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per, 1889, oil, on canvas
테오에게...
지금 내가 진행중인 작업이 어떤 것인지 네게 알려주고 싶어서 현재 작업중인 캔버스의 스케치 열두 점을 오늘 보낸다. 내가 가장 최근에 시작한 건 밀밭 그림이다. 그림 속에 는 수확하는 사람이 아주 작게 등장하고, 커다란 태양이 떠 있다. 벽과 배경의 보랏빛 도는 언덕을 제외하면 캔버스 전체가 노란색이란다. 소재는 거의 똑같지만 채색을 다르게 한 것도 있다. 그 그림은 하얗고 파란 하늘에 전체적으로 회색이 섞인 녹색 톤이다.
사이프러스나무를 그린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 밀 이삭과 양귀비꽃이 있고,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격자무늬 어깨걸이 조각처럼 새파란 하늘이 보이는 그림이다. 사이프러스나무는 몽티셀리의 그림처럼 두껍게 칠했고, 지독한 열기를 드러내는 태양이 내리쬐는 밀밭 역시 아주 두껍게 채색했다.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고,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려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그 과정에서 막연하게나마 희망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삶의 다른 측면에서 고통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깨닫게 될 지도 모르지.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거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곳이라 할지라도.
1889년 6~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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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eap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