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은 출발하자마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주기 위해 보따리를 풀고 채비를 하고있다.
간밤에 주문한 족발을 다듬고 썰어서 비닐봉지에 담기까지 총무는 안사람까지 동원하여 준비했다고 한다.
과자와 과일 떡 등 푸짐한 먹을거리를 아침 간식으로 내놓았다.
각자 한 봉지씩 푸짐하게 안겨주니 친구들 모두 입이 벌어진다.
며칠 전부터 총무의 휴대폰에는 불이 났을 것이다.
모처럼 가을 나들이를 위해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느라
신경을 쓰고 오늘 아침 역전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약간은 초조한 모습인 것 같다.
드높은 가을 하늘에 친구들이 한데모여 콧바람을 쐬보자고 한다면 누군들 마음이 들뜨지 않을까?
그것도 다름 아닌 죽마고우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게되는데...
드디어 우리들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하였다.
우리가 여행하는 태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주변에 연포, 만리포,
천리포, 몽산포 등 이곳에 해수욕장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 천리포 수목원을 들려보려는데 가능할지 시간이 문제일 것 같다.
섬 주변에는 꽃게 낙지 굴 양식업이 매우 활발하여 철에 따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가을 꽃게 성수기가 찾아오면 꽃게는 전국 위판장으로 팔려나가고 지방에서 찾아드는 손님으로
만원을 이루어 때를 못 맞춘다면 꽂게를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 태안 팔경중 하나인 안면읍 정당리에 있는 ‘소나무 숲’은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자란
천혜의 적송 군락지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요즈음 대규모 아파트 조경수로 높이 10-20미터가 넘는 큰 키의 붉은 소나무가 널리 쓰이는데
매우 고가품이며 귀한 수종이다.
바로 이 조경수 소나무의 군락지를 태안반도의 안면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고,
집집마다 혹은 작은 식당의 마당에도 정원수로 그림같은 적송 한 그루는 기본으로 심어져 있음을 본다.
버스는 화성을 지나 당진을 향하고 있다.
주말 승용차의 행렬을 따라 더디게 흐르고 있지만 버스 안에서는 안주로 가져온 코다리를 먹음직스럽게 내놓았다.
이걸 내어 놓으니 여자들의 손길이 참 바쁘게 오간다. 항덕이와 정숙이는 정작 가서 먹어야 할 꽃게는 어찌하려고 배를 채우려는 듯 맛있게 먹는지 음식 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창 밖의 노랗게 익은 들판에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추수가
이미 끝난 논에는 볏짚 둥지 말이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추석 무렵 잘 익어가는 오곡을 보았지만 벌써 수확의 끝 무렵에 와 있는 세월이 무상한 것 같다.
마침 회장이 준비해 온 두부명태국은 간식 겸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모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출출하던 차에 소주와 맥주로 몇 잔의 술을 비우니 속이 후끈 달아오른다.
간밤에 친구와 만나 술을 웬만큼 마셨다는 문철이는 국에다 밥을 말아 훌훌 먹더니 속이 풀린다고 좋아한다.
간식 외에도 국과 밥까지 준비해온 자상함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전국 제일의 꽃게잡이 항구인 안흥항은 지금 꽃게 철이다.
그런데 요즈음 수온이 내려가 꽃게가 남쪽으로 내려가 어획량이 적다고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을 분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안흥항은 작고 아늑한 항구이다.
실제로 꽃게잡이 배들은 신진항을 중심으로 드나들고 있으며
안흥항 건너편 신진대교를 건너면 신진항이다.
넓고 새로 조성되어 안흥 수협도 신진항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번창하다.
이곳 배들은 대개 안흥항에서 2~3시간 나가 근해에서 꽃게를 잡는다.
멀리 연평도까지 가는 배도 있다고 한다.
안흥항 인근 식당에 우리는 도착했다.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함평에서 덕희 일행이 올라와 우리와 합류했다.
꽃게도 볼 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와주어 반가왔다.
점심을 먹은 후 신진도와 연륙된 작은 섬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 촬영에도 열중이다.
저녁 무렵의 안흥항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은 포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외지에서 찾아온 많은 차량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다.
우리는 포구 앞 공터에 자리 잡고 가지고온 음식과 술을 내어놓고 바다와 함께
저녁 노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차에 올랐다. 이들의 손에 꽃게 한 상자씩을 안고서.
평소 자주 찾기 힘든 곳이어서 생소하지만 서해안의 대표적인 꽃게와 함께
각종 수산물이 풍부하여 주변에서 많이 찾는 이곳, 바다의 시원함과 여유로움에 가슴이 탁 트인다.
철이 들어서인지 모임을 주선하면 예전과는 달리 여자동창들까지도
많이 얼굴을 내밀어주니 가는 세월에, 즐김의 여유를 깨달았나보다.
그래서 모여 앉으면 화기애애하게 할 말들이 많아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도 조화를 이룬다.
흥겨운 기분이 버스안에서도 이어진다.
여느 관광버스처럼 돌아오는 길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멀리 날려 보낼 좋은 기회였다.
몸을 흔들며 목청을 힘껏 높이고 간들어지게 부르는 노래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이 친구들! 오랜만에 나들이가 좋지 않은가? 기회는 주어질 때 붙잡아야 한다구. 자주 보세나.
-길동 에서 ju -
첫댓글
즈그들끼리 좋아 좋아 했네~잉. 부럽당!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