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위원장이 ‘42일 계획’ 발표
경찰청·인사처 인력도 동원
혐의 확인땐 검찰수사 의뢰
“우려 불식 공정성 보여줄 것”
국조·감사에 경찰수사까지
선관위, 사면초가 상황 자초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관해 조사 기간과 인력이 확충된 전수조사 방침을 내놓은 것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면죄부 조사’ 우려를 털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 ‘알박기’하고 있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운을 떼 조사의 순수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윤 부위원장이 앞장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전 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27일로 끝나는 만큼 권익위 조사에는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익위 조사에 국회의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요구, 경찰 수사까지 겹치며 선관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4각 공세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권익위 조사가 공정성을 갖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권익위가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공정성과 실력을 겸비한 조직이라는 것을 이번에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 현직자뿐 아니라 퇴직자까지 대상으로 최근 7년간 특혜채용과 비리를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고소·고발을 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또 선관위 제도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관계 법령에 대한 제도 개선도 요구하기로 했다. ‘부패 행위 전반’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익위는 다음 달 21일까지 경찰청·인사혁신처 인력까지 동원해 전수조사를 벌이겠다며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감사원 감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국정조사는 강제조사권이 있는 감사원 감사 이후에 실시하겠다며 선관위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감사원 감사를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는 국정조사 이전에 국민공분을 감안해 감사원 감사를 전면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장 현안에 대한 시급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선관위원 전원사퇴도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선관위 수사에 착수한 뒤 자료 분석을 진행 중이다. 선관위 내부 특별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총무과장 등 간부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권익위의 수사의뢰나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경우 경찰 수사 대상이나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