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싸고 교육수준 높아 일부지역 17대1 경쟁률
올해 1만여명 중 2천여명만 수용…증설 요구 빗발
사립유치원 반발·예산부족 등 이유 신설 어려울듯 "공립유치원의 학급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결국 4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유치원비가 없는 서민들은 유치원을 보내지 말라는 말입니까"
울주군 온산읍 삼평초등학교 총동창회와 병설유치원 어머니회는 16일 병설유치원의 학급수를 증설해 달라며 강남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삼평초 병설유치원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5명을 뽑기 위해 신입생 모집을 실시한 결과 61명이 몰리는 바람에 지원자의 절반이 넘는 35명이 추첨에서 탈락했다.
1학급 밖에 없어 매년 정원 초과현상을 빚어온 데다 올해는 경기 악화로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유치원의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도 입소문을 타면서 경쟁률이 더욱 높아진 탓이다.
7세의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지난해 떨어진 후 이후 1년간 유치원도 못보냈는데 올해 또 탈락했다"며 "공립 유치원 들어가기가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학급수가 부족해 원성을 사고 있는 유치원은 이 곳 뿐만 아니다. 강남교육청에는 올해 안에만 이곳을 포함해 동백초, 동평초, 남산초 등 4곳의 병설유치원에서 학급 증설 요청이 들어왔다.
공립 유치원비는 수업료에 각종 추가 부담까지 포함해 평균 6-7만원 선으로 4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유치원비 보다 저렴한데다 교육 수준이 높고 종일반 운영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로 학급증설이 시급하지만 교육청이 공립 유치원 신·증설 억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 유치원 179곳 가운데 공립은 75곳으로, 올해 학생수 1만5,913명 중 1/6 수준인 2,647명만을 수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지역 치원 입학 전형이 한창인 요즘, 공립 유치원 부족에 따른 민원이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단설 유치원인 동구 꽃바위 유치원은 최근 내년도 신입생(110명·특수 제외)을 모집하면서 교육청의 원거리 통학 억제 방침에 따라 해당 지원자를 가려내 제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자가 122명이나 나왔다. 게다가 정원의 대다수가 우선입학대상자(다자녀, 다문화)로 채워지다 보니 사실상의 경쟁률은 6대1에 달했다.
신설 유치원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3월 울산지역 4번째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문을 여는 울주군 구영유치원은 모집 마감을 이틀 앞둔 이날 벌써 정원인 135명(특수 제외)의 3배에 이르는 401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만3세 학급의 경우 20명 모집에 무려 98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우선합격대상자가 15명에 달해 사실상 경쟁률은 17대1에 이른다. 만4세 학급은 25명 모집에 지원자가 127명, 우선합격대상자가 23명으로 52대1을, 만5세 학급은 90명 모집에 176명 지원, 우선입학대상자가 30명으로 2,4대1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공립 유치원만 보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립과 어린이집까지 더하면 수용은 차질이 없다"며 "출산율 저하와 사립 유치원 반발, 예산부족 등으로 공립의 신설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