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36장]
20 그들이 두루마리를 서기관 엘리사마의 방에 두고 뜰에 들어가 왕께 나아가서 이 모든 말을 왕의 귀에 아뢰니 21 왕이 여후디를 보내어 두루마리를 가져오게 하매 여후디가 서기관 엘리사마의 방에서 가져다가 왕과 왕의 곁에 선 모든 고관의 귀에 낭독하니 22 그 때는 아홉째 달이라 왕이 겨울 궁전에 앉았고 그 앞에는 불 피운 화로가 있더라 23 여후디가 서너 쪽을 낭독하면 왕이 면도칼로 그것을 연하여 베어 화로 불에 던져서 두루마리를 모두 태웠더라 24 왕과 그의 신하들이 이 모든 말을 듣고도 두려워하거나 자기들의 옷을 찢지 아니하였고 25 엘라단과 들라야와 그마랴가 왕께 두루마리를 불사르지 말도록 아뢰어도 왕이 듣지 아니하였으며 26 왕이 왕의 아들 여라므엘과 아스리엘의 아들 스라야와 압디엘의 아들 셀레먀에게 명령하여 서기관 바룩과 선지자 예레미야를 잡으라 하였으나 여호와께서 그들을 숨기셨더라 27 왕이 두루마리와 바룩이 예레미야의 입을 통해 기록한 말씀을 불사른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28 너는 다시 다른 두루마리를 가지고 유다의 여호야김 왕이 불사른 첫 두루마리의 모든 말을 기록하고 29 또 유다의 여호야김 왕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하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네가 이 두루마리를 불사르며 말하기를 네가 어찌하여 바벨론의 왕이 반드시 와서 이 땅을 멸하고 사람과 짐승을 이 땅에서 없어지게 하리라 하는 말을 이 두루마리에 기록하였느냐 하도다 30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유다의 왕 여호야김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그에게 다윗의 왕위에 앉을 자가 없게 될 것이요 그의 시체는 버림을 당하여 낮에는 더위, 밤에는 추위를 당하리라 31 또 내가 그와 그의 자손과 신하들을 그들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벌할 것이라 내가 일찍이 그들과 예루살렘 주민과 유다 사람에게 그 모든 재난을 내리리라 선포하였으나 그들이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32 이에 예레미야가 다른 두루마리를 가져다가 네리야의 아들 서기관 바룩에게 주매 그가 유다의 여호야김 왕이 불사른 책의 모든 말을 예레미야가 전하는 대로 기록하고 그 외에도 그 같은 말을 많이 더 하였더라
[설교]
본문의 배경은 계속해서 유다의 왕 여호야김 때입니다. 여호야김 때,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때 하나님의 말씀은 ‘바룩’이란 사람을 통해 대필되었는데, 그것이 어제 말씀에서는 궁정의 서기관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는 곧이어 궁정의 왕과 그 신하들에게 전해지는데요.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어제 말씀에서 서기관들이 보였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왕과 그 신하들의 반응을 보게 됩니다.
우선 본문의 서두를 보면 서기관들이 바룩이 쓴 두루마리를 왕의 신하에게 전달합니다. 그 신하의 이름은 곧 본문 21절의 여후디입니다. 여후디는 곧바로 이어서 왕과 왕의 곁에 선 모든 고관의 귀에 하나님의 말씀을 낭독합니다. 바룩이 쓴 두루마리에는 하나님의 말씀, 곧 남 유다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말씀을 낭독하던 당시의 분위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요. 꽤나 불편하고 불쾌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제 말씀 9절을 보면, 앞선 장면에서 예루살렘에 모인 백성들은 일제히 이 말씀을 듣고 모두 다 여호와 앞에서 금식을 선포했습니다. 말하자면 아무리 자신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말씀이라도 백성들은 여호와 앞에서 회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 왕과 그 신하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당연히 백성들도 회개했으니, 왕과 그 신하들도 회개했을까요? 본문의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본문 22절을 보면, 왕이 당시 겨울 궁전에 앉아 화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시기상으로 딱 백성들이 여호와 앞에 금식을 선포했을 때입니다. 백성들은 여호와 앞에 모여, 다 같이 금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왕이라는 작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세상 편하게 별궁에 앉아 불이나 쬐고 있습니다. 정말 대조되지요.
계속해서 본문 23절을 보면 여후디가 하나님의 말씀을 낭독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이 칼을 들어 그 두루마리를 하나씩 베기 시작합니다. 베어서 어떻게 합니까? 자신이 쬐고 있는 화로에 그 두루마리를 던져 넣습니다. 두루마리를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지요.
곧이어 본문 25절에는 몇몇의 깨어 있는 신하들이 왕에게 호소하기 시작합니다. ‘왕이시여! 그 두루마리를 불사르지 마소서!’ 하지만 왕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지요. 오히려 어떻게 합니까? 본문 26절과 같이 자신의 오른팔과 왼팔을 시켜 바룩과 예레미야를 잡아오라고 명령합니다.
한마디로 무슨 상황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완고한 거부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곧바로 회개함으로 반응했습니다. ‘아! 이러다간 우리 정말 큰일 나겠다! 금식하며 회개합시다!’ 하지만 왕과 그 신하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부끄럽게도 백성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인 것입니다. 그야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와중에, 그 말씀을 연이어 찢고 불태웠습니다. 본래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마땅히 찢어야 할 것은 사실상 왕이 입고 있던 그의 옷이었습니다. 구약시대 당시에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할 때, 종종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왕과 그 신하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자신의 옷을 찢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의 말씀을 찢었습니다. 본문 24절에 나타난 대로, 왕과 그 신하들은 이 모든 말을 듣고도 두려워하거나 자기들의 옷을 찢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그 양심에 화인을 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누구보다 먼저 회개해야 할 사람들은 백성들이 아닌 왕과 그 신하들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 속 여호야김과 그 신하들은 어떻게 했느냐? 아무런 회개 없이, 그저 귀를 닫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오늘 아침에는 특별히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과 그 신하들을 위하여 기도하길 원합니다. 왕과 그 신하들?! 언뜻 보기에 이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우리 시대의 공직자들, 위정자들, 관리들을 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왕이나 고관들의 경우는 넓게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교회의 직분자로서 부름 받은 자들을 모두 지칭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 아침, 우리가 기도할 때, 무엇보다 이 모든 직분자들, 이 시대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하길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부디 이 땅의 직분자들/지도자들을 깨우쳐주셔서 저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겸손함을 얻기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또한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혹 그 말씀이 저들의 마음을 불편케 하는 말씀일지라도, 이러한 말씀을 겸허히 아멘으로 받을 수 있는 직분자들/지도자들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이러한 기도로서,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구하시는 복된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