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 두산 베어스 대 LG 트윈스의 경기가 무관중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KBO리그는 1980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지난달 21일부터 각 구단들의 연습경기 후 이날 무관중으로 시즌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불투명했던 프로야구가 마침내 지난 5일 개막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코로나19로 멈춘 미국 프로스포츠리그를 대신해 KBO리그 중계권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야구에도 불구하고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O가 경기 명장면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드는 이른바 ‘움짤’ 제작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움직이는 짤방’의 준말인 움짤은 경기 영상을 짧은 분량의 GIF 파일로 만드는 것을 뜻하는데요.
팬들은 그동안 경기 후 재밌는 순간을 움짤로 만들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왔습니다. 움짤은 여러 곳에서 공유되며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올해부터 KBO가 움짤 만들기를 금지하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재미가 반감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스포츠 중계 저작권은 중계권자에게
KBO는 지난해 2월 LG·SK·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연합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판매했습니다. 이후 컨소시엄은 영상 저작권 보호 강화를 위해 영상의 2차 가공과 유통을 금지했는데요.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순간부터 저작권을 갖습니다. 스포츠 경기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지만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중계 영상은 해당 방송사에 저작권이 인정되는데요. KBO가 중계권을 컨소시엄에 판매하면서 중계 영상에 대한 저작권 역시 컨소시엄이 보유하게 됐습니다.
저작권자인 컨소시엄이 2차 가공을 금지한 만큼 팬들은 KBO리그 영상을 사용한 창작물을 만들 수 없습니다. 움짤처럼 편집자의 창의성이 가미된 2차적저작물이라도 원저작자의 허락이 없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데요.
저작권법은 2차적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컨소시엄은 개인이 중계 영상을 편집해 유통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저작권자 허락 없다면 상업성 관계없이 저작권 침해
팬들 사이에서는 상업적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과 무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팬들이 만든 움짤은 커뮤니티 등에서 재미로 공유될 뿐 상업성을 띄지는 않는데요.
저작권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있습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의 정신적 이익에 관한 권리로 저작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으며 저작자가 사망하면 소멸됩니다. 반면 저작재산권은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권리인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작권은 저작재산권을 의미합니다.
저작재산권은 말 그대로 재산권이기 때문에 저작권자는 허락을 통해 타인에게 저작재산권을 사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예외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작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이란 다른 사람이나 청중들로부터 아무런 반대급부를 받지 않고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버스킹 공연입니다. 저작권이 있는 가수의 노래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불렀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항에 명시된 대로 공연과 방송에만 적용됩니다. 즉, 편집된 영상 혹은 이미지에 해당하는 움짤은 상업성이 없더라도 저작재산권 침해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일부 팬들은 개막전 경기 직후 화면 전체를 모자이크한 움짤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영상을 흐리게 만들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더라도 역시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원저작물인 중계 영상을 사용한 것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