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조현병 환자=위험 인물?’
‘외톨이 범죄’가 된 흉악범 사건
“일부가 보편적 사례로 설명돼”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 답 아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년간 은둔형외톨이로 지낸 20대 후반 A씨는 얼마 전부터 은둔에서 벗어나 사회복지 일을 배우고 있다. A씨의 자립이 쉬운 건 아니었다. 1년 전 은둔생활에서 벗어났던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1년 동안 은둔했다.
하지만 은둔생활을 극복하고자 A씨는 다시 용기를 냈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센터의 문을 두드리자 자립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심리상담부터 일찍 일어나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습관 개선을 했고, 사회복지 분야 취업을 위해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A씨와 같은 은둔형외톨이를 돕는 단체들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흉악범죄 사건으로 걱정이 쌓이고 있다. 흉악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공개된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살해범’ 최윤종과 ‘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뿐만 아니라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 모두 주위와 단절된 채 은둔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톨이 범죄’가 된 흉악범 사건=‘은둔형외톨이, 조현병 환자=위험 인물’ 편견이 쌓이면서 소수자에 대한 시선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격적 성향을 가지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사례가 보편적인 성향으로 비춰지면서 이들의 사회적 진입이 어려워질 거란 의견도 나온다.
29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흉악범죄 사건 이후 은둔형외톨이에 대한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 모세종 전 한국은둔형외톨이 지원연대 사무총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범죄자가 은둔형외톨이라고 소개돼 당사자와 가족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나 여기 있어요’라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사람들의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되면 도와달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은둔형외톨이가 위험인물이 되면 문제가 더 곪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환자 또한 무차별 범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원종이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튿날 법무부는 흉악범죄의 대응책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일부가 보편적 사례로…입원제 답 아냐”=하지만 이들이 범죄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조준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죄자가 가진 속성 중 하나로 사회 단절이 된, 은둔 성향이 소개된 것이지 은둔형외톨이로 살면 범죄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뒷받침할 근거도 부족하고, 관련 통계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련의 편견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이 만성질환이기는 하나 대부분 환자들이 위험하지 않다”며 “위험행동을 하는 사람 비중이 많지도 않다. 치료만 받으면 나빠질 가능성이 더 낮다. 적극적인 치료를 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입원제에 대해 전 교수는 “위급한 중증환자가 갈 병원도 줄어든 상황이라 제약이 많이 있다. 인권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어 운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사회적 단절 없게” “용어부터 재정의를”=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현병의 경우 24시간 망상을 하는 질환은 아니다”며 “사회적으로 더 단절되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사무총장은 “사회적 관계 단절이 기준인지, 집에만 안 나오면 은둔형외톨이인지 등 아직 한국 사회가 은둔형외톨이를 정확하게 정의한 바가 없다”며 “조례가 있기는 하지만 용어부터 재정의를 해서 은둔형외톨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