟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손녀인 김수연(13) 서연(8)양도 만다라에 색칠을 시작하면 집안이 고요해진다. 뭘 하던 30분이면 금방 싫증을 내던 아이들도 컬러링북을 펼쳐놓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한다.
컬러링북은 쉽게 말해 색칠하는 책이다. 유아들을 위한 색칠공부가 복잡한 도안을 담은 어른용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가지 패턴이나 나무나 꽃을 그리는 자연문양, 명화를 따라 칠하는 것 등이다. 패턴 가운데 독보적인 문양이 만다라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만다라 문양을 수록한 컬러링북만 대여섯 권이 출간됐다.
만다라 컬러링은 원형을 비롯해 갖가지 만다라 문양에 채색을 하는 작업이다. 간단한 도안은 1시간 내로 완성할 수 있고, 선이 가늘고 세밀한 만다라의 경우에는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만다라 컬러링은 티베트 스님이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는 것에 유래했다.
티베트 스님들은 3~4일간 복잡한 만다라 도안에 색색의 모래를 입히고 완성한 뒤에는 붓으로 쓸어 항아리에 담아 강에 버린다. 무상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모래 만다라는 최근 명상과 미술치료에 활용된다.
만다라를 심리치료에 처음 차용한 것은 분석심리학 창시자인 스위스 정신의학자 카를 융이다. 융은 신경증과 정신분열증 환자 만다라를 그려 치료효과를 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게 만다라 컬러링이다. 초창기에는 간단한 문양을 노인이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다가, 취미서적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요즘엔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만다라 문양이 각광을 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양을 완성했다는 만족감도 높다. 만다라 치료를 통해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만다라컬러링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컬러링북의 인기는 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형서점에 가면 3~4개 판매대에 컬러링북이 진열돼 있고, 컬러링북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컬러링북은 이미 프랑스와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20~30권이 컬러링북일 정도며 우리나라는 한발 늦은 지난해 말부터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해 색연필 판매가 급증할 정도다. 올 초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만다라>를 발간한데 이어 <젠 만다라> 컬러링북을 준비하고 있는 담앤북스 출판사 이상근 주간은 컬러링 열풍에 대해 “자녀를 키우는 30대 여성과 비구니 스님들에게 특히 인기다”라며 “이야기나 글로 접하던 힐링을 직접 실천하겠다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