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여 다시 한번.' 대구상고는 김시진 이만수 양일환 등 한국야구를 주름잡았던 쟁쟁한 스타들을 배출한 고교야구 최강자였다. 하지만 실업계 고교들의 인기가 주춤하는 사이 대구상고 야구부는 선수 스카우트에 실패하며 기나긴 침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대구상고는 2004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선언했다. 우선 교육부로부터 인문계로의 전환을 승인받아 내년부터 학교 이름을 대구상원고등학교로 개칭,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야구부로서는 그 동안 학부모들로부터 실업계 고교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설움을 단숨에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독도 프로야구 출신의 유명인으로 교체했다. 지난 1월부터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던 오대석씨를 7월 감독으로 영입했다. 오감독은 먼저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없애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올시즌 단 한차례도 전국대회 출전 경험이 없는 것을 포함해 최근 몇년간 성적이 좋지 못하자 야구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만큼 분위기 전환이 가장 필요했던 것.
또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오감독의 주요 임무다. 학부모들의 부담이 오감독 부임 이후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을 정도다.
내년도 목표는 전국대회 8강이다. 올해 3학년생 중 대학이나 프로에 진학한 학생이 한명도 없었던 만큼 후배들의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다.
투수력은 자신하고 있다. 우완 정통파 이창익이 여전히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하고 있고 박병일의 구속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또 왼손 조형근은 체력만 따라준다면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팔꿈치 수술 후 최근 공을 잡기 시작한 지승환의 부활도 기대를 갖게 한다.
타격은 포수 유선정이 선봉에 선다. 유선정은 특유의 파워배팅을 바탕으로 이만수 이후 경북지역을 대표하는 대형포수로 꼽힌다. 이 밖에 유격수 노태준이 빠른 발과 야구 센스를 보이고 있고, 황민호의 장타력 또한 대구상고의 부활을 예고케 한다. < 대구=이정혁 기자 jjangga@> 〈 다음은 한서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