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강철 뼈대를 사용하는 두 차를 비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과거와 현재의 비교가 돼버렸다
예전 SUV들은 대부분 강철 프레임 보디를 사용했다. 거친 노면을 달리기 위해선 모노코크보다 비틀림 강성이 더 높은 프레임 섀시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선 프레임 보디 SUV를 찾기 힘들다. 무게와 조종성에서 모노코크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비 패턴의 변화도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SUV를 비포장길을 달리기 위한 자동차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통 오프로드 브랜드 랜드로버도 신형 디스커버리에 모노코크를 사용할 정도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가 드물어지는 시점에서 우리는 두 대의 프레임 보디 SUV를 비교하기로 했다. 쌍용 G4 렉스턴과 기아 모하비. 세상 모두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두 대의 자동차는 굳건히 프레임 보디를 깔고 있다. 이유와 장점이 있으니 가벼운 모노코크 대신 강철 프레임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찾고자 두 대의 차를 불러들였다.
Contents 1. 주행품질 및 핸들링 2. 주행성능 및 테스트 결과 3. 실내 공간과 연비 4. 구매 비용과 결론
주행품질 및 핸들링
김형준 편집장이 G4 렉스턴에서 내려오면서 말했다. “이 차에는 댐퍼가 없어?” 그 정도로 이 차는 진동이 심하다. 노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일일이 알 수 있을 정도다. 렉스턴의 진동은 모하비와는 반대로 부싱류가 작거나 단단해서 전달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서스펜션도 모하비에 비하면 확실히 단단하다. 노면 진동을 흡수하는 데는 커다란 타이어가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3000rpm 이상에서 들리는 엔진 공명음도 크다. 시트도 보기보다 푹신한 편이 아니어서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이 작지 않다. 쉽게 피곤해질 수 있는 승차감이다. 다행인 것은 시끄럽진 않다는 정도다.
그러나 단단한 연결부들은 조종 감각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록투록이 3바퀴가 넘는 느린 조향 기어비가 차체 움직임을 느리게 느끼게 한다. 일반 승용차 감각으로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매우 느리게 돈다. 언더스티어는 아니다. 의외로 렉스턴의 온로드 주행 감각은 이해하기 쉽다. 큰 차체에 프레임 보디라는 특성 때문에 부드러운 조작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지만 슬라럼과 같은 움직임이 큰 상황에선 타이어의 사이드 월이 비틀어지는 느낌이 운전대로 전달될 정도로 조종 감각이 살아 있다. 하지만 앞뒤 바퀴의 접지력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서 차체 거동이 한계 상황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은 덜 숙성된 것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부싱은 오프로드에서는 큰 골칫거리다. 작은 돌멩이의 감촉까지 운전자에게 모두 전달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정보에 진짜 필요한 접지감 같은 섬세한 감각은 이미 떠내려간 지 오래다. 렉스턴은 모하비와는 반대로 조금 더 느슨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세팅에서 차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와 반응을 이해한다면 어디까지 풀어주면 적절할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렉스턴에게는 아직 발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모하비는 진동과 소음 차단이 숙성의 정점에 달한 듯하다.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도 매끄럽게 돌아가고 객실을 소음과 진동에서 거의 완벽하게 차단했다. 바퀴가 구르는 느낌도 매끄럽다. 바퀴로부터 승객까지 사이의 모든 연결부에 진동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엄청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고 바퀴가 구르는 순간의 느낌은 고급 리무진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노면 이음새와 요철 등을 만나는 순간 리무진의 평화는 산산조각이 난다. 바퀴부터 시작해 모든 부품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듯 모두 제각기 흔들린다. 그래서 요철을 만날 때의 흔들림도 문제지만 다음의 여진이 훨씬 거슬린다. 진동 차단용 고무 부싱이 지나치게 무르다는 느낌이다. 김선관 기자가 “마치 물침대에 올라탄 기분”이라고 한 것, 류민 기자가 “댐퍼가 리바운드를 잘 잡아주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승차감 위주의 무른 서스펜션 세팅 때문이다. 그래서 요철을 만나면 주행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린다. 사실 차체가 진행하는 궤적을 그대로 유지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모두 흐트러지고 차체의 진동이 심해지니 신뢰가 사라지는 것이다. 승차감과 조종 안정성 사이의 좀 더 세심한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대신 모하비의 우수한 진동 차단 성능은 오프로드에서 확실히 제 몫을 한다. 자갈과 깨진 돌이 가득한 비포장에서도 모하비는 거친 지면은 깨끗하게 걸러내고 굴곡에만 집중하며 오프로드를 주파할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네 바퀴가 좀처럼 접지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로드보다 오프로드 승차감이 좋은 아이러니를 실제로 겪었다.
주행 품질과 핸들링에서 두 차는 비슷한 듯 너무나도 달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하비에게는 자신감이, 렉스턴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질감이 좋고 오프로드 하나라도 잘하는 모하비를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