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단상
손 원
오래 전 혼자서 원룸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아침식사 할 곳을 찾던 중 숙소 인근에 콩나물 국밥집이 있어 자주 들렀다. 아침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도 편해서 꽤 오래동안 그 식당을 이용했다. 특히 전날 과음이라도 했다면 콩나물 국밥 한 그릇에 거뜬해진 몸으로 출근 할 수가 있었다. 아삭하게 삼긴 콩나물이 싱싱한 생채같아 좋았다.
직장 근처에는 복어탕집이 있었다. 점심 때 동료들과 같이 복어탕을 먹으러 가면 콩나물 무침이 같이 나왔다. 복어국물에서 건져낸 콩나물에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넣어 무쳐 낸 콩나물 무침은 별미였다. 부드러운 콩나물이 입에 달라 붙었다. 안주삼아 소주 몇 잔을 하고 탕을 먹기도 했다. 시원한 복어 국물도 좋았지만 알싸한 콩나물 무침이 좋아 점심을 먹으러 자주 갔었다.
콩나물은 국민식재료로 비교적 간편하게 조리해도 무난하다. 삶는 방법과 양념에 따라 다양한 식감과 맛을 낼 수가 있다. 국물은 얼큰한 맛, 개운한 맛, 담백한 맛 등 그때 그때 적절한 양념을 넣고 조리하면 갖가지 맛이 난다. 무침으로 해도 우리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맛을 낼 수가 있기에 대표적인 국민식재료가 된 듯하다.
어릴 때 시골에서는 콩나물도 명절에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콩나물을 길렀다. 젖은 콩에 천을 덮어 싹을 튀운 다음 콩나물 시루에 볏집을 깔고 발아한 콩을 넣었다. 콩나물 시루는 온돌방 윗목에 두었다. 고무대야에 반쯤 물을 담아 표주박을 띄우고, 그 위에 시옷자 모양의 시렁을 걸쳐 콩나물 시루를 올려 놓고 수시로 물을 뿌렸다. 시루는 검은 천을 덮어 빛을 차단하면 싹이 튼 공나물은 통퉁한 줄기와 노란 떡잎으로 자랐다. 희끄무레 날이 밝을 즈음 주르륵주르륵 물주는 소리가 잠을 깨우곤 했다. 식구들은 너나없이 수시로 콩나물 시루의 검은 천을 젖혀가며 물을 뿌려 주었다. 며칠 후 콩나물은 무성하게 자라나면 어머니는 시루위로 수북히 자라난 콩나물 다발을 지푸라기로 묶었다. 콩나물은 정월 대보름 까지 먹었다. 시루 맨아래는 딱딱한 생콩 한층을 넣었기에 무성한 윗층 콩나물을 다먹어 갈때면 아래층 콩나물이 다시 차올라 스무날은 느긋하게 먹을 수가 있었다.
콩나물에는 비타민A, C와 아스파라긴산이 많다. 이들은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효과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더불어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여 감기를 예방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풍부한 섬유소를 가지고 있어 많은 양을 섭취해도 부담이 적고 포만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영양가도 높다. 풍부한 섬유소와 아미노산은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 개선에도 효능이 있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과 아미노산은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을 해독해주기도 한다.
콩나물은 발아되면서 원래 콩에는 없는 비타민C가 많이 생성되게 되는데 콩나물 한 접시당 비타민C 하루 권장량 절반 정도가 채워진다고 한다. 콩에 있던 성분은 그대로 남고 비타민C가 추가된 셈이다. 그만큼 비타민C가 풍부한 만큼 피로 회복을 도와주게 되고 온몸이 저리거나 수시는 근육통 해결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주부들 장바구니에 콩나물은 기본이다. 어느 식재료보다 저렴하고 풍성하다. 식료품 매장에 빠지지 않는 콩나물은 가게의 얼굴이다. 콩나물 한 가지만이라도 품질 좋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게는 주부들의 인기를 끈다. 소위 미끼 상품인 샘이다. 주부들은 그 곳에서 콩나물을 비롯하여 갖가지 식재료를 장바구니 가득채운다. 매일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하기에 콩나물을 직접 키우는 집은 거의 없다.
장 봐 온 콩나물을 냉장고에 넣어둔 채 사나흘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음식쓰레기로 버려지기도 한다. 가끔 쓰레기를 비우려 음식쓰레기통을 열어보면 음식 찌꺼기가 아닌 원형의 식재료가 더러 눈에 띈다. 흠집이 보이지 않는 사과, 감자, 밀감이 한 소쿠리 씩 버려져 있기도 하다. 직접 길러 낸 농산물이 아니기에 귀한 줄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모습은 머리맡 콩나물 시루를 보고자란 세대에게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집집마다 작은 시루하나 장만하여 콩나물을 키워보자. 기성세대의 소중한 추억을 후대에 물려 주면 어떨까? 식재료의 소중함, 가족건강, 전통의 항기까지 전수하여 커가는 아이들의 인성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1. 1. 5.)
첫댓글 어릴 적 보았던 안방 윗 목의 콩나물 시루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그때 우리 어머니들은 모든 반찬을 손수 기르고 만들어서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왔던 것이지요.
그때를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민족과 콩나물은 뗄래야 뗄수 없는 가장 보편적인 나물이 아닌가 하는 마음입니다. 어릴적 콩나물 시루는농촌 어느 집에서나 볼수있는 풍경이었습니다.영양가도 높고 맛도있고 반찬을 떠나 식량의 일부분 역활을 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콩나물, 시루는 볼수 없지만 여전히 주부들이 즐겨찾는 먹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