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청정 수소 중 하나인 무탄소수소로 정의하고 있다.
무탄소수소란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그린수소로 달리는 버스가 국내 최초로 제주에서 정식 운행을 시작해 화제가 됐습니다.
기후위기와 함께 ‘그린수소’가 몇 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낯선 말입니다.
언론에서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용어 설명도 함께 제시하는데요.
한 백과사전의 설명을 인용해 보도한 예문의 마지막 문장은 문법적으로 주목할 만한 오류를 안고 있습니다.
글쓰기에서 흔히 생기는 잘못임에도 대부분 틀린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가 문제의 부분인데요.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 됩니다.
미세한 차이가 정문과 비문을 가릅니다.
예문에서도 ‘생산’이란 명사를 동사로 씀으로써 비문이 정문으로 바뀝니다.
이른바 ‘등위접속 용법’ 오류의 하나입니다.
등위접속 용법은 용어가 딱딱해서 그렇지
사실은 몇 가지 방식만 염두에 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선 ‘등위접속’이란 어떤 말들이 대등한 지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나열되는 말들이 같은 값(대등한 자격)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수출과 수입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식으로 연결됩니다.
접속어를 사이에 두고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가 오고 구는 구끼리, 절은 절끼리 어울리는 게 요체입니다.
이때 이어지는 말들을 연결하는 접속어를 등위접속어라고 합니다.
‘-와/-과, -나, -거나, -며, -고’ 등이 그것이지요.
정리하면 이어지는 말의 앞뒤가 절이면 절, 구면 구,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로 어울려야
정상적인 등위접속문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원칙을 벗어나면 비문이 되는 것이지요.
맨 처음 예문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를 보면,
등위접속어 ‘-거나’를 중심으로 앞에는 동사를 썼는데 뒤는 명사로 이어지면서 어색해졌습니다.
즉 앞에 ‘수소를 수입하거나’로 동사가 온 것은 목적어 ‘수소를’을 받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뒤도 자연스레 동사 ‘생산하는’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명사 ‘생산’이 왔기에 비문이 됐지요.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가 바른 표현임이 드러났거든요.
우리말의 등위접속 용법은 영어의 ‘and/or’ 용법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를 생각하면 틀릴 일이 없는데, 문장이 좀 복잡해지면 이 원칙을 놓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 문장들이 왜 비문인지 살펴보세요.
“일본에선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아님에도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문장은 등위접속 오류로 인해 의미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등위접속어 ‘-이나’는 ‘A나 B’ 식으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옵니다.
따라서 형식으로만 보면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한 덩어리로 읽히지만 무슨 뜻인지 의미 전달이 안 됩니다.
뒤(‘임대·판매 목적이 아님’)가 절이므로 앞에도 ‘별장을 비롯해’ 식으로 똑같이 절 형태를 취해야
뒷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과 협조를 부탁했다.”
역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와야 합니다.
그런데 ‘사업 설명과 협조’가 모두 서술어 ‘부탁했다’에 걸리는 말로 표현됐습니다.
즉 ‘사업 설명을 부탁하다’ ‘협조를 부탁하다’를 묶은 형태가 돼서 의미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앞뒤를 같은 동사구로 만들어야 하지요.
‘사업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가 바른 표현인 것입니다.
“성과급 역시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골자만 추리면 ‘~에 연동하고 ~의 10% 수준이 바람직하다’로 연결돼 비문입니다.
앞에 절이 왔으므로 뒤의 명사구도 절 형태로 풀어 써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식으로 맞춰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