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서비스 산업 육성 위해 기업 규제혁신, 근로여건 개선 등 추진
민연주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나라경제 2023년 01월호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교역량 감소와 경기침체로 물류업계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물류산업은 온라인 주문수요 급증에 따른 비대면 물류서비스의 활성화로 ‘생활물류’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면서 비대면경제 시대를 선도할 ‘8대 유망산업’으로 선정되는 등 성장의 계기를 맞이했다.
택배 물동량은 2017년 23억2천만 박스에서 2021년 36억3천만 박스로 연평균 11.8% 증가했으며, 온라인 음식거래 규모는 2017년 2조7천억 원에서 2021년 25조7천억 원으로 연평균 75.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급감했던 국내 물류산업 매출액도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며 고용 증가와 새싹기업 창업 활성화 등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물류수요 급증 속에
인프라 확충, 인력난 해소 등 과제도 산적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택배·배달 시장도 성장세다. 택배시장은 2020년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9.8% 성장이, 배달시장도 2028년까지 연평균 10.8% 성장이 전망된다.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생활물류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다양한 생활물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물류혁신계획 2030’을 발표해 라스트마일 드론 활용, 농촌지역 서비스 혁신 등 생활물류서비스 최적화 방안을 마련했고 일본은 ‘종합물류시책대강(2021~ 2025년)’에서 비대면 물류서비스 활성화, 인력 친화적 물류 실현, 택배택시 전면 허용 등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은 ‘택배업발전 14.5 규획’과 ‘콜드체인
발전 14.5 규획’을 발표해 스마트·친환경 물류설비 구축과 선진 택배서비스 체계 확립방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는 ‘국가 자전거 물류계획(2021년)’을 통해 화물자전거를 이용한 라스트마일 계획을 발표했다.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혁신과 인프라 확충, 친환경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력난 해소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국의 공통된 특징이다.
국내외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과 함께 생활물류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사업주체가 각각의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주체 유형으로는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등이 있다. 이들은 유통사업을 기반으로 물류서비스를 확장해 나간다. 두 번째로 DHL, CJ대한통운 등 물류전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빠른 배송서비스 욕구와 수요에 대응한다. 세 번째로 우버이츠, 바로고, 배달의 민족 등 퀵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륜차 및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이용해 틈새시장인 음식 등 소화물 배송시장에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투자와 더불어 인력난 해결과 유연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투자 지출과 과도한 경쟁으로 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는 등 문제점도 양산되고 있다. 높은 규제장벽으로 다양한 운송수단 활용과 창업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도심 내 높은 지가와 주민 반대, 입지규제 등으로 생활물류시설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 배송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 배송거리 증가로 도심 교통체증이 발생함에 따른 높은 사회적·환경적 비용도 문제로 꼽힌다. 배달서비스 증가로 인한 이륜차 교통사고 증가, 지역주민과의 갈등 심화,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종사자 산재 증가, 인력난 등도 문제다. 농어촌 등 서비스 취약지역에 대한 추가운임, 오배송으로 인한 불편 등 서비스 품질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생활물류 종사자 쉼터 설치하고,
영업점-종사자 간 불공정 계약 감독 강화
이에 정부는 2021년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발전법」을 제정해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고, 지난 11월에는 관련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체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계획(안)에서는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한 생활물류규제 혁신, 생활물류산업 첨단화 촉진, 지속 가능한 생활물류인프라 공급 확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로여건 조성, 소비자 보호 강화 및 최고의 서비스 환경 구축’ 등 5대 전략을 세우고 전략별 주요 정책을 수립해 생활물류서비스를 둘러싼 현안 및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첫째,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한 생활물류규제 혁신’ 전략의 주요 추진정책으로는 화물차·이륜차로 제한된 생활물류 운송수단을 로봇·드론과 같은 첨단 모빌리티까지 확대,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공동배송 규제 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배송수단 보급 촉진을 위한 구매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지원방안도 적극 마련한다.
둘째, ‘생활물류산업 첨단화 촉진’ 전략에서는 도심 자율주행 기반 로봇배송 시스템 및 인공지능(AI) 기반 운용기술 개발과 도시철도 등 지하공간을 활용한 운송시스템 및 도심 공동물류센터 구축기술 개발, 공공 물류빅데이터 사업 추진 등을 시행한다.
셋째, ‘지속 가능한 생활물류인프라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 및 다양한 택지개발 사업자가 사업계획 단계부터 생활물류시설 확보를 의무화하도록 한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등 생활물류시설의 도심 내 입주를 위한 「건축법」, 「주차장법」 등 관련 법·규제 개선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영주차장·공원 등의 유휴공간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해 택배 집배송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의 ‘PUDO(Pick-Up & Drop-Off) 구역’처럼 화물의 상하차를 위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 도로구역 지정을 제도화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넷째,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로여건 조성’을 위한 전략으로는 배달대행 종사자 보험료 부담 완화 및 보험 가입률 제고를 위해 소화물 공제조합 설립을 인가하고 전용 보험상품을 개발하며 생활물류 종사자 특성을 고려한 쉼터 설치와 운영요건 등 세부 기준을 신설한다. 또한 사업자-영업점, 영업점-종사자 간 불공정 계약 및 행위에 대해 주기적인 모니터링 등 사업자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보호 강화 및 최고의 서비스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택배 운송장 등에 기재되는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방안을 만들고, 도서 지역 택배비 현황, 문 앞 배송 가능 여부 등을 포함한 택배 실태조사를 실시·공표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고자 한다. 농어촌, 산간 등 생활물류서비스 취약지역에 택시, 버스 등과 연계한 공유형 택배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내용도 넣었다.
생활물류서비스가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산업구조가 서비스 중심 경제로 재편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생활물류서비스 관련 법 제정과 기본계획 수립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계획에서 제시된 생활물류서비스 산업 중장기 발전방향과 전략별 세부 과제로 시설 부족, 규제장벽, 지원수단 미흡 등 산재한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기업에는 원활한 신산업 진입과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두가 일하고 싶은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