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leadership)
모임을 하다 보면 특별히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을 볼 수 있다. 며칠간 서넛이 여행을 다녀와도 군소리가 없을 때, 가만히 살펴보면 그중 한 명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서다.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리더가 각각의 의견을 수렴하고 타협하면서 정도를 이행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단체든 혼란이 올 때 누군가 나서서 원만히 해결해 주기를 원하며 진정한 리더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때로는 나 자신의 문제에서도 누구에겐가 내 문제를 의논하게 되는데 그건 리더십과는 다른 나의 멘토(mentor)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지인 소개로 KIC 「내외동포정보센터(Korean Information Center)」 단톡방에 가입해있다. KIC는 내외동포지도자, 단체장, 회원들의 뜻을 모아 출범한 '비영리민간단체'로서 탈정치, 탈이념, 탈종교를 지향하며, 중립적이고 공의, 공평,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정했다. 특히 KIC는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모임이어서 애초에 온라인상인 단톡방에 설립했는데, 설립 당시만 해도 요즘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언택트)’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연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우리 한민족의 우수성을 재확인해보게 된다.
아무튼 KIC는 규정에 의거, 임원을 선출하고 회원은 연회비를 완납해야 정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데 나는 정회원이 아닌 비회원으로 그저 전 세계의 한민족 소식을 읽는 정도이다. 탈퇴를 몇 번 고려했지만, 회원 중에 몇 분의 지침이 좋아서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사실 연수는 꽤 되었다. 요즘은 국내외 산적한 많은 내용이 있어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라고는 해도 오랫동안 해외에 살다 보니 그곳 문화에 익숙해져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때가 많다. 특히 정치, 종교 등 갑론을박으로 소란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날도 KIC단톡창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어찌 아니겠는가. 코로나, 집중호우, 경제 악화 등 직면한 문제에, 8.15광복절은 몇 개의 단체가 서로 다른 이슈로 집회를 강행하는 것을 TV를 통해 시청하면서 갑론을박으로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정영은 KIC 운영위원장의 글이 단톡창에 올라왔다.
돼지 돌보는 29세의 과부
이름은 아데(Ade).
그녀는 20세에 결혼하여 아이 하나 낳고 남편(무슬림)이 죽어서 지난 8년 동안 방안 에만 갇혀 지내며 죽을 날만 기다렸어요. 나는 그녀를 어떻게 세상 속으로 나오게 할 까 궁리하던 중 작년 11월, 돼지 한 마리를 300불에 사서 축사를 만들어서 돼지를 기 르게 하고, 일도 하게 하고 살림살이도 몇 가지 사주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렇게 해서 아데는 방 안에서 나와 돼지를 기르며 힘도 생기고 얼굴도 밝아졌지요. 드디어 어젯밤 새끼 9마리를 낳았다는군요. 너무 기쁜 일이라서 공유해 드립니다. 한 영혼이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함께 축복해주시고 기뻐해 주세요 _*정영은
KIC 단톡창은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잠시 후 해외에 계신 단체장 몇 분이 자신들도 돕고 싶다며 나섰다. 정 운영위원장이 말했다. “KIC가 너무 정치 이야기로 과열되는 거 같아서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면 우리 회원님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어드릴 수 있을 거 같아 공유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제가 감당할만합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무도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었음은 당연했다. 온종일 단체톡을 달구던 열띤 논쟁도 주춤했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리더십은 선행이라는 것을! 이론이 아닌 몸소 보여주는 선행(善行)이어야만 참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영은
KIC 운영위원장 : 내외동포정보센터(Korean Information Center))
인도네시아
JNC 푸로와가르타 한국어교육센타
JNC 빨로포 코리아센타 이사장
『대전사랑문고사랑』 2020 통권 11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