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헤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 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래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을 좋은 날 오면 하자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반칠환 (1964 - ) ‘한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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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시
한평생 - 반칠환
s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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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11:2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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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이 드신 게 실감이 나시는지요?
춤추고 노래할 일이 있긴 하신가요?
세월 자알 갑니다
몇 일 뒤
잘 찍을 궁리나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