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과 안견의 관계는 몽유도원도를 그렸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유명하다.
계유정난 때 살아남은 것만이 아니고 그의 아들이 대과에 급제하는 영광까지 누린다. 안평대군이 목숨을 잃는 계유정난 때의 피해자가 아니고 오히려 더 영예롭게 살았다.
안평대군과 안견이 각별한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기록으로는 윤휴의 ‘백호전서’가 있다.(윤휴는 안견보다 2세기 후대의 사람이라서 떠도는 이야기를 옮겨 적었으라고 하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그 기록을 보자.
“안평대군은 한묵(翰墨)을 좋아하고 당대의 명류들과 교유하였다. 안견은 뛰어난 화가여서 안편이 그를 무척 아꼈다. 그러나 그때의 사회 분위기로 보아서 안평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안견이 알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안평은 북경에서 아주 귀하다는 용매먹을 사서 가자고 왔다. 자랑도 할 겸 안견을 사랑으로 불렀다. 안평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용매먹이 없어졌다. 하인들은 안견을 의심했다. 안견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의 소매에서 용매먹이 떨어졌다. 안평은 대발노발했고 하인들은 그를 끌어내려 마당에 꿇어앉혔다. 안평은, 크게 꾸짖으며, 다시는 자기 집에 나타나지 말라면서 쫒아버렸다. 이로서 안평 파가 아니다고 소문나서, 어쨌거나 계유정난 때 안견은 살아남았다.
안견이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것과, 안평도 그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꾸짖어 자기 주위에 나타나지 않도록 했다는 말도 전해온다.
이 기록은 사실이라고 보기보다는 구전되어 온 내용이다. 안평이 안견을 살리려 일부러---
그러나 선비 사회에서는 달랐다. 안견은 천하에 둘도 없는 배은망덕한 놈이 되었고, 아들이 대과에 올랐을 때도 사대부들은 출신이 천한 상것이라며 관리 임용을 적극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조선 미술사를 연 인물이라 해도 대화가로서의 이력이란 것이 거의가 미상이고, 불확실함이다.
그러나 몽유도원도가 태어나기까지는 안평이 안견을 전적으로 지원해준 것은 사실이다. 안견은 머리가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꿰뚫고, 안평이 세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평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심초사 했을 것이다. 용매먹 이야기도 그의 바상한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른다.
나는 안견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하는 글도 여러 편이나 썼다.
첫댓글 용매먹 이야기 재미 있습니다.
안평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견이
일부러 용매먹을 훔쳤다면
몹쓸놈입니다.
또 그냥 탐심이 발현되어 훔쳤다고 해도
남의 것을 가졌으니 나쁜놈입니다.
안평이 안견을 살리려 일부러 그렇게 크게 꾸짖었다면
안평이 좋은 분입니다.
재미나는 일화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안견의 아들이 과거에 급제합니다. 사대부들은 천한 것이라면서 엄청 반대합니다. 안견이 안평을 배신한 것이라고도 단정하고, 천한 것이라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 안평과 안견의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인간 관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안견의 입장에서도, 생전에 천한 종자라면 무지하게 천대꾸러기로 살았는데. 왜 천한 것이 양반네처럼 목숨을 버려야 합니까.
신숙주나 최항 등을 보니, 양반네라고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배신은 천한 것보다 더 천하게 하면서 -- 이동민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