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NsA7gjIvNSQ&t=10s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틈 - 김기택(1957~)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을 우겨 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
수십 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본다
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 온 것인가
그 느리고 질긴 힘은
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서울, 거대한 빌딩의 정글 속에서
다리 없이 벽과 벽을 타고 다니며 우글거리고 있다
지금은 화려한 타일과 벽지로 덮여있지만
새 타일과 벽지가 필요하거든
뜯어 보라 두 눈으로 확인해 보라
순식간에 구석구석으로 달아나 숨을
그러나 어느 구석에서든 천연덕스러운 꼬리가 보일
틈! 틈, 틈, 틈, 틈틈틈틈틈……
어떤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체는
사실은 한 줄기 가냘픈 허공이다
하릴없이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나약한 힘이다
이 힘이 어디에든 스미듯 들어가면
튼튼한 것들은 모두 금이 간다 갈라진다 무너진다
튼튼한 것들은 결국 없어지고
가냘프고 나약한 허공만 끝끝내 남는다.
- 1994년 시집 <바늘구멍 속의 폭풍> (문학과 지성사)
*2월 말 봄을 앞두고 많은 눈과 비가 연일 내리는 요즘입니다. 보통의 계절이라면
봄가뭄을 걱정해야 할 때인데 올해는 물이 넘쳐나고 있군요. 어제는 밤새 내린 눈들이
지붕에 쌓였다가 녹으면서 데크 바닥에도 물이 홍건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데크 지붕에 틈이 생겨서 조금씩 물이 새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틈이 더 벌어진 모양입니다.
지붕의 가림막은 튼튼한 플라스틱인데도 작은 틈이 갈라져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또 수리해야 될 정도로
커진 듯합니다. 새삼 어떤 큰일이든 아주 미세한 것으로부터 연유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군요.
이 詩가 바로 그러한 사실을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아무리 강하고 튼튼한 존재라 할지라도 틈이 있으며 그 틈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결국 그것을 무너뜨릴 강한 힘이 있음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여기에서는 튼튼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예로 들면서, 탄탄함 속에서도 작은 틈이 숨 쉬고 돌아다닐 길이 있다고
말합니다. 거기에서 태어난 미세한 틈은 천~천~히 벌어져서 핏줄처럼 벽과 벽을 타고 거대한 빌딩의 정글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이 틈새를 타일과 벽지를 뜯어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
주는군요.
그런데 아무리 튼튼한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틈의 정체는 사실, 한 줄기 작고
보잘 것 없는 가냘픈 허공이라고 지적합니다. 그것은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나약한 힘이지만 어떤 튼튼한 것들도 무너뜨릴 정도로 강한 힘을 지녔고 결국 최후까지 살아남는 존재라 말하며, 작고 사소한 것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있군요. Choi.
세계유산 일본 고야산
☆ 人生의 돌뿌리 ☆
1911년 영국 출신의 스턴트맨 바비 리치(Bobby Leach)가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 섰다.
강철 드럼통에 몸을 싣고 폭포 아래로 뛰어내렸다.
골절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는 1926년 뉴질랜드에서 길을 걷다가
오렌지 껍질에 미끄러져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었다.
바비 리치(Bobby Leach)
상처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는 바람에 다리까지 절단해야 했다.
결국 두 달 후 그날의 사고 합병증으로 죽고 말았다.
알프스산을 올랐던 어떤 세계적 산악인은
자기 집 담장을 넘다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졌다.
탈레스(Thales)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다고 한다.
사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모기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을 다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처럼 자기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 조고각하(照顧脚下): 말 그대로 '다리 밑을 비추어 잘 살피라'는 뜻이다.
절에 가면 선방 앞 섬돌에 이런 표찰이 붙어 있기 마련인데,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으라는 경계의 글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내 주변부터 잘 살펴야 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탄을 받는 것도
큰일을 잘못한 경우보다
자신의 주변 관리를 잘못한 경우가 더 많다.
자기가 잘못했거나 자녀들의 비행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니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앞서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먼저 해야 한다.
※大學(대학)의 八條目(팔조목): 格物(격물), 致知(치지), 誠意(성의), 正心(정심),
修身(수신), 齊家(제가), 治國(치국), 平天下(평천하), 줄여서 수신제가.
비단 유명 인사들뿐이랴.
범부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기아나
먼 나라의 지진과 같은 거대한 문제로
내 행복이 무너지는 일은 아주 적지만,
나의 작은 말 한마디로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가정의 평화가 깨어진다.
발밑을 살피듯
혀끝을 조심하고
작은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고 삼가해야 할 일이다.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큰 산(山)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 받은 글 >
세계유산 일본 고야산(高野山) 단조가란(壇上伽藍)
옮겨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