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이 왔다고 좋은 일만 이어지지 않으니 꽃이 전하는 소식을 시샘하는 바람도 있다. 여기에도 好事多魔(호사다마)가 따라 꽃샘바람, 바로 妬花風(투화풍)이다. 꽃샘바람이라 하면 高麗(고려) 때의 명문장가 李奎報(이규보, 1168~1241)의 시가 많이 알려졌다.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사람들은 꽃샘바람이라 하네(花時多顚風 人噵是妬花/ 화시다전풍 인도시투화)’로 시작하여 끝부분은 이렇다.
‘꽃 피는 것도 좋지만,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花開雖可賞 花落亦何嗟/ 화개수가상 화락역하차),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이 생기네(開落摠自然 有實必代華/ 개락총자연 유실필대화).’ 噵는 이를 도. 嗟는 탄식할 차.
봄이 오면 모두 희망에 들떠 좋은 시절이 계속되리라 여긴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간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대로 더 고생한다. 중국에도 겨울보다 더 고생한다고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春凍骨頭秋凍肉/ 춘동골두추동육)’란 말이 전해 온다고 한다. 꽃샘바람에서 이규보가 깨우친 것처럼 봄이 왔다고 들뜨지 말고 꽃이 지는 것 또한 자연이라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일에 대비를 철저히 하여 고난의 세월을 잘 참으면 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