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예창작과 08135017 정보영
1.
바이킹
- 오세베르그호
해로(海路)를 그리며 바이킹은 점점 허공의 리듬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
한다. 빽빽하게 앉은 선원들은 카스테라 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노르망디로
향하는 허름한 돛은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날린다. 뱃머리엔 굳은 표정으로
태양을 주시하고 있는 노르만족 해적. 페인트 칠이 벗겨진 앙상한 회색 칼 쥐
고, 딱딱한 눈망울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추억하고 있다
아나콘다가 목을 조여 오듯, 아지랑이 같은 현기증은 나직이 찾아오지. 죽
음을 향한 함성은 언제나 즐겁지, 시원하지. 카스테라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 같지.
허공을 가르는 경쾌한 파도소리, 선명한 오후의 햇살을 찢는다. 팽팽한 허
공을 향해 늑대처럼 울어대는 선원들, 너울대는 봄바람을 만끽하며 태양을
향해 손을 뻗는다. 출렁이는 바다, 술렁이는 선원들.
신랄하게 조울증 걸린 봄. 리듬을 짓밟는 바이킹은 봄을 四生한다. 죽음이
정점에 다다른 순간, 앞장선 노르만족은 쇳물 같은 눈물을 녹이고 있다. 선
원들은 카스테라를 먹으며 계속 웃고 있고, 견고하게 굴러가는 바퀴는 바이
킹을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아지랑이가 波紋을 이는 찰나, 허공이 카스테라 부스러기로 가득 메워진다.
* 창작동기 : 봄날이 절정에 다다른 최근에 금호패밀리랜드(우치공원)에 산책도 할 겸, 해서 놀러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놀이기구를 타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나는 문득 바이킹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맨 먼저 바이킹 뱃머리에 서 있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바이킹이 문득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출항하는 것 같아 보았다. 바이킹에 탄 사람들 또한 그래보였다. 그런 것을 보며 나는 봄날 놀이공원의 바이킹을 보고 위 시를 쓰게 되었다.
2.
광중(壙中)
강매공원묘지, 초봄 바람이 차다
喪服 입은 喪主의 얼굴은
까칠한 수염으로 수척하다
밀리터리 바지 입은 남자가 오자
바람이 크게 壙中 주변을 휘감는다
흙투성이 청년들이 막소주를
따르며 마시며,
壙中으로 몰려든다
밀리터리 남자가 북을 치자
차가운 북소리 허공을 찢는다
왼쪽 어깨로 춤을 추고 가려무나
어헤여라 달고
검은 머리가 흰 머리 되어
에헤여라 달고
이제나 가면 언제나 오나
에헤여라 달고
청년들은 굵은 장대로 흙을 다진다
喪主는 고개를 숙인다
황토배기는 북소리 장단에 맞춰
굳게 다져지고 다져지고
관은 빛을 잃어가고,
남루(襤褸) 걸치고 黃土를 향해 사라진다
밀리터리 남자는 계속 북을 친다
술 따라라, 다져라,
울어라, 안주 먹어라,
북은 더 힘껏 지상을 울린다
순간, 새떼들이 일제히
남쪽을 향해 망명을 떠난다
희뿌연 산중 앞으로
자유로를 건너가는 차들이
느릿하게 펼쳐진다
* 창작동기 : 얼마전 가장 친한 친구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당장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하였고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함께 있었다. 고양시 일산에 한 묘지 자리에 하관하는 것을 보았다. 모두들 슬퍼하고 있었으며 몇몇들은 농담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신기한 의식(?) 같은 것을 보았고 그 경험과 본 것을 토대로 시를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