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물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산화탄소, 체취, 체온, 옷 색깔 등이 유인
같은 공간에 있어도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과 잘 물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모기가 사람을 찾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다. 모기가 피를 빠는 이유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 때문이다. 모기 중에서도 산란기의 암컷 모기만이 피를 빤다. 피 속에 들어있는 철분과 단백질이 모기 알을 성숙시키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기의 후각 수용체는 이산화탄소와 사람의 체취를 감지한다. ⓒ ETH Zurich / CDC, James Gathany
과학자들은 어떻게 암컷 모기가 사람에게 접근하고 피를 빠는지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연구는 모기에 3차원 위치 추적기를 달아 관찰한 플로리스 반 브뤼겔 박사의 실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브뤼겔 박사와 연구진은 2만 번 이상 모기를 날리며 모기가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모기가 멀리서 이산화탄소와 체취를 감지하여 가까이 다가간 뒤, 시각적 움직임을 통해 대상을 선별하고, 1m 이내에서 체취와 함께 열과 습기를 감지해 착륙 위치를 선정한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밝혔다.
연구에서도 밝혔듯, 모기가 사람을 찾는 첫 번째 단서는 이산화탄소다. 모기는 50m 밖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쉽게 흩어지므로 모기는 지그재그로 비행하며 이를 추적한다.
즉,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사람일수록 모기의 주 표적이 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신진대사가 높은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임산부 또는 어린아이, 몸집이 큰 사람일수록 신진대사가 높다. 또한 활동량이 많거나 알코올을 마시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모기에 잘 물린다.
모기는 이산화탄소 외에 시각적 움직임을 감지해 목표 대상을 탐색한다. 모기의 시력은 매우 나쁜 근시로, 1m 내의 근접한 물체만이 구분할 수 있다. 주변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물체에 접근한 뒤, 체취를 맡거나 체온을 감지해 최종 착륙 위치를 선정한다.
모기는 시력이 나쁘지만 선호하는 특정 색깔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로리아 대학의 의학 곤충학자인 조나단 데이 박사는 모기가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깔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모기는 검은색, 곤색, 빨간색과 같은 어두운 계열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입고 있는 옷의 색깔도 모기를 이끄는 미세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사람 고유의 체취 역시 모기의 선호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체취는 피부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박테리아가 분해해 생긴 물질에서 나온다. 젖산을 포함해 요산, 암모니아, 지방산 등 400여 가지의 화합물이 모기를 유인한다. 특이한 점은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은 다른 모기를 더 잘 끌어들일 수 있도록 체취가 변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신 사람은 모기에 더 잘 물리는데, 체내에 흡수된 술이 분해되며 생기는 요산과 암모니아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온이 높은 사람은 젖산을 비롯해 휘발성 화합물을 더 많이 내뿜어 표적이 되기 쉽다.
모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냄새도 있다. 1995년 네덜란드의 바허닝언 농업대학의 실험에서 모기가 발 냄새를 좋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험 참가자가 속옷만 입고 모기와 밀폐된 공간에 있었을 때, 모기 대부분이 발로 모여든 것이다.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인 감비아 학질모기는 ‘림버거 치즈’의 독특한 향에 끌린다. 림버거 치즈의 향을 내는 박테리아는 우리 발가락 사이의 세균과 관련 있다.
모기의 선호는 사람의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모기에 비슷하게 물렸지만, 50%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들은 모기에 물린 정도가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 세계 모기과의 종류는 무려 3500여 종이 넘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기 연구는 특정 ‘종’에 한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몇몇 종에 관한 연구 결과를 모든 종에 일반화해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