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와 이범수가 형제라고?
그럼 당연히 이범수가 형이겠네....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듣도보지도 못했던 조로증에 걸린 이범수가 동생이란다.
상우(이정재)가 조로증을 조루증으로 들을만큼 생소하기 그지없다.
함께 살부대끼고 살아온 형제도 아니고 동생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배다른 형제란다.
상우가 동생 봉구(이범수)의 존재를 알게된것은 바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부터다.
상우는 어릴적 아버지의 만행(?)으로 인해 아버지를 증오하며 살게된다.
이 증오심은 배다른동생 봉구를 만나게 되면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영화가 칭찬받아야 할부분이 여기에 기인한다.
90년代 들어서부터 한국영화는 가족이 없어져버렸다.
다양화되는 쟝르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인공은 있되 그의 환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문득 떠오르는것이 <비트>에서의 무기력했던 민의 엄마,<친구>준석의 조폭아버지,<마요네즈>의 유별난 어머니 정도다...
사회가 점차적으로 핵가족화되어간지 오래이고 혼자사는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가족을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낳아준 부모와 피를 나눈 형제애는 이제 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정향감독의 <집으로...>가 관객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가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情이 매말라 있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오!브라더스>는 자칫 진부해질수 있는 혈육의 소재를 이정재와 이범수의 능수능란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짜임새있게 전개된다.
특히 12살난 조로증에 걸린 동생 봉구의 독특한 캐릭터를 이범수는 김용화감독이 시나리오구상때부터 이범수를 염두해놓고 썻을만큼
이보다 더 적역은 없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능청스럽고 재치있게 소화해낸다.
사실 충무로에 이범수처럼 밑바닥연기생활을 시작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넘버3>의 조필이 말하듯 진정한 헝그리 정신으로 꿋꿋하게 한길을 고집해온 그이기에 지금의 이범수가 존재하리라~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와의 다른 모습은 앞으로의 배우생활에 <오!브라더스>가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상우역의 이정재또한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많이 탈피해 영화속 캐릭터가 몸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제는 이정재도 이영화를 계기로 진정한 연기파배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보게 된다.
영화가 끝이나고 극장문을 나오면서
자신의 형제가 떠오르는 사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내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