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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하다보니 내용이 긴것 같네요..^^;;
#종주를 시작하며,
크리스마스!! 어찌보면 단지 남의 생일일 뿐인데 왜 매년마다 점점 더 초라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건지 ㅋㅋ
또박이와 함께하는 올해는 색다른 경험을 계획해봅니다.
비슷한 처지의 산우들에게 한줄 메모로 떡밥한번 던져보고, 안타까움과 탄식을 수시로 들었지만 이내 공지가 올라오자
하나둘 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장기간 원정 산행은 첨인지라 출발 몇주전부터 살것이 많습니다.
종로5가를 뒤져 가방부터 스패츠까지 하나둘 마련하니 통장잔고가 벌써부터 바닥이요.. 담달 카드값은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젊었을때 꼭 해봐야 한다는 지리산 종주, 전국 어느산이든 오를수있는 관문같다는 종주를 하게 되니 아깝지만은 않습니다.
헤드까지 60리터, 등에 짊어지고 용산행 전철을 오르니 살짝 부끄럽습니다.
조만한 명품백같은 가방에 츄리닝차림으로 성주산에 오르던 나의 첫모습을 기억하는 오리알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지라 길거리 언니들의 복장이 예쁩니다. 현란한 이브날의 밤 사이로 짤순이 만한 가방을 멘 이들이 용산역에 하나둘 모입니다.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한 1명을 제외하고 2박 4일동안 함께할 7명이 구례구행 열차에 오릅니다.
열차안은 지리산으로 향하는 이들로 벅적입니다. 드뎌 내가 하는구나, 뿌듯함과 약간의 두려움이 스칩니다.
화개장터와 같은 벅적함 속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일행은 눈을 부칩니다.
#성삼재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
눈이 올까 걱정을 하였는데, 날씨가 무지 좋습니다. 새벽 찬공기가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성삼재로 향하는 콜밴에 짐을 싣고 수분정도 가다가 오리알을 내려줍니다. 화대종주가 목표인지라 화엄사에서부터 올라오겠다 합니다.
나머지 일행은 성삼재에서 출발채비를 합니다. 가방끈 조절부터 헤드랜턴 사용까지 아직은 서툰게 더 많습니다.
완만한 경사를 타고 노고단을 향합니다. 출발후 1시간정도 뒤에 노고단에 도착합니다.
12년전 종주를 목표로 이곳에 왔었습니다.
돼지고기 6근을 폭우에 떠내려보내고 "내고기~"를 외쳤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노고단에서 아침준비를 합니다.
코펠밥 솜씨를 자랑하던 몽돌옵의 아침밥을 기대했지만 고지대를 감안하지 못해서인가요?? 떡이된 밥에 살짝 실망하며 담을 기대해봅니다.
첫 식사부터 만찬입니다. 갖가지 반찬과 고기!!
아주 맛난 식사에 커피한잔까지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조금씩 동이 터오고 일행은 걷기 시작합니다. 2.7Km를 걸어 피아골 삼거리 또 그렇게 걸어 노루목에 당도합니다.
화엄사에서 출발했던 오리알은 어느새 함께하고 있고, 반야봉에 오를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종주코스에서 일부러 가지 않으면 오를기회가 없다는 의견, 시간관계상 패스하자는 의견.
꼭 가야하는가 반신반의하지만 누군가 살짝 부추기니 가방을 내려놓고 곧 오르기 시작합니다.
반야봉 정상에서 보는 지리산의 풍경은 또한 그림입니다.
날씨까지 좋아 굽이굽이 능선길이 저멀리 끝임없이 이어집니다.
복잡한 서울살이를 조금씩 내려놓고 능선길을 따라 흐르는 좋은 풍경과 탁트인 산야를 맘에 담습니다.
연하천 대피소로 향하는 길에 눈바람을 만납니다.
산속의 날씨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방금전까지 환한 해를 보았는데, 눈바람이라뇨..
토끼봉은 뒤에 우리가 넘었던 그 어떤 봉우리보다 힘이듭니다. 가도가도 오르막이요, 눈바람속에서 얼굴이 따갑습니다.
눈바람 때문일까요? 일행의 맘이 조급한가봅니다. 연하천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서둘러 벽소령으로 향합니다.
연하천과 벽소령 사이에는 형제봉이라는 난관이 있습니다.
봉우리가 두개라 형제봉이지 않겠냐는 오리알의 생각은 토끼봉을 겪었던 우리에게 힘겨움으로 느껴집니다.
일행은 묵묵히 걷습니다. 다행히 형제봉은 봉우리가 두개가 아니라 형제바위가 나란히 있어서입니다.
연하천에서 고수 용가리의 장비사용 내림을 받은 칸쵸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초반 후미에서 지지부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70리터 가방을 메고 삼도봉-형제봉-벽소령 주능성을 붕붕 날라다닙니다.
차세대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반야봉을 다녀온 1시간을 포함하면 예정에 딱맞게 6시경 벽소령에 도착합니다.
예약을 해둔터라 벽소령의 밤은 편안합니다.
자리를 배정받고 복잡한 취사장 틈새에서 우리는 또 고기를 먹습니다.
평소에 못먹던 고기라 그런지,ㅋㅋ 난방이 따뜻하지 않아서인지 배탈이 난것 빼곤 내인생 처음인 대피소에서의 첫밤은 기대이상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릴때 들리던 나무 계단의 삐걱거림도 구석구석 축축한 장비들을 말리는 산객들의 모습도 내겐 너무 새롭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을지 모를 그들이지만 지금 이곳에서 모든 세상사를 뒤로한채 같은 자연과 산과 공기를 함께 나두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벽소령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둘째날은 산행시간도 산행구간에도 여유가 있습니다.
전날 발이 불편했던 루시퍼를 챙기며 둘째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제의 지친몸이 행여 오늘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몸도 마음을 알아차린 탓인지 산행하기에 컨디션이 나쁘지 않습니다.
덕평봉-칠선봉-영신봉,
세석까지는 세봉우리를 넘어야하는데 세석까지의 길이 고단하지 않아서였는지 지금 되새겨보니 긴 계단외에는 그리 기억에 남는것이 없습니다.
가기전 지리산에 대해 공부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건 고단하지 않아서 뿐아니라 지식이 짧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사연없는 것이 없을진데,
이렇게 몸만을 움직여 가뿐히 넘어가기엔 오랜시간 깍고 다듬어 만들어 낸 그들 모습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신봉과 촛대봉사이 고원지형에 자리하고 있다는 세석평전에 그림같은 세석산장이 있습니다.
봉과 봉사이 너른 들판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세석산장은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바람한점 없는 겨울날씨에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세석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햇볕 좋은곳에 젖은 장갑을 말리며, 한참을 넓은 초원을 바라봅니다.
35년을 살아온 일상이 단지 이틀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너무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마치 산사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ㅋㅋ
천천히 장비를 챙기며 장터목으로 향합니다. 다들 속도가 붙어서인지 지금처럼 달린다면 4시도 안되어 장터목에 도착할 듯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부려봅니다.
이마트 봉지에 스폰지 방석을 넣어 초간단 눈썰매를 만듭니다.
구간구간 자연설이 만들어낸 눈썰매장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봅니다.
첨타는 눈썰매인지라 너무 재밌습니다. 까르르~ 웃음이 절로 나오고 눈이 쌓인 구간은 그냥 걷기에 아까운 생각까지 듭니다.
이제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장터목입니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바람안드는 양지바른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가방에서 행동식들을 꺼내고 그러면 안되지만 욕심을 부려 커피물을 올립니다.
맑은 하늘에 구름과 어우리전 능선길들, 끊없이 펼쳐져 바다를 이루는 수많은 봉우리,
전망이 탁트인 이곳에서 커피한잔 마시면 수애도 동건이도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백무동 함양사람들과 중산리 산청사람들의 물물교환 장소에서 유래됐다는 장터목이라는 곳, 장터목대피소에 도달했습니다.
사방으로 다 뚫려있는 곳이 장이 설만 합니다.
왼쪽을 돌려도 오른쪽을 돌려도 이만한 전경이 없습니다.
산장 앞뜰에 두팔을 벌려 칼바람을 맞아봅니다.
몸속까지 에이는 칼바람이 이리도 시원할 수 없습니다.
벅찬 기분에 소리도 지르고 몸속 안좋았던 모든 것을 토해내고 몸 구석구석 지리산 바람을, 또 지리산 정기를 담습니다.
용가리가 손끝으로 무지개를 가리킵니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오후 무지개는 다음날 맑은 날씨를 예견하는 것이랍니다.
이틀간의 긴여정을 마치며, 바라보는 석양이 너무 편안합니다.
바람이 차갑긴 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좋은 풍경으로 참을만 했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은 산장이라 잠자리 마련이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여자 잠자리가 정해지고 안도하는 남자들 모습에,
남자들의 자리 배정시간에 자리를 못떴던 여자들의 모습에 따뜻한 산우애가 느껴집니다.
쌀을 벽소령에 두고 온지라 쌀을 얻으러 다닙니다.
자연속에서라 그런지 술빼고는 인심들이 후합니다. ㅋㅋ
저녁시간에도 끊이지 않는 고기반찬,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몽돌옵의 코펠밥, 또 한상 가득합니다.
속이 불편해 한술뜨고 자리를 떳던 저와 달리 나머지 일행들은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산장 앞뜰에서 술상을 벌입니다.
땅과 맞닿을 듯이 가까운 밤하늘에 수없이 펼쳐진 별들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며, 또 귀하디 귀하다던 쟈스민 언니의 애교를 보며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갔을 거라 생각됩니다. (나만빼고 쳇~)
#천왕봉과 일출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다고들 합니다.
한번에 종주를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1년에 20번 이내 일출을 보기도 쉽지 않다고 하니, 지리산 날씨가 변덕스럽긴 한 모양입니다.
일단 3대까지는 모르겠고, 우리는 현덕, 은덕, 급조한 용덕(용식)이까지 3덕이 모이기는 했습니다.
새벽 6시에 천왕봉으로 출발합니다. 오늘 해뜨는 시간은 7시 36분입니다.
날씨가 맑아 이곳저곳에서 일출을 기대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찍 올라 추위에 떠는 일이 없도록 중간중간 쉬면서 도착시간을 조절합니다. 7시 10분경에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이미 도착하여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고 그곳에서 비박을 하며 아침을 기다린 이들도 있습니다.
간단히 인증샷 한번 날려주고 우리도 좋은 자리를 찾아 일출을 기다립니다.
동녁하늘에 붉은 기운이 여명을 만들고 누군가 "뜬다~" 라고 소리치자 어느새 점점이 조그마한 태양이 고개를 드러냅니다.
천천히 천천히,, 기다린 이들이 애닳도록 천천히 조금씩 모습을 비치는 그 모습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그 순간, 감탄도 잠시 모두들 조용히 일출을 감상합니다.
아마 맘속으로 소원하는 것들을 빌었을 거라 생각되는데,
일행중 누군가는 내년에도 솔로모임 또박이에서 이자리에 함께하길 바랬다고 합니다. 서로들 바라지 않는 소망이지 싶습니다. ㅋㅋ
장터목으로 돌아와 마지막 아침준비를 합니다.
어제 그들이 함께 술을 펐다는 그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바람이 매서운데 시원하고 운치있어 좋답니다. 낭만에 얼어죽을 나이기에 추워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스틱과 돚자리로 바람막이를 치는 용가리와 루시퍼를 보니 뚕~ 눈에 하트가 그려집니다. 음식도 잘하는 용가리를 내년에 꼭
장가보내주겠다고 또 다짐하며 공수표를 날립니다. ㅋㅋ
마지막 아침까지 이리 푸짐할 수가 없습니다.
간밤에 속앓이로 많이 못먹었던 나의 배가 요동을 치더니 마구마구 퍼넣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국물이 내려가니 정말 이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하산과 귀경
애초에 백무동 하산길을 3시간~3시간 30분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일행은 엄청난 속도로 2시간여만에 하산했습니다.
흰우유, 바나나우유, 짜장면, 따뜻한 샤워.....
가장 일상적인 것들이 가장 그리웠던 것일까요..ㅋ 3일간 떠나있었던 속세에 가장 그리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달려갔나 봅니다.
엄청난 하산 속도에도 다친이 없이 무사히 백무동에 도착하여 간단히 막걸리 한사발로 일상에 입성 신고를 합니다.
두번가서 단골(?)이 되버린 쟈스민 언니의 추천 북경반점에서 짜장면과 탕슉~ 짬뽕국물에 빼갈을 먹으며, 3일간의 산속 체험을 마감합니다.
인월에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고 몇시간을 시체처럼 잠이 듭니다.
눈이 내린탓에 고속도로 곳곳이 막혀있었고, 긴여행을 끝내고 내가 살던 그곳으로 가고 있구나 실감이 듭니다.
동서울에 도착해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2박 4일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종주를 마치며
크리스마스를 의미있게 계획했던 만큼 종주에 성공해서 너무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나홀로 집에서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은 동일하였으나, 종주에 대한 기대는 저마다 달랐을 거라 생각됩니다.
함께한 시간이였지만 저마나 다른 감동과 다른 행복을 느꼈을 일행들께 감사한 맘을 전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싶네요..ㅋㅋ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지리산에만 자생하는 나무들을 일일이 찍고 싶었다는 이의 아쉬움,
화대종주를 계획하였지만 팀웍이 흐트러질까 백무동으로 하산한 이의 아쉬움,
지리산 산장에 매료되어 다음엔 모든 산장에서 자보는 지리산 종주 계획을 하는 이의 아쉬움 등등
즐거움 만큼 약간의 아쉬움이 다시 또 지리산에 가게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번엔 더 많은 분들과 또 좋은 기회가 닿길 바라며 크리스마스 지리산 종주후기를 마칩니다.
P.S))
귀한 시간에 벙개를 쳐주시고,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벙짱 몽돌옵,
산행내내 꼬리를 살랭대던 저와 은덕이를 묵묵히 챙겨주신 경주언니,
장금이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감탄을 연발하게 했던 정용이,
화대종주를 이루진 못했지만 팀웍을 위해 함께해서 더 즐거웠던 근호,
산행중 언제나 잘챙겨줘서 오빠같은 용식이,
늘 기둥처럼 든든하고 항상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친구 은덕이 함께한 모든멤버들에게 고맙습니다.
아정말 지리산 후기가 내 가슴속을 요동치게 하는군 마냥 부러울 뿐야 사진보니 선수들이더만,,,
후기 잘 읽고 가고 담에 산행에서 보자규
네네 덕유산에서 볼줄알았는데.. 제가 사정이 생겨서 못가요 담에 봐요
이글 읽으니까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싶은데 ㅋㅋ
그래 담에는 같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