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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북바위에서 성곽 밖엔 동북쪽으로 바라본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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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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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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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지난 여름 금성산성 북바위에서 남 선배님이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금성산성은 철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지만, 그래도 가을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 나라 그 어느 산 못지 않게 아름다워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고 말입니다. 아니 그 이전 겨울 산행에서도 금성산성의 가을 단풍을 강조했던 기억이 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남도의 가을이 자꾸 살 속에 파고드는데, 단풍은 급속도로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호남 천지를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자꾸 남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 이제는 물들었을까 하는 조바심, 혹시 단풍이 다 져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전전 긍긍하다가 드디어 30일(일) 오후 아내와 함께 광주에서 전남 담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여름에 ‘산인가 성인가’라는 전남 담양에 있는 금성산성을 소개한 기사를 썼습니다. 하여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냥 단풍만 보고 오지 절대 기사화 해서 소문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단풍을 보고오자 쓰고 싶은 충동을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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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관문인 외남문도 가을을 어쩌지는 못하는가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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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가을의 단풍이 너무 좋다던 남 선배의 말을 더듬으며, 오후 1:40에 주차장에서 금성산성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40여분 오르니 금성산성 외남문이 올라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산성 주변에는 울긋불긋 나무들이 치장을 하고 있었고, 길쭉하게 뻗은 외남문은 멀리 추월산과 담양댐까지 그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남문에서부터 약 6.5km의 성곽을 일주하는 길이 바로 금성산의 능선을 일주하는 길과 같습니다. 우선 동자암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지난 주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3명의 동자승과 그 부모의 삶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빡빡 깍은 동자승 세 명이 더욱 즐겁게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무슨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풍의 진면목은 나무들 사이에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들인데, 사실상 사진으로는 그 신선한 붉음을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역시 인간의 눈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사진기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까요.
남문에서 동문으로 나아가는 길에 늘어선 단풍나무의 붉은 미소는 몇 번이나 강조하며 주장했던 그 선배의 얼굴로 바뀌었습니다. 금성산성에서 볼 수 있는 단풍의 진면목은 동문에서부터 북바위 - 연대봉 - 북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성 안쪽이 아니라 성 바깥쪽의 능선들에 펼쳐진 단풍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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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시작하는 단풍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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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늘 그렇듯이 모든 일에 항상 정확한 시간을 맞추어 시행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더구나 단풍이 가장 절정인 시기를 맞추어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요. 때를 조금 일찍 택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완숙기의 단풍보다는 불붙기 시작한 단풍의 매력 또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북바위에서 동북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이 강천산입니다. 강천산의 계곡과 능선엔 붉은 물결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산들의 단풍이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모두 똑같이 아름답다면 단풍으로 이름 난 산이 있겠어요. 설악산, 지리산 피아골, 내장산, 백양사 단풍은 그 유명세 답게 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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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능선에 물든 단풍이 한 달 동안 멈추어 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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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헌데 이 금성산성에서 바라보는 강천산의 모습은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다른 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운대봉이라고도 붙여진 북바위에 앉아서 사방에 펼쳐진 단풍은 황홀하였습니다. 이 단풍이 그대로 한 달 동안 멈추어 있다면, 나는 북바위에 한 달 동안 그대로 앉아 있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단풍의 경치가 꿈에 나타날 것 같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렇지요. 꿈 속에서 본 모습들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만 보이지요. 물론 무서운 꿈도 있겠지만. 가장 그리운 얼굴들이 꿈에 보이고, 가장 먹고 싶은 음식들을 꿈 속에서 먹고, 가장 친한 가족들이 꿈속에 나타나지요.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꿈속에 나타날 것 같은 경치라고 했는지 짐작이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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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든지 단풍이 없는 곳이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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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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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 능선을 한 바퀴 돌지 않을 수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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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북바위에 앉아 단풍의 절경에 취하다가 아쉬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금성산상에서 가장 높은 연대봉(605m)에 올랐습니다. 성곽 안쪽은 아직도 푸른빛이 많이 돌고 있었지만 성곽 밖인 동북쪽의 비탈면들은 더욱 붉은 기운이 뻗어 있었습니다.
때마침 한 줄기 돌풍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돌풍을 따라 단풍잎들이 솟구쳐 올라 단풍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솟아올라 빙빙 소용돌이치는 단풍잎들 사이로 참새 떼들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단풍잎이 날아 오르는 것인지, 참새 떼들이 날아 오르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하늘엔 온통 붉은 점들이 가득했습니다.
오후 4시, 북문에 도착했습니다. 남문에서 동문 - 북문에 당도하면 내리막길입니다. 계곡에 서문이 있는데, 이처럼 금성산성은 해발 500m 정도의 산 능선을 따라 쌓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외성 안쪽에 관아가 자리잡고 있었던 내성이 또 쌓여져 있어서 금성산성은 독특한 성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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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담양댐과 추월산은 선경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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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북문쪽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선경이었습니다. 계곡엔 담양댐이 자리잡고 있어서 골골에 하얀 물줄기가 늘어져 있었고, 그 위에 추월산 능선이 한없이 뻗어 있어서 이곳 금성산성과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멀리 추월산에도 단풍들의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남 선배가 그렇게 칭찬했던 금성산성의 단풍은 남문에서부터 동문 북문에 이르기까지 성곽 밖으로 병풍처럼 빙 둘러 있었습니다. 북문에서 급경사로 내려가면 서문이 나옵니다. 서문은 군사적으로 가장 취약지기 때문에 성곽이 더 튼튼하게 쌓여져 있었습니다. 즉, 성벽의 너비 3.5~4m로 내외에 일정한 간격으로 1~3단 정도의 보축을 다시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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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은 어디 빨강만 있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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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서문에서 다시 철마봉(475m)에 오르는 길은 가파릅니다. 철마봉에 오르면 담양읍의 모습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석양에 흩어진 논들이 흰 빛으로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논에 설치한 비닐하우스 모습들인 것 같습니다. 가을걷이가 끝이 난 텅 빈 논도 흰 빛으로 반짝입니다.
이렇게 고려시대에 축조되었고, 임진왜란 때 의병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금성산성을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다시 내려가야만 하는 아쉬움 때문에 발길이 더디어 갑니다. 저 멀리 삼인산에서 떨어지는 햇살이 담양읍을 부챗살처럼 비치고 있었습니다. 불붙듯이 피어난 금성산성의 단풍으로 이번 한 주간 내내 꿈과 같은 삶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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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산성에서 본 단풍을 소문내지 말아야 하는데..... | |
첫댓글 정말로 이대로 한 달만 멈추어져 있다면...소문내지 말아야지...^^
정말로 확 빠져 버리겠네. 저 단풍 숲, 산, 물. 정비석의 <산정무한>을 다시 한 번 읽어 보다.
늦 여름에 더워서 못 올라가고 담양호를 그경하고 부안으로 달렸는데.... 얼마전 티브에 "인간극장"?? 이곳이 주무대 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