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산 바람이 넉넉한 인심을 몰고 관고동 골목길 따라 내려오면 이천 사람들 깊은 정 뭉쳐진 냄새가 중리천에 스며 시끌쩍한 장날 소음으로 흘러내린다 알록달록 펼쳐진 파라솔과 천막들 뒷전엔 소쿠리 소쿠리 담아 노점을 펼친 할머니 주름진 얼굴에서 인정 많던 외할머니 모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모두 팔아 주머니 떨어도 손자 용돈일 듯싶은데 봉다리에 담아주고 덤으로 또 꾹꾹 누르고 그것도 모자라 옆에 있던 푸성귀 맛보라며 더 담는다 설봉산을 내려온 훈훈한 인심과 중리천 흘러온 정들이 서로 인사하는 장면이다
어릴 적 어머니 손잡고 나섰던 장에 가든 모습이 생각난다 삼십 리 신작로 따라 종종걸음 아침에 출발 점심때가 되어서야 도착했던 그 곳 신기함으로 가득 찼던 장날 소 팔러 가셨던 아저씨 호탕하게 웃으며 막걸리 동을 내면 소 판 돈이고 막걸릿잔에 골진 이마 주름이 어른거리면 영락없이 패잔병 소고삐에 끌려 집에 오던 모습 눈에 선하지만 무슨 대수였던가 검정고무신 선물에 온 세상을 다 얻은 꼬마는 따라온 달빛 그림자 길을 멈추고 깜깜해서야 집에 왔어도 피곤한줄 몰랐다
장날은 마음의 고향 추억을 담아 인정을 팔고 인심을 사는 사람과 사람이 숨 쉬며 닷새마다 어우러지는 날 관고시장 주변으로 늘어선 노점들 사이로 멈추는 걸음마다 이천 사람들 행복이 묻어나고 희로애락 춤을 춘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한참 넋을 놓을 즘 하는 괭음에 어이쿠 깜짝이야 뒤돌아보니 사람들 가지고 나온 사랑과 행복이 크게 튀겨진다 어릴 적 추억의 꼬리를 물고 이천장날 이야기 담아 하늘을 날으는 하얀 연기 바라보다 배시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