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은 단연 안철수다. 시장 출마설이 나돌자마자 지지율이 50%를 넘어섰고 또 단 5일만에 ‘아름다운 양보’라는 이름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꼈던 많은 국민들이 감동했고 현 정치인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배후에는 청춘콘서트가 있었다.
지난 5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시작된 청춘콘서트는 박경철 안철수 원장이 전국을 돌며 진행하던 강연을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과 함께 규모화 시킨 토크콘서트다. 법륜스님,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여진, 윤여준 前 환경부장관 등이 함께하며 수많은 게스트들이 오갔다. 그리고 희망서포터즈라는 지역별 자원봉사자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봉사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이 청춘콘서트가 가능했던 것은 MB 정부의 졸렬한 대북정책과 큰 연관성이 있다. 왜 여기서 MB의 대북정책을 거론 하냐고? 그동안 적극적인 대북 지원 사업을 전개해 오던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은 MB의 확고한(?) 강경 입장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측하고 그간의 에너지를 국내로 돌렸고 청춘콘서트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결국 MB가 만들어 놓은 대북 경색국면이 청춘콘서트를 탄생시켰고 여당을 위협하는 안철수를 만들어 내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춘에게 희망주자" 시작은 단순
사실 이들의 취지는 단순했다. 88만원 세대, 등록금 1천만 원 등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 시대 성공의 기준점은 과연 올바른가? 왜 우리는 이토록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나? 진정 당신이 원하는 꿈은 무엇인가?
안철수 박경철의 청춘콘서트는 그렇게 전국 25개 도시를 돌았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그들은 사회 구조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 나가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말해주기 시작했고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지도 말해 주었다. 또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데 무엇이 기준점이 되어야 하는지도 충고해주었다.
▲ 8월 19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모자라 입장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더 많았다. ⓒ정토회
물론 누구나 이 사회를 비판하고 청년들에게 충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V3를 통해 보시행을 몸소 실천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무료 강연을 펼쳐오고 있는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청춘콘서트를 보고 희망서포터즈라는 자원봉사자로 재탄생했다. 청춘콘서트는 평화재단 자원 활동가들의 진행으로 시작됐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별 자원봉사자 모집이 초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결국 그들은 안철수 박경철의 팬에서 청춘콘서트의 주최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청춘 콘서트가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였다.
좌우·보혁 이분법에서 새로운 시대로
사실 내가 가장 감동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대형 콘서트를 만들어내자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콘서트는 돈이 들지 않는다. 모든 게스트는 재능기부를 하고 진행자들 또한 봉사자다. 대관료는 주최 측의 뛰어난 설득력으로 무료로 대관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필요한 최소의 경비는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 그러니 모든 입장객들이 무료 강연을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이 다시 자원 봉사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제 안철수라는 인물과 함께 평화재단은 제 3의 정치세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 혹은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민중들을 좌지우지하던 이념의 정치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정치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잘 듣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런 기본이 뭔지 아는 사람이 정말 마음 놓고 정치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권력을 얻기 위해 아이들 급식을 놓고 정치 싸움을 벌이고, 대기업 살리겠다며 멀쩡한 강이나 파헤치는 그런 사람 말고 말이다. 10년 뒤에 우리의 청춘들이 세상은 살만하다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 '청춘콘서트'에서 대담 중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