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발원지 ‘백두산(白頭山)’. 태백산, 불함산, 개마대산, 도태산 등 여덟 개의 이름으로 불리는 백두산은 이름만큼이나 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겨레의 성산이다. 수천 권의 책을 세워놓은 듯한 주상절리 ‘천서전첩’과 천 명의 군사들이 늘어선 듯한 천군바위 ‘압록강대협곡’ 등 여섯 번의 화산 폭발과 수만 년 동안 이뤄진 침식·풍화작용은 백두산의 독특한 비경을 빚어냈다. 해마다 백두산의 사계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이정수 산 전문 사진작가의 시선을 통해, 용암이 만든 길을 따라 펼쳐지는 백두산의 절경을 영상에세이로 만난다.
◆ 백두의 사계, 그 빛깔을 담다
“지난 12년간 백두산의 사계를 촬영한 필름들을 이어붙이면, 그 길이가 백두산 입구에서부터 2,744m 높이의 정상을 넘습니다” 천지를 중심으로 7만㎢의 용암대지가 펼쳐져 있고 2,700종이 넘는 식물들이 자라는 백두산은 사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천지의 물이 유일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인 달문과 68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백폭포 물길이 백두산의 봄을 알리고, 여름이면 노란만병초, 산용담, 꿩의 다리 등 야리야리한 야생화들이 초속 40미터 이상의 강풍과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유난히 가을이 짧아 찰나의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소천지의 단풍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해발 2,000미터의 척박한 땅에 살아남은 사스래나무 군락. 그리고 일 년 중 9개월 이상 눈에 덮여있는 흰머리 산 백두산이 가장 빛나는 겨울 등 민족의 성산에서 만나는 경이로운 사계절을 전한다.
◆ 겨레의 영산, 백두산
1962년 중국과 북한 정부는 ‘조중국경선조약’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기준으로 동남쪽은 북한, 북서쪽은 중국의 영토로 경계를 나누었다. 인기척 없이 텅 빈 북한 쪽 백두산과 달리 천지로 향하는 중국의 북쪽 입구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 우리 민족의 무대이며 영산인 백두산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년간 백두산의 사계를 카메라로 담아온 이정수 사진작가는 아직은 갈 수 없는 백두산의 최고봉 ‘백두봉’을 바라보며, 닿을 수 없는 봉우리에 오를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