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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부터 판매가격까지 모든 과정을 유통마진 없이 농민이 결정하는 아산시 로컬푸드 1호 매장이 아산원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개장했다. |
ⓒ 충남시사 이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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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자들의 폭리와 불합리한 유통 카르텔을 깨뜨릴 것이다. 이를 위해 농민들은 착한 생산을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할 것이다.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의 아름다운 만남은 지역경제에 다양한 경로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안전하고, 품질 좋고, 신선한 농산물에 유통마진과 가격거품까지 사라졌다. 농산물의 출처나 원산지에 대한 걱정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생산지 이력은 물론 생산농민의 실명과 얼굴까지 모두 도시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또 농민은 그날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매일 매장 진열대에 올린다. 농민은 매장이 문을 닫을 때 그날 판매하지 못한 농산물을 직접 수거하고, 다음날 새로 수확한 농산물을 매장 개점시간에 맞춰 새로 포장해 진열한다.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농민이 직접 결정하고, 매장에서 소비자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해 신뢰를 쌓는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가장 안전한 먹거리를 직거래하는 아산시 로컬푸드매장 1호점이 지난 10일 아산원예농협하나로마트(조합장 구본권)에 개장해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없애고 도시소비자와 생산자인 농민이 함께 상생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아산원예농협하나로마트 내 165㎡ 규모로 개장했다.
소비자 첫 반응 합격점, "품질 만족, 가격 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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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은 그날 판매하지 못한 농산물을 직접 수거하고, 다음날 새로 수확한 농산물을 매장 개점시간에 맞춰 새로 포장해 진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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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사과, 배, 포도 등 제철 과일부터, 새벽이슬 맞으며 포장한 상추, 깻잎, 쑥갓, 고추, 오이, 토마토, 배추 등 채소까지 모든 신선농산물이 진열됐다.
정미소에서 바로 나온 햅쌀부터 보리, 서리태, 팥, 참깨, 들깨 등 곡류와 두류 모두 아산 땅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다. 농산물에 조금이라도 소비자가 불만을 표출하면 100%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질 좋은 농산물에 감동하고, 착한 가격과 서비스에 더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은미(52·방축동)씨는 "요즘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입농산물 때문에 장보기가 늘 불안했는데, 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점에서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혜숙(44·온천동)씨는 "아산시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이 확실하다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기꺼이 구입할 생각이다. 그런데 이곳에 진열된 농산물은 물질도 좋고 가격까지 저렴해 매우 만족하다"고 말했다.
아산원협 하나로마트 송재찬 점장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요즘 로컬푸드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개장 첫 날 78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점차 소문이 확산되면 곧 1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컬푸드의 성공적인 정착은 농민들의 안정적인 소득창출 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지역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상생구조"라고 덧붙였다.
아산시 로컬푸드 첫 시험무대... 2015년까지 4개소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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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는 아산원협에 로컬푸드 1호점 개장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온양, 음봉, 염치, 배방 등 4개 하나로마트에 직매장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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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형 로컬푸드는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농민이 아닌 중소농, 가족농, 귀농·귀촌인 육성을 핵심축으로 한다. 아산시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농민이 90%의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형태다.
아산원협에 개장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아산 지역 100여 농가에서 생산한 125개 품목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매장 2층에 마련된 공동작업장에서는 농업인 스스로 농산물 포장과 가격을 결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했다.
특히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은 저녁에 수거해 당일생산과 당일소비 하는 1일 유통시스템을 철저하게 지켜 소비자에게는 신선농산물을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는 유통단계 축소에 따른 합리적 가격을 형성해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김정규 유통과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쌍방향 직거래 유통시스템으로 참여농가의 책임감과 자부심이 매우 높다"며 "직거래 매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참여 농가에 대한 교육을 3차례에 걸쳐 운영한 결과 호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이날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 개장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온양, 음봉, 염치, 배방 등 4개 하나로마트에 직매장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산시 로컬푸드의 첫 시험무대가 성공적으로 정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역농산물 지역소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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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는 매장에서 생산지와 생산농민의 실명 등 농산물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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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아산시가 가장 훌륭한 소비시장이다. 아산시는 1만3635㏊의 농지면적에서 1만7193농가가 44개 품목 12만9853톤의 곡류, 채소, 과일 등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쌀, 과일, 채소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30만 아산시 인구가 소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그러나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산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아산시에서 소비되는 비율은 2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정규 농정유통과장은 "아산시는 도매시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농산물이 서울, 대전, 천안 등 도매시장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규모 농가의 생산물을 지역 내에서 우선 소비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 식자재, 직거래장터, 직거래매장 등을 확대하고, 기업체, 음식점 등에서 지역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요처 확보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에서 생산된 우수한 농산물이 서울, 천안, 대전 등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되돌아오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는 오랜 관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추가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소비자나 생산농민에게 전가돼 결과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어왔다.
이러한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아산시 소비자들에게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산시 농업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아산시 로컬푸드 직매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