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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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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게시판 스크랩 봉평 / 소금을 흩뿌린듯...
아녜스 김채경 추천 0 조회 42 11.09.19 22:01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는 오랜만에 날이 선선하고 하늘이 푸르고 높아 어딘가로 소풍가고 싶었다.

혜인이도 개학을 하여 서울로 가고, 성인이 면회도 다녀왔고, 추석도 지났고.

모든 행사를 다 치룬 한가한 일요일 오후.

우리 부부는 봉평 메밀꽃 구경을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가본다.

몇 년 동안 9월이면 봉평 덕거리의 '달빛극장'을 가곤 하였는데 유인촌씨가 문화부 장관이 되면서부터 그 행사가 없어진듯 하여 몹시 아쉬웠다.

나서기로 하고 혹시나 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였더니 올 해 '달빛극장'이 8월에 있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한 번 가볼걸.....

 

 ▲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강원도 곳곳은 들떠 있었다.

지난 여름 쟈크 로게의 '?창' 할 때 얼마나 기뻤던가?

이 아름다운 메밀밭을 겨울엔 보여줄 수 없음이 아쉽다.

메밀꽃은 한 송이만 볼 땐 그렇게 예쁜 줄 모르겠는데 모아놓고 보면 모네의 그림을 이 곳에 옮겨놓은듯 환상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가들이 여기저기 이젤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면 사진이 아니라 이젤과 붓과 물감을 들고 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남편에게 면도도 하지 않고 나섰다고 잔소리를 해댔는데 멀리서 찍으니 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요즘은 둘이 다니니 독사진이 주다.

 

 ▲

도서관에 있는 혜인이에게 사진을 전송해서 보냈더니

"엄마 눈 떠라 ㅋㅋㅋ"

란 답장이 왔다.

원래 눈도 작지만 햇빛이 비쳐서 더 작아졌다.

남편의 눈은 소 눈처럼 커다란데 아이들은 나를 닮아 눈이 작다.

어떨 땐 아이들과 셋이서 눈 크게 뜨기 시합도 하곤 한다.

"누나야 눈 떠라, 엄마 눈 떠라"

그러면서 장난치곤 하였다.

나도 어쩔 수 없다. 조상탓이다.

 

 ▲

모네가 봉평에 왔으면 아마도 대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먹고산다고 할 만큼 곳곳에 산재해 있다.

관광 안내소도 펜과 연필로 꾸며져 있었다.

 

허생원과 동이가 끌고 가던 그 당나귀들이 짐 대신 관광객을 나르고 있었다.

그 중 한가한 틈을 타 당나귀가 졸고 있는 것을 포착.

 

 

 

 

마침 효석문화제의 마지막 날이라 풍물패들이 메밀밭을 돌아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있었다.

 

 ▲

식당에서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을 사먹었다.

봉평의 음식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다.

메밀국수, 메밀묵사발, 메밀전병, 메밀부침개, 수수부꾸미, 올챙이 국수가 대부분이었다.

식당이나 봉평장의 난전에도 메뉴는 한결 같았다.

간단한 요기를 할 음식들만 있어 좀 아쉬웠다.

봉평도 메밀을 이용한 향토음식 개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 까지 두루 갖춘다면 지역민들의 수익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봉평장에 들렀더니 더덕,옥수수,감자,구기자,산수유 등을 팔고 있었다.

어디선가 더덕향기가 쌀쌀한 날씨에 코끝을 스쳐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고추장 양념을 듬뿍 발라 더덕구이를 해먹어야지.

 

남편은 백화점 구경은 질색팔색 하면서 시장구경은 무척 좋아한다.

장을 한 바퀴 돌면서 수수부꾸미를 보고 예전에 엄마가 부쳐주시던 생각이 나 장터에 앉아 하나씩 사먹었다. 한 개 2,000원. 먹고 나서니 바로 옆집엔 1,000원이라고 써있지 않은가?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수수부꾸미는 우리 엄마가 부쳐 주시던 것이 제일 맛있다.

봉평장에서 파는 수수부꾸미는 조리되어 나오는 단팥을 넣어 너무 달아 수수 본래의 식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나만 먹어도 속이 달아 저녁 내내 거북하였다.

 

"어 달아..."

를 연발하며 장모퉁이를 돌아서 나오니  마당놀이가 한창이었다.

배우들이 관객에게호박엿을 던져주고 서로 사인을 보내고 하며 웃음이 난무하였다. 우리쪽으로도 호박엿이 날아왔는데 아까 먹은 수수부꾸미 때문에 속이 달아서 적극적으로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

허수아비는 남자만 있더니, 여긴 허수어미(?)들만 모여 있어 나도 어깨동무를 하고 한 컷.

 ▲

소원을 적어 넣은 메모지로 만든 행운 달구지.

 

멀리 허생원이 건넜던 다리가 보인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점점 추워져 옷깃을 잔뜩 오므려도 손이 시렸다.

달빛에 하얀 메밀꽃을 보아야 진짜인데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 달이 뜨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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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9.20 13:32

    첫댓글 하연 메밀밭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작성자 11.09.20 20:50

    여기도 저기도 온통 하얀 메밀밭이었어요.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모두가 같은가 봐요.

  • 11.09.20 19:33

    ^^* 사진 감사합니다.
    그런데 메밀이 덜 핀건지 흰색의 강도가 좀 약하게 느껴지네요.^^*
    달빛 극장.......
    가보고싶은 곳인데요.....
    달빛극장의 첫해 공연을 우리는 한 곳에서 봤었죠.^^*
    지난번에 유인촌 장관을 한번 만났어요.
    그분 특강 끝나고나서요.....
    달빛 극장 이야기 하니까 무척 반가워하더군요.^^*

  • 작성자 11.09.20 20:52

    오랜만입니다. 그 때 달빛극장에서 같은 공연을 보았었죠? 만나진 못 했지만 목소리만 듣고 그냥 와서 아쉬웠어요. 잘 지내시죠?

  • 11.10.06 21:42

    어~~~ 달아...하는 아녜스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이 쿡쿡.. 이태리에 오기전에 봉평에 잠간 들렸었어요. 그땐 메밀밭은 없었지만 그래도 상상으로 보았었는데 이렇게 진짜로 보게 되네요. 아녜스님의 글엔 언제나 드신 메뉴이야기가 나와서 좋아요. ~~~ 덕분에 저도 짭짭~~

  • 작성자 11.10.07 10:13

    놀러가서 먹는 것 빼면 재미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우린 늘 뭘 먹고 다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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