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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잠자리는 편한데 소리가 거슬린다. 눈을 뜨니 7시... 짐을 챙기고 복숭아를 한입 베어물었다.
맛있군.
정신은 비몽사몽인데 미각은 살아있다.
기차도착은 앞으로 30분후 ... 꽤 많이 남았다. 창문에 볼을 붙이고 주위풍경을 보며 공상에 빠졌다.
로바니에미행열차는 목적지에 도달했고 주위에 내리는 몇명의 사람들을 따라 나도 내렸다. 바람도 쌩쌩불고 상당히 춥다.
사람도 별로 없고 유령의도시에 온기분은 왜일까.. 음..
일단 여기서 하루를 묵으면서 산타마을도 보고 이동네 구경도 하고 근처에 있는 이나리로 가서 엄청난 라플란드의 자연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멍충하게 계산을 잘못해서 돌아갈 기차를 이미 예약해놓았기에 다음에 오기로
기약했다.
이런식으로 뭔가 하나씩 빼먹어야 다음에 올맛이 나는거다. 역시 나는 합리화의 달인
백야를 보기엔 날씨도 안좋고 날짜도 너무 많이 지났다. 보트타고 순록목장에 가는 프로그램을 들어볼까도 했지만 채 2시간이 안되는 시간에 65유로를 허비하기엔 그동안 내가 너무 방탕하게 생활해왔다. 급격히 떨어지는 통장잔고를 보며 마음을 돌렸었다.
어찌되었든 간에 우선 짐을 맡기려고 코인락커로 향했다. 2유로나하지만 이제는 이동네물가가 놀랍지도 않다. 동전이 없어서 돈을 바꾸려고 주위에 상점을 찾았으나 없다.
무작정 역인포로 향했다. 친절하게도 동전을 바꿔준다. 근데 너무 친절한것일까? 아님 날 바보로 안것일까? 동전을 바꿔주면서 나에게 2유로짜리 동전이 어떤것인지 알려준다.
오호로 내가 그렇게 보인단말이지.
어쨌든 땡쓰 한번 날리고 짐을 보관하고 나왔다. 그나저나 여기 코인락커는 정말 무지하게 크다 .
역을 나와 산타마을을 먼저 향하기로 했다. 정보도 없는 동네 내가 의지하는거라곤 오로지 채 한장이 안되는 정보책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잘못되봐야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진짜?
산타마을 버스시간표를 보니 버스는 20분후에 온다.
버스 시간표
앗 서둘러여겠군
잽싸게 버스타는곳으로 향했다. 물론 그 한장밖에 안되는 책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 그래.. 역바로 옆 버스터미널에서 타면된다고???
무작정 걸었다.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바로 옆도 아니고 길건너 5분거리;)
오 저긴가 보네 어?? 왠 번호들이 많아..
무슨번호에서 타야되지? 어.. 정보를 알려주려면 좀 자세히좀 써주든가... 이거 날 무슨 이동네 주민으로 아는거야;;
도대체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디란 말인가...
일단 버스시간에 맞춰 오는 버스는 다 한번씩 타보기로 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조금있으니 몇명의 원주민들이 번호아래 앉아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내 버스가 오길 기다리는데 도착할시간이 20분이 지났는데도 안온다. 어 뭐야 이책;; 정보가 조금적힌게 아니라 틀린 정보란 말이더냐....
충격;
버스터미널안에는 사람도 없고 이동네 날씨만큼 썰렁하군
한참 어슬렁 거리다 버스터미널뒤에 있는 조그만 버스정거장을 발견했다. 앗.. 가보니 여기서 타는거였다. 번호가 쓰인곳은 시외버스정류장이었고 산타마을버스 타는 곳은 시내버스정류장이었다.
이왕 알려줄 정보였으면 버스터미널뒤에있는 정거장이라고 명시좀 해주지.... 정보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시간표를 보니 10시 10분에 그담 버스가 있다. 시간상으로 한시간정도 남았다. 일단 시내를 구경하고 산타마을로 향할까..
고민하다 그냥 한시간정도 기다렸다 바로 가기로 했다. 날씨가 우울하니 내마음도 우울해진다. 앉아서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구경했다.
얼마지나 버스가 왔다.
저기....
탁.
나같은 여행자가 얼마나 많았으면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산타마을행(5.8유로)으로 끊어준다. 이때 내가 다른곳을 얘기하면 당황하겠지 생각했지만 다른곳은 아는데가 없다...
아무도 없는 텅빈 버스 중간쯤에 앉아 있었다. 버스는 20분간 몇명의 손님을 더 태우고 산타마을로 향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얼마지나 숲으로 가득한 동네를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고 몇분을 가더니 도착하고 순식간에 모든사람들이 내렸다. 잘 정돈된 조그만한 동네. 주위에 그나마 라플란드의 자연을 느낄수 있는 큰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들을 드러내고 있다.
북극권이라.. 이마을에 중심에 arctic circle이 있다.
지도라도 얻어볼까하고 인포로 향했다. 한명이 미리 와 있는데 지도같은 정보를 얻기보다 이사람은 무슨 증명서를 떼고 있었다. 가서 보니 4.2유로에 북극권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입구라굽쇼
발급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너 북극밟은거 내가 인정해줄께 이리 와봐라 는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추억으로 한장 남겨볼까 라는 생각보단 왔다고 인증할만한것이 당연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증명서를 발급받기로 했다.
발급받을꺼야?
어.. 나도 한장 해줄래?
너 한국에서 왔니?
오? 바로 맞추네 천잰데...
잠깐 자 한국어 지도
이런것도 있구나 근데 글씨는 발로 그렸구나..
천재는 악필이라더라
이름을 부르고 공장에서 찍어온 종이 밑에 서명칸에 내이름만 적고 끝이다. 뭐 대단한것이 있을줄 알았지만...
이사람한테 이름을 한글로 써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한국어로 어떻게 쓰는지 물어본다. 한글은 발로 쓰는게 아니라는걸 알려주기위해 궁서체 스타일 굵게 크기 12 으로 내이름을 써주었다.
내성인"김"까지 초현실적으로 그리더니 이내 포기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부활한지 알았다. 지도에 쓰인 한글을 보며 이건 절대 너가 쓴건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증명서를 받고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 드디어 마을로 들어갔다. 엘프들과 거구의 산타할배, 그리고 선물을 만드는 난장이들은 여름이라 휴가에 갔는지 우체국과 산타오피스를 제외하고는 썰렁하다. 겨울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오피스
고마운 스왈로브스x에서 본 풍경 사람이.. ..
물론 살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기념품구경좀 하다 산타나오는 시간에 구라쟁이 산타를 만났다. 원래 시간마다 나오는데 하필 점심시간때문인지는 몰라도 2시간이나 걸렸다.
기념품 가게
자신은 강북을 가봤다느니 불고기를 좋아한다느니 아주 어디서 상투적인것만 배워와서 한국을 자주 가봤다고 립서비스를 날려주신다. 못된것만 배워와서 선량한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거니 .. 떨어질듯 붙어있는 수염단속좀 해주셈.
내나이에 산타무릎에 앉기엔 서로가 민망해지기에 몇마디 대화좀 나누다 나왔다. 사진은 찍으면 안된다고 써있지만 그냥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까 찍으란다. 하지만 별로 찍고 싶지 않았다. 찍을줄 기대한거 같더만 ...ㅋ
구라쟁이 산타와의 짧은 만남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끝났다.
2층에 위치한 스왈로브스x 매장에서 기념품으로 2센트,1센트동전을 주고 있었다. 사람만 많았어도 여러번 받을건데 나말고 딸랑 5명뿐이라 그럴수도 없었다. 게다가 동양인은 나혼자였다.
다른 동전이랑 무슨차인지는 잘모르겠지만 공짜면 받고 보자
원래 이동네는 겨울에는 일본인이 가득가득하다. 일본인이 가지는 산타에 대한 환상때문이랄까. 그래서인지 일본과 로바니에미의 직항노선이 있을정도다. 어쨌든 그많은 일본인도 오늘은 없다.
북극권을 온기념으로 아틱써클좀 밟아보고 혼자 쌩쑈를 했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사람이 워낙 적어서
북극쯤이야 가뿐히 가지
온기념으로 친구와가족에게 엽서를 몇장쓰고 밖을 돌아다녔다. 라플란드의 자연을 조금이나마 느낄수있었다. 산타파크도 가나마나 겠다 생각하고 얼마 후 온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 근처로 돌아왔다.
근처 풍경 . 캠핑도 하나보다
이것으로 이나리를 대신하자.
이제 시내관광을 할차례.
크지 않은 동네이기에 걸어서 관광을 시작했다. 비까지 조금 오는게 너무 춥다. 슈퍼마켓에 있는 온도계는 10을 가리키더니 이내 9로 떨어진다. 단자리의 온도라.
춥다
우선 아르크티쿰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학생 8유로)사실 로바니에미는 그렇게 볼만한게 많지 않은동네이다 .그나마 볼만한게 바로 이곳 .
동네 분위기.. 좀비라도 나오는동네같다...
황량한 동네에 몇안되는 사람들의 기묘한 시선을 받으며 아르크티쿰에 도착했다.
음...
이곳은 전면이 유리로된 건물로 북극권에 관한 자료들이 많은 곳이다.
직접 내가 체험해볼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기구도 있고 간접으로 오로라를 볼수있는 극장시설도 있고 이동네 사람들이 썼던 옷들이며 여러 가지 가 전시되어 있다. 꽤 볼만 했다.
전면 유리의 모습과 누워서 오로라 구경하다가...
곳곳에 있는 방명록에 나의 이름을 당당히 남기며 앞쪽에 한국인이 얼마나 남겼는지 보니 의외로 몇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내어머니 세대의 이름과 동일한걸로 봐서 아무래도 단체로 몇분이 오신거 같았다.
구경을 마치고 이동네에서 좀 번화가라고 하는곳을 갔으나 이건뭐.. 읍내수준이다. 몇군데 구경하다 돌아왔다.
역으로 오는 도중 비가 너무 많이 와 근처 마트로 들어갔다. 꽤 큰 마트가 맘에 든다.
난 정말 마트가 좋다. 물건 구경하다가 배가고파 큼지막한 2유로짜리 닭다리를 하나 사서 나왔다. 벤치에 앉아 먹으려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이놈의 비는 나하고 원수라고 졌는지 내가 뭐좀 할려고 하면 내리고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그치고..
대강 시간을 떼우다 밤기차를 탔다. 하루만에 왔다 갔다 하려니 피곤하기도 했지만 뭐.. 내 실수니까 어쩔수 없다. 사실 남실수라고 해도 어쩔수 없는건 마찬가지지만.
혼자 탈줄 알았던 2인베드실에는 나말고 왠 할아버지가 한분 타셨다. 내가 타고 비가 많이 오는지 비옷을 입고 타셨다.
가볍게 인사를 건넸는데 안받아주신다. 못들은건가? 다시 한번 인사를 했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답은 없다.. 머냐.. 눈빛만으로 통한다 이건가..
후덜덜.. 처음겪는 일에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마음에 여유를 갖고 나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열차가 출발한지 꽤 되었고 어두운 밤도 되었는데 이 할아버지 무섭게 계속 안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
문만 바라보고 서있는다가 가끔실 내 침대쪽을 바라본다. 왜이러실까.. ㄷㄷㄷ... 진짜 떨려서 잠이 안왔다.
바보야.. 너 고작 이정도 밖에 안되었냐? 상대는 할아버지야 쫄지마라고 !! 넌 적어도 태극1장정돈 할수있자나!!
그래 난 태극1장을 할수 있다규 ! 긴장을 늦추지 말자규!
잊지 말자 태극1장
긴장을 하며 고등학교때 배운 태극1장 을 순서대로 생각해보았는데 처음3동작만 생각나고 그다음부터 생각이 안난다. 익.............. 더 무서워졌다.
창밖의 해질무렵 풍경..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었다. 후덜덜..
날이 밝고 간밤에 두려움에 잠을 설쳐서 몸이 참 피곤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 할아버지는 사라지고 없다. 헉... 어디간거야..... 무서운 할아버지
가져온 짐도 없고 마치 어젯밤에 아무도 안들어왔듯이 깨끗하다. 악.. 이런느낌은 처음이다.
서둘러 내렸다. 너무 서둘렀던걸까. 어제 사서 아껴먹으려고 남겨둔 닭다리 반쪽을 남겨놓고 내렸다. ㅠㅠ 악...
헬싱키는 더 돌아볼곳도 없었지만 디가 내일 오기에 어쩔수 없이 오늘까지는 묵어야했다. 아직 안가본 수오멘리나섬이나 가볼까나?
수오멘린나섬은 마켓광장에 있는 배로 한 20분정도 타고 가면 된단다. 이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오멘린나 섬으로 향했다. 요새라고 거창하게 떠들어서 뭔가 웅장해 보일거 같았는데 그냥 한가로운 공원분위기이다.
간혹 있는 대포들만이 요새라는걸 느끼게 해준다. 참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여길 안가고 핀란드여행을 마쳤다면 정말 후회할뻔했다. 좋다 멋지다 하고 걷는데 이놈의 섬이 끝이 없다. 알고보니 4개의 섬으로 이어진 생각보다
큰 동네다. 잠수함도 보고 갑옷엎어논것도 보고 정말 정말 좋은곳이다 하..........지..............만............ 혼자는 올곳이 아니다. 절대 혼자 올거라면 가지말것을 권한다. 심심하고 주위에 커플들땜에 더욱더 힘들어진다.
쌍쌍파티에 혼자간 느낌이랄까?
혹시 몰라서 가져간 소설책마져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거 같다.
섬을 다녀와 아침부터 너무 진을 빼서 얼마전에 묵은 에로타잔숙소로 갔으나 안타깝게도 자리가 없다. 헐. 오늘은 어디서 묵나.. 고민하는데 몇군데 추천해준다. 이렇게 친절할수가 ..ㅠ
몇군데 봤는데 제일 싼 스타디온호스텔이 땡겼다. 걸어가기엔 좀 멀어보였지만 그런건 나에겐 장애물조차 되지 않는다 .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절반쯤 갔을때 아.. 전화해보고 갈껄. 하고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듯 해서
무작정 들이댔는데 아주 다행히 자리가 있다. 저렴하고 깨끗해서 엄청 유명한 곳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바로 잠에 들었다.
숙소가다 만난 천재 화가님.. 집중력 죽여주신다.
이튿날 오늘은 디가 오는 날이기 서둘러야했다. 디랑은 마켓광장근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디가 숙소들렸다 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만나기로 하고 짐을 꾸려 나갔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 공원이 참 넓다...
약속을 허투루 했더니 이게 문제다. 아 어떻게 찾냐 고민하며 갔는데 괜한 기우였다. 아침부터 강아지묘기쑈하는 할머니가 공연중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에 몰려있어서 금세 만날수 있었다. 어 ????
근데 디도 있다.????
다음 으로 ㄱㄱ ..
<출처 : ★ No.1 유럽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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