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는 철부지란 노래 첫 구절이 좋아서 모모 노래를 좋아했다.
내가 철부지란 것을 알기에 모모가 사랑스럽다.
난 아직도 철부지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철부지 일 것이다.
철이 들려고 겉으로는 애를 써보겠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철이 덜 든 사람이 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철드는 일은 내게 너무 어렵고 잡을 수 없는 별 빛 같은 존재이니까. 어쩌면 일찌감치 철들기를 스스로 포기했다고나 할까.
까불대다가 주문처럼 말하곤 한다.
"나...언제 철드냐?!"
그 말에 반응도 가지가지다.
"그게 원래 니 모습이야."
"철들지 마~! 철들면 무거워!"
"지금 그대로가 더 좋아."
"아마도 어려울 걸~"
그렇다고 철들기를 포기하면 남들에게 왕따 당할지도 모르니까 겉으로는 노력하는 척할 것이다. 하지만 난 별이 되는 날까지도 철부지 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주절거리고 있는 어느 사이트에서 카페개설을 하면서 이름을 정할 때도 망설임 없이 momo를 선택했었다. momo에 net를 붙였더니 'momonet'
친구가 내게 물었다.
영어사전에도 없던데 그게 무슨 뜻이냐고?
'뜻? 그런 거 당연히 없지. 그냥 모모가 좋아서 붙인 거야.'
모처럼 도서관에 들렀다.
읽을 책을 찾다가 어떤 이끌림처럼 내 손은 [모모 MOMO]를 뽑아들었다.
이 책을 끝까지 정독한다 할지라도 나는 모모를 모를 것이다. 다만 외투 깃을 세우고 사색에 잠겨 어디론가 외롭게 혼자 걸어가는 모모의 뒷모습만 또렷하게 기억할 지도 모른다.
아끼듯이 책을 펼치지 않다가 차례보다 앞에 있는 글귀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
어둠 속에서 비쳐오는 너의 빛
어디서 오는지 나는 모르네.
바로 곁에 있는 듯, 아스라이 먼 듯
언제나 비추건만
나는 네 이름을 모르네.
꺼질 듯 꺼질 듯 아련히 빛나는 작은 별아.
- 옛아일랜드 동요에서 -
창을 열고 하늘을 본다. 별을 찾아야 되겠어.
아! 찾았다.
앞산 저 높은 하늘에 별이 서너 개 아스라이 반짝인다.
도시의 밤은 쉴 줄도 모르고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도로 위에는 어디로 그리 바삐 가는 지 차들이 잘 줄도 모르고 질주하는 데, 먼 하늘에서는 별이 흐리게 빛나고 있다. 찾은 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바라보니 흐리던 별빛이 빛을 토하며 점점 밝아진다. 그랬구나. 넌 여전히 빛나고 있었는데 내가 쳐다봐 주지 않아서 빛을 토하지 않았구나. 별아 별아~!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모모 속으로 철부지 모모를 만나러 이제 가야겠다. 아니 철부지 나를 찾으러 떠나야 되겠다.
노래의 끝부분을 흥얼거리면서 책장을 넘긴다.
...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한 페이지 의 책을 잘 읽고 갑니다 밤 하늘에 별이 서너게 밖에 보이지 않나요 시골 밤 하늘은 천문학적인 별을 볼수가 있지요 구름이 없는 날은 항상 그래요 맑은 공기 탓인가요
오랫만에 들어 왔는데 역시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철든다는 것이 싫고, 철든척 해야 하는것은 더욱 싫은 마음. 공감 합니다. 내일 모래면 나이 오십인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 나이 에도요
철든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동감해 주신 윗 분들께 그저 감사를 드립니다. 즐거운 가을날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