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5. 물날. 날씨: 비온 뒤라 찬 기운이 돌 지 알았는데 화창하고 따스운 편이다.
아침열기-대안교육 법제화 공부-점심-청소-소방관 안전교육-마침회-초등대표교사모임
<대안학교 차별
×>
4학년과 5학년이 함께 사는 날이다. 함께 우면산 숲길을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에 5분 축구를 했다. 고무공으로 하니 누가 크게 다칠 일이
없어 더 좋다. 산책길에서, 축구하다가 한 아이에게 선생 말에 귀 기울일 것을 부탁했다. 모두 안전에 관한 일이라 자꾸 반복해준다. 아침 나절
공부는 글쓰기 시간인데 제천간디 다니는 5기 졸업생 자현이와 친구가 모교로 찾아와 초등학생들에게 대안교육 법제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월부터 준비한 계획이라 자현이가 영상 자료를 만들어와서 높은 학년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문제 맞히기를 해서 아이들에게 사탕도 준다.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가방이나 가슴에 달 수 있는 표식에 배운 내용을 담은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이끈다. 아침 일찍 와서 6학년과 먼저
간담회도 해주고, 잠깐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보니 정말 다 자랐다 싶다.
농담으로 "자현아 아버지 형편이 어려워서 그렇기 치마 천이 짧은 거니? 아버지에게 옷 좀 사달라고 해. 치마 길이가 짧아서
춥겠다."
"선생님 더 비싸요. 하하."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자현이를 보자마자 "언니 진짜 예뻐요." 환호성을 지른다. 한창 멋을 낼 때라 정말 예쁘게 잘 자랐다.
"자현아 오늘 설명을 들어보니 선생님 해도 되겠다. 어떠니?"
웃으며 한 마디로 "아니에요." 하는데 싫지 않은 표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학교를 졸업해서 다시 모교에 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걸
보니 감격스럽다. 다다음주에는 2기 졸업생 재명이가 학교에 와서 하루 지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고맙게도 '대안교육' 연구자를 꿈꾸며 여러
대안학교 체험을 하는 중이란다. 본디 자연속학교에 자원교사로 따라 올 계획이었는데 다른 곳 체험 일정 때문에 하루만 살게 되어 아쉽지만 그저
좋기만 하다. 우리 아이를 모두 중등학교에서도 잘 자라고 있구나 싶어 고맙기만 하다.
자현이 덕분에 아이들에게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되었다. 교실로 돌아와 글쓰기를 하는데 자연스레 대안교육과
대안학교를 알리는 글과 대안학교와 제도권 학교를 차별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똑같이 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주장글이 됐다.
2014.
4. 15. 수요일
<대안학교 차별 ×
>
대안학교라고 놀기만 하는 학교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거다.
대안학교에서는
공부도 자유롭고 그렇다고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배울 건 다
배운다.
역사,
수학,
음악......
그래서
일반학교와 대안학교는 하는 건 달라도 일반학교에서 하는 것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차별하면 안 된다.
<대안학교도 일반학교 축구대회에 참가할
권리를 달라>
우리 대안학교도 일반학교 축구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저는 꿈이
축구선수인 맑은샘학교 5학년 누리샘
박성범입니다.
비록 실력과
사람 수는 적지만 그냥 축구대회에 나가고 싶은 것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엄연한 축구선수입니다.
그다음 우리가
연습할 수 있게 필요 없는 공원 같은 데에 축구장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대안학교는 놀기만 하지 않아요.
내 친구
서민주는 만나는 사람이 대안학교는 노는 학교라고 그러는데 내 사촌누나,
형은
대안학교에 다니고 싶다 그랬습니다.
그 까닭은
일반학교는 답답하고 공부만 해서 그렇다 했습니다.
시험도 싫고
그래서 싫다 했습니다.
그러니
대안학교도 엄연한 학교입니다.
대안학교도
공부는 많이 합니다.
그만큼 노는
것 뿐입니다.
<대안교육 법제화>
오늘 대안교육 법제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에선
우리를 나라에서 인가를 해주지 않는 ‘미인가초등학교’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를
나라에 등록을 하지 않는 ‘비인가 초등학교’라고 한다.
우리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려는 게 아니다.
지원을 받으면
정부가 정한 대로 공부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공부한다.
흔히 사람들은 대안학교란 뒤떨어지는
애들이 가는 학교,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 가는 학교라고 안다.
하지만 우린
똑같이 공부한다.
우리 학교에선
밥짓기,
설거지,
청소,
빨래도
배운다.
나는 어른이 될
거다.
내 딸,
아들한테
맛있는 것도 해주고,
설거지도 할
거다.
내가 앞으로
할 일을 배우는 것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자기 앞가림
하나 스스로 못한다면 제대로 배우고 있는 걸까?
도 우리
어머니보다 할머니가 더 요리를 잘한다.
대부분 가정은
그렇다.
어머니는
할머니를 보고 배웠다.
나도
어머니처럼 할머니처럼 앞가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린
그런 걸 배운다.
우리 학교 일부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고 판단하면 좋겠다.
<대안교육 법제화>
(오늘 대안교육 법제화 이야기를
제천간디에서 와서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다.
나는 1학년 때부터 이 학교에
다녔다.
나는 잘
몰랐지만 조금 나이를 먹으니 대안학교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대안학교는 다른 학교 못지않게 공부도 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놀아서 좋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대안학교라고 하면 약간 몸이 불편한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혀
그런 학교가 아니다.
우리는
비인가다.
그런데
정부(교육부)에서는 우리를 미인가로
한다.
우리는 왜
어떤 틀에서만 자라야 하고,
그 틀 안에서
있지 않으면 우리는 학생이 아닌 줄 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학교와는
조금 다른 공부를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은 다 할 수 있다.
요금 애들은
우리가 하는 빨래,
밥짓기,
설거지 따위도
잘 못한다.
나는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잘 하면 잘 지낼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정해진 대로 공부를 안 하면 안 된다고 그러는데,
며칠만 이
학교에 와서 살면 마음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대안학교를 인정해주고,
우리도
학생이라고 해줘야 한다.
우리도 다른
학생들과 같은 학생이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아주 훌륭한 선생님들이다!
그러니
지원해줘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게 지내게 해줘야 한다!
낮에는 세월호 추모 주간에 실천하는 안전교육을 소방서 소방관들이 와서 했다. 그런데 본디 계획한 것과 달리 담당자가 오지 않고 다른
분들이 와서 제대로 되지 못해 아쉽다. 소화기를 뿌리는 것만 익힌 셈인데 다음에 소방서에서 다시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겠다. 교육이 일찍 끝나
자유 놀이를 하다 3시쯤 4,5학년 마침회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할 말이 많다. 맑은샘회의 날이라 할 말이 많았는데 안전교육 때문에 하지
못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40분 넘게 서로에게 부탁이나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했다. 가장 많은 말은 동무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하지 말라는 거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1학년에게 부탁하는 말부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니 40분 넘는 시간을 지루해 하지도
않고 진지하다. 평소같으면 장난치고 몸이 꼬일텐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집중하는 힘이 나온다. 글쓰기는 아이들이 정직하게 말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다. 말이 먼저요 글은 다음이다. 언제나 맺힌 것 없이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서로 삶을 가꾸는 것이
그대로 글로 이어지는 교육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정신임을 아이들은 이렇게 날마다 보여준다. 아이들이 들려준 말을 꼬박 기록만 하는데 준비한
종이에 아이들 말이 가득하다. 선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까지 교사마침회에서 그대로 전했다. 언제나 정직하게 말을 하는 우리 아이들이 고맙다.
아이들 말과 글에서 선생이 할 일을 찾고 애쓸 것을 찾으니 아이들이야말로 선생의 스승이 분명하다. 선생이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아이들은 서로 말을 하며 서로를 가꾸고 선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이들 세상에서 아이들 힘으로 풀어가도록 돕는 것이 첫째요,
알게모르게 그런 힘을 길러주는 것이 선생들이기에 살필 게 많다. 아이들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경계에 서 있는 순간, 개입의 순간들이 오롯이
배움의 과정임을. 사실 아이들을 굳게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선생이 할 일의 다인 것을.
저녁에는 서울에서 수도권 대안학교 초등대표교사 모임이 있었다. 13개 학교 대표교사들이 모이니 늘 할 이야기는 많다.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대안교육운동을 펼치는 든든한 동지들이다. 많은 다른 학교들의 경험에서 배우고, 우리를 객관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소중함을 깨닫는다.
첫댓글 왜 아이들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질까요? 이쁘고 대견하고..
참 아이들이 대견하네요. 저도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