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白日)은 서산에 지고 황하(黃河)는 동해로 들고
고금 영웅은 북망(北邙)으로 든단말가
두어라 물유성쇠(物有盛衰)니 한할 줄이 있으랴 - 최충 -
해는 떠서 항상 서산으로 넘어가고
황하의 물은 언제나 동쪽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뭇 영웅들은 예나 지금이나 때가 되면 죽음의 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냐
아! 세상 만물이 성하면 쇠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니
슬퍼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최충은 고려 성종때 사람으로 강한 정치적 신념으로 백성을
생각하고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던 충신이었다. 교육에 남다
른 뜻이 있어 재산을 털어 학사(學舍)를 지었으니, 그것이
구재학사(九齋學舍)이다.
그의 작품은 많았지만 대부분 소실되고 위의 글은 몇 편 남
은 시조 가운데 하나이다.
일찍 심어도 가을 늦게야 피어나니 이는
오랫동안 수양을 거듭하는 군자의 덕행과 같다.
비바람 눈서리에도 꽃은 떨어지지 아니하니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지조 높은 열사의 절개와도 같다.
옛날 진(晋)나라 때 국화를 몹시 사랑했던 도연명 같은
절게 높은 이를 지금 세상에는 볼 수 없으니 이를 슬퍼한다.
성여완은 고려말의 문신으로 호는 이헌, 본관은 창녕으로 공
민왕때 민부상서를 지냈다. 공양왕을 폐위하고 이성계가 등극
하자 포천의 왕방산으로 들어갔으며 이때 고려의 멸망을 보고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은 새 왕조 이씨조선에 벼
슬하지 않겠다는 절의의 표현이었으며 결국 이들은 불에 타
죽임을 당하였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태조가 회유책으로 그에게 검교문하시중 창녕부원군에 봉하였
으나 거절하였다고 한다.
임반 설중고죽 반갑고 반가왜라
묻나니 고죽아 고죽군의 네 어떤닌
수양산 만고청풍에 이제 본 듯 하여라 - 서견 -
바위 두둑에 쌓인 눈에 고고하게 서 있는 대나무,
반갑기도 반가워라
대나무야, 너에게 묻노니, 그 옛날 은(殷)나라가 망할 무렵
백이와 숙제의 아버지였던 고죽군이 네가 보기에는 어떻더냐?
너 대나무를 보니 그 고죽군의 아들인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가 절개를 지킨 만고에 빛나는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하구나.
서견은 고려말의 문신, 정몽주가 피살되고 이성계와 정도전이
실권을 장악하자 유배되었다가 풀려났으나 다시 벼슬에 나가지
않고 숨어 살면서 절개를 지켰다 한다.
초에서 일어난 범같이 날래고 사나운 항우와
패에서 일어난 용같은 유방이 맞붙어 천하를
차지하려 싸우는 그 기세는 참으로 장하기도 하구나
이런 와중에 나라를 잃어 외로운 사슴의 신세가 된
진나라의 마지막 임금 자영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구나
위 글은 중국의 역사에서 그 시재를 빌려 고려말의 모습을
비유한 글이다. 아마도 항우와 유방을 이성계 일파의 기세로
쫓기는 진나라 마지막 왕은 몰락하는 고려왕조를 나타낸 것
같다.
작자 이지란은 생애를 전쟁터에서 보낸 사람으로 이성계와는
결의 형제를 맺고 이성계의 부장이 되어 형제애로서 전쟁터
에서 고락을 함께 했다고 한다.
개국공신이 되어 1,2차 왕자의 난에서도 공을 세워 벼슬도
높았으나 만년에 싸움터에서 살상을 많이 한 것을 크게 뉘우
쳐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다고 한다.
자라야 자라야
너도 엄마를 잃었느냐
나도 엄마를 잃었구나
내 너를 삶아 먹을 것이로되
너와 나는 같은처지
너를 놓아 주노라 - 길재 -
우리에게 생소한 시조이다. 길재의 대표적인 시조로는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서니..>로 시작하는
태평하던 지난날 고려왕조에 대한 허탈한 마음을 보여주는
회고가가 있다.
위의 글은 어버지가 전출되어 갈 때 박봉으로 어머니만 함께
가고 그는 외가에 남아 외롭게 지내며 쓴 글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석별가(石鼈-자라)로 지어 부르니 보는
사람들이 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길재는 공민왕 2년 군수 김원진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호는
야은으로 천품이 영민하고 지혜가 슬기로웠으며 효성이 지극
하였다.
이성계의 천하가 되자 앞날을 걱정하여 자기 마음을 다음과
같이 읊기도 했다
몸은 비록 남다를 바 없다마는
뜻은 백이 숙제처럼 마치고 싶구나
3년간의 짧은 벼슬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후진양성에
열정을 쏟으며 만년에는 금오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꺾어가며
여생을 보내다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첫댓글 산다 산다 살어야 한 세상 살어 살어 산다하여 아웅다웅 산다고 즐겁더냐 어디 우리도 금오산 들어가 고사리 꺾어 보았으면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