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는 나에게 있어서 가깝고도 먼 곳이였다
고향에서 별반 멀지 않은데에서 오는 안이한 체념이라 할까
아니면 먼곳만 지향하는 이상향의 관념에만 들떠 있어서 일까
어쨌든 밍숭맹숭한 지척의 거리다 보니 떠난다는 긴장감이 없고
동네 소풍처럼 언젠가는 한번씩 가겠지 하는 이웃집 같은 생각으로
멀어진 곳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결국 한페이지 접고 살아온 부대적 상황으로 치부한 어리석음일것이다
또한 부석사는 소박한 지형에서 뻗어내리는 것이므로 거의 비경은
없다. 젊은날의 자극적인 눈맛에 더 황홀해하는 소치라보니 적극적
이지 못했던것은 사실이였다.
또한 이면에 숨어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노력과 시선의 이완으로
신비한 구도를 잡는 예술적 감각이 없다면 대부분 평범하게 보이는것도
한가지의 이유가 될것이다.
기실 인간도 평범하기가 힘이든다.그러나 여인이든 남정네든 간에
어느정도 신비의 베일이 있어야 매력이 있듯이. 산야 역시
내밀한 비밀과 사연감. 그리고 미감이 있어야 제격이라 할것이다.
화엄 십찰중 말사로서 이곳을 점지한 의상대사의 뜻깊은 내용과
그 의지를 실현한 영지 가 바로 부석사라는 사실을 조금은 알듯
하지만 어디에 무엇이 서려있는지는 대부분 잘 모른다
사실 이 부석사는 어느세계에도 맛볼수 없는 유토피아이며
모든 세상을 띄어놓고 잠재하는 항진을 계속하는 신세계이다.
또한 선명하고 철학적 개념을 현실로 드러낸 우주의 하나 밖에 없는
이데아의 증명처이기도 하다.
객지생활을 하면서 나의 고향 근처에 있는 부석사를 다녀 왔을때
과연 철없던 시절의 시선이란게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을까 하는
자탄과 함께 감동적인 심금이 떠밀려 오기도 했다
신라시대 때 의상과 원효는 유학길에 오른다
원효는 어두운 동굴에서 해골바가지를 그릇으로 사용하고
밝은 아침에 그 정체에 놀라 어제밤의 시원한 물맛을 담은
그릇은 무엇이고 아침에 화들짝 놀라는 해골바가지는 무엇인가에
개오를 하고 유학을 포기한다
일체유심조는 한국땅에서 이렇게 창조되고 해동불교의 선법시대를
개막했지만. 대승적인 심원과 좀더 세상의 진미를 위해 통찰이 필요
했던 의상대사는 유학을 계속하게되고 여러 인연을 거친후에 다시
신라에 들어와 화엄종을 창시하였다
그 꽃을 피운 마지막 유서지가 부석사였다
부석사는 돌이 떠있다고 하여 부석사라 칭한다
그것은 속설이다. 방편으로 진면목을 보게 하려는 의상대사의
깊은뜻이 서려있는 것이다.
무량수전을 뒤로하고 누각쪽으로 향하면 모든 만상계는 서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은 서방정토를 의미하고 아미타불님 역시 정좌하시고 그곳을
바라보며 가리키는 듯이 그쪽을 향하시는 것이다.
결국 부석사는 이 우주의 삼계를 위하여 지금도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탁 터진 먼 아래쪽까지의 고도의 하강을 바라보면
가히 산맥들은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하얀물결에서 포말하는 안무의
형상까지도 너플거리고 있는 바다인것이다.
또한 석양의 햇살에 누워 지경에 이르렀을때 미지의 세계마져 모여드는
법계의 경건함과 환희심이 찾아드는 황금녘의 찬란함이 극치를 이룬다
서향은 금 이다. 금은 견고하고 찬란하다 易계로서는 대장군이요
理界에는 부활이고 추수이다. 백호진상으로 숙살하고 거둣는
가을의 眞生터이며 이를 머금은채 항해하는 우주의 배다.
만추 의 진향과 거룩한 32상 명호가 눈앞에 가득한 이곳
아미타불님도 나무요 무량수전도 나무이고 누각으로 조타를
운영하는 곳도 나무로서 물위 허공에 띄어 항해하고 있는
부석사는 이미 한척의 배인것이다
모든것이 떠있다. 부처님스스로 나무가 되어 물위로 항진하는 모습에
동참한 중생계의 선장으로 우주를 항해하시는것이다.
이것이 의상대사의 뜻이기도 하고 세상의 나침판을 가르키는 곳 아닌가
이렇듯 잘 살펴보면 부석사의 근원지는 모든 사물이 떠있는 형태이며
가벼운 목조물로서 서향을 향하며 갑판에 온갖 중생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부상 한다 함은 가볍다는 것이며 가벼우면 뜨는 이치, 법계의 기운을
머금은 비로자나불의 두손을 마주끼우시고 기둥을 세우신곳!
마음이 가벼워야 그것이 하늘이며 청청한 도량으로 이루어진
心田이 일구어진다. 그것이 양심이며 불가의 개오가 없어도,
무심처럼 십우도의 의미를 모른다 하여도 , 부석사 자체는 벌써 하나의
이상향으로 향하는 모두를 포괄하는 우주의 배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석사의 근처에는 떠있는 기를 눌러 버리는 비석이나
조형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암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착장인 새로지운 주차장을 보며는 시멘트 벽돌로
죄다 세우고 포장했다. 뭘 어쩌자는 것인가
조금만 정성을 기하고 살펴본 다음 목조물로서 장식하고 가벼운
재료로 시설을 완비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예 지혈을 누룬다. 가라 앉으라고 말이다.
공무원들은 역사공부를 잘해야 가능하다는 비중을 가져야 된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재이며 유명한관광지로 대성할만한
자질을 가진 이곳에 초칠도 유분수다.
지방자치단체는 하루속히 이를 수정하여 복원 해야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몸이 힘이 있겠는가 현자가 이를 일으켜 세워야함이 마땅하다
진짜 욕 나올라 그런다
부석사 입구옆에 친구하나가 식당을 운영하는데
언체서 음식이 넘어가기나 하겠는가 .관광식당도 베리고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와 그냥가볍게 인사만 하거나 스치게 되고
주차장을 보고는 눈 질끔감고 그냥 지나가곤한다
정말 개인적으로 너무 유감스러운 풍경이고 , 인맥조성을
위해 저녁때 술자리 연연치 말고 조금 정서를 가졌으면 싶다
그러나 훈장탈만한 모습도 보인다
그것은 도열한 은행나무의 조성이다. 늦가을 황금색으로
동참한 서방의 명암에 동참한 의식의 적절한 배치인것이다
이를 발상하신 분께 감사함을 올린다.
지금은 페허가 된 여주의 고달사지 터 를 방문한적이 있다
거기에는 새빨간 딸기가 주종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빨간열매가 잘 된다는것은 땅에 화 기가 있다는것이다.
기혈이 가볍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혈을 눌러야 하는 석재만
존재하는 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볼수가 있다
이곳은 신라시대때 아주 거대한 사찰이였음을 여실히 증명하고있다
그러나군데 군데 이름모를 비석들만 육중하게 서있으나
절터의 건물형태는 없다. 다 불에타 없어진 형태이고 보면
흙색이 불에탄 재색인것을 볼수가 있다.
화산지역이거나 큰불이 자주 일어난곳임을 알수있었다
혁명도 없었고 전쟁의 상처흔적도 없는 이 사찰은 이렇듯
페허가 되어있고 기혈을 누루고 있는 거북이 비석 등
육중한 석조형만 건재하게 존재하고 있는것처럼. 이런곳은
지혈을 눌러야 한다 그러나 부석은 지혈을 뜨도록 만들어야 하는것이다
이러한 비유라면 이해가 갈려는지 모르겠다. 전문가의 수준은
아니므로 개의할필요는 없겠다
진실한 선객은 새벽을 논하지 않는다
마냥 황혼에 맞서 가변운지를 논해야 하는 법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지경으로 정좌하고 있는 부석사가
바로 우리고향 산천을 포함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또한 의상대사의 유학여정중에 대도를 위하여 포기했던
아름다운 선혜낭자의 아수운 인연을 소중히 하고 부석사의
배에 태웠다. 가장 인간적인 사랑마져 포용하고 최상의
도 를 실현하고자 한 의상대사의 의지를 나타낸것이다
이러한 천년고찰에 그것도 세계사에 비해 너무나 독창적인
보고가 이곳말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않는다
세상을 연좌하고 가장높게 드러내는 서방의 진세계 부석사는
이렇게 세상속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감추고 있는것이다
봉황은 아무밭에 앉지 않는 법이다
갈길이 멀다고 질러가지 말라는 식의 외길로 향한 일주문의 모습
진지한 성역이 바로 부석사라는 사실!
사랑이란것 역시 어디에든 변하지 않고 있었다
의상대사 와 선혜낭자의 사랑은 진정으로
사나이 다운 멋진남자 이고 법계를 정복한 인간시대의 왕자였다
시대가 지난 지금에 와 있는 나 역시 그분을 충분히 경배하고자 한다 법정스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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