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간 40일간의 유럽 여행에서 가장 즐거워했던 순간은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던 때였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도 역시 그 때였다. 공연을 본 감동과 흥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본 뒤 아쉬운대로 일단 음반매장에 달려갔다. 매장 계단에 앉아서 구입한 OST를 한참이나 살펴본 뒤 숙소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오페라의 유령'은 아시다시피 정말 유명한 작품이다. 뮤지컬로 초연되었지만 2004년에 6번째 영화가 나올 정도다. 설사 이 작품을 모르더라도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을 들으면 '아~' 할 정도로 많은 매체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1-1. The phantom of the opera (사라브라이트만 콘서트 버전)
http://www.youtube.com/watch?v=S88rkpPu8_g
이 작품은 역시 뮤지컬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기 전엔 나도 느끼지 못했지만...) 내용 자체가 오페라 무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직접 무대에서 보면 좀 더 작품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 현재 14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15년 연속 공연, 2,500만 장의 OST가 팔렸다고 한다. 본고장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느낀 정통 뮤지컬의 아우라를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다.
뉴욕 브로드웨이가 유명할까? 런던의 웨스트 엔드가 유명할까? 둘 다 유명한 건 사실이다. 뮤지컬계에서 이 두 도시의 위치는 신기하게도 뉴욕과 런던 도시 자체가 가진 분위기와 비슷하다. 뉴욕은 엄청난 자본으로 만든 화려한 무대와 세계에서 몰려드는 다양한 관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런던에서 히트한 작품이 뉴욕으로 간다는 것.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맘마미야', '캣츠' 등이 런던에서 탄생했다. 런던이 뮤지컬의 본고장이라는 말씀이다. 런던은 덜 화려한 대신 좀 더 원칙에 가깝고 문학적인 느낌을 풍긴다.
런던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뮤지컬을 보는 것이었다~^^ 버킹엄 궁전 주변에 한국인 민박을 잡아놓고 런던 특유의 찌린내(?)에 익숙해 질 무렵 공연티켓을 구하러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갔다. 보통 런던에 여행 오는 많은 한국인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표를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혹시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해서 직접 나섰다.
피카딜리 서커스는 여러 길이 한데 모여 하나의 광장을 형성한 런던 최고의 번화가다. 마스코트 EROS는 생각보다 지저분했다;; 이 근처에 유명한 극장들이 모여있다. 뮤지컬 표를 싸게 살 수 있는 레스트스퀘어를 이용해 볼 까 생각을 했는데, '오페라의 유령' 티켓 구하기는 유령 보는 것보다 힘들다는 이야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는 극장을 어슬렁거렸다. 왠걸? 내일 표가 남는다며 앞쪽 자리를 47파운드(9만원)→ 40파운드(7만7천원)로 해준다는 사람을 만났다.
이 작품은 원래 프랑스에서 1910년에 발표되었던 소설이다. 영국의 작곡가 앤드루 L. 웨버(Andrew L. Webber)가 이를 뮤지컬로 만들어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앤드루 웨버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캐츠', '에비타' 등을 만든 영국 최고의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실제로 보다니! 정말 너무너무 흥분되었다.
'오페라의 유령'만 계속 공연하는 극장 이름은 'Her Majesty's Theatre Haymarket' 이다. 우리나라는 극장 대관하는데 돈이 엄청나게 드는 뿐더러 극장일정과 공연 일정을 맞추는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단독 극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예술가들이 공연에만 열중할 수 있는 가장 큰 여건이다. 부러워 부러워~ 어쨌든 'Her Majesty's Theatre '를 들어서는 순간 유령의 큰 가면이 그려진 포스터가 보였다. 그리고 정말 극장 내부는 정말~환상적이었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 봤던 극장 그대로였다. 영화가 이 극장을 재현한 것이겠지만....3층으로 된 극장은 일단 화려했다. 금색 천사들로 장식된 무대 옆 기둥들을 보니 중세 시대에 온 느낌이 들었다. 급 흥분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 사진을 찍으니 'no camera' 라며 저지한다. 그래도 2장은 남겨서 다행이다.
첫 장면은 원숭이가 나오는 경매장면. 커튼이 올라가면서 약간 보였던 금색 천사들의 나머지가 보였다. 인도풍의 옷을 입은 무희들이 첫 장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하늘로 확~올라가는 샹들리에! 정말 압권이다.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주옥의 명곡들을 실제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정신 없이 몇 시간 동안 '오페라의 유령' 세계 속에 빠져 있었다.
1-2. The phantom of the opera (영화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Ej1zMxbhOO0'오페라의 유령'의 주제곡이다. 뮤지컬에서는 첫 장면과 막이 끝날 때, 유령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로 데려갈 때 나온다. 그 극장, 그 장면에서 듣는 이 노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수 백 개의 촛불이 켜진 사이에 배를 타고 가며 정말 나도 같이 지하에 초대되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게 정말 음악과 무대와 연기의 바람직한 조화가 아닌가~! 나는 2층 무대 근처에 앉았는데 샹들리에가 거의 내 눈 앞에 있었다. 1막이 끝날 때, 갑자기 누군가 그 샹들리에 위에 번쩍 나타났다. 관객들이 소리를 지러 댈 때 불이 꺼지고 인터미션이 있었다. 그 순간 나를 포함한 관객 모두 '오페라의 유령' 속에 등장하는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
2. angel of music (영화버전))http://www.youtube.com/watch?v=h1cm5wV-3j4크리스틴이 오페라에서 'Think of Me'를 멋지게 불러서 박수를 받고 내려와 친구와 대화할 때 나오는 노래다. 친구가 크리스틴에게 노래 비결을 묻자 크리스틴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내주신Angel of Music 덕분이라고 한다. 하프 소리를 배경으로 나오는 크리스틴과 친구와의 이중창은 무척 달콤하다.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지...?-_-; 이 노래는 조금 다르게 다른 장면에서 나온다. 그 유명한 거울 장면! 자신의 꿈에서 노래를 가르쳐 주던 실제 Angel of Music인 팬덤을 거울을 통해 보게 된다. 실제 뮤지컬에서 거울을 관객 쪽을 향해 있고 크리스틴은 관객을 등지고 서 있다. 거울 속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유령을 볼 수 있었고 무척 신비로웠다. 개인적으로 이 때 크리스틴과 유령이 부르던 Angel of Music이 더 좋다.
3. All I ask of you (사라브라이트만 콘서트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KUkvcWuFESQ
그럼 말해 줘요 이제 함께라고 우리 하나 될 수 있도록 원한다고 내게 약속해요.
어디든 나와 함께 해요. 크리스틴, 바램은 그것뿐
말해줘요 이제 함께 라고. 정녕 그대만을 따르리. 함께 영원할 거라고 말해줘요
가사를 봐도 알겠지만 크리스틴과 라울 둘의 감미로운 듀엣 곡이다. 크리스틴은 모든 이상한 일들의 원인이 유령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라울과 옥상으로 도망친다. 라울을 그녀를 감싸주고 그녀는 라울과 사랑의 노래 'All i ask of you'를 부른다. 위 동영상은 뮤지컬 초연 때 크리스틴 역을 했던 사라 브라이트만 버전이다.
4. think of me (영화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pXDonUxBxig이 노래는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 '만큼 유명한 곡이다. 처음에 '한니발'이라는 오페라의 여주인공이 극장 관계자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 사고가 나는 장면, 주인공이 아니었던 크리스틴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에서 나오며 이 노래를 부르며 환상적인 무대를 펼친다.
5. Music of the Night (영화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GHAauiJwwmU&feature=related
붙잡아 봐, 느껴봐- 전율과 부드러움을 그 냉정하고 무감각한 빛은 잊어 버려
그리고 들어봐, 이 밤의 음악을.
눈을 감아, 그리고 너의 가장 어두운 꿈들에게 항복하는 거야
이전에 알았던 삶은 다 지우고 눈을 감아, 그리고 너의 영혼이 날아오르도록 해 보렴
그러면 넌 이전과는 비견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될 거야
유령의 솔로 곡이다. 유령이 크리스틴을 지하로 데리고 온 뒤 크리스틴에서 부르는 노래. 뮤지컬은 가사가 중요하다. 대사를 노래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밤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한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음악에 바친 유령의 부드러우면서도 외로운 심정이 잘 드러난다.
극장을 나오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 Virgin Megastore에 들려 OST 코너를 찾았다. 일렬로 쫙 정렬된 OST들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 OST는 버전이 많다. 최초 초연 뮤지컬 버전, 영화 버전 등이 있는데 Original cast recording 버전을 샀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연 버전이다. 사라브라이트만은 뮤지컬을 만든 앤드루 웨버의 부인이자 팝페라 가수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환상적인 목소리에 익숙해진 나머지 2004년 영화의 크리스틴 목소리가 코맹맹이 소리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본 날 민박집 주방에서 맥주파티가 벌어졌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저마다 런던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파티를 즐겼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전이나 직후에 감동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기에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라이온킹'이나 '빌리 엘리어트'등을 본 사람들도 나처럼 흥분하며 공연 이야기를 했다. 마음 같아선 런던에서 일주일 더 있으면서 많은 뮤지컬을 더 보고 싶었지만, 2005년 7월 당시 런던에서 테러가 일어나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몇 지하철역이 폐쇄된 것에 겁을 먹어 다음 날 레스트 스퀘어에서 저렴하게 산 티켓으로 'we will rock you' 을 보고 네덜란드로 바로 떠났다.
아~~런던이여~ 다음에 유럽을 가게 된다면 런던에 있는 뮤지컬을 모조리 다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때는 아마 직장에서 일 하다가 때려 친 뒤일 것 같다. ^^;
<지난 주 퀴즈 정답>정 답 :
'인어공주'정답자 :
Kelvin Kim님 (감사합니다^^)
설 명 :
전도연 박해일 주연의 인어공주의 OST도 조성우 감독님이 제작하셨습니다.
<이번 주 퀴즈!>재밌게 읽으셨나요? 퀴즈 나갑니다~! 아시는 분은 ㅁㅁ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Q.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앤드루 웨버의 첫 작품은 <지저스 ㅁㅁㅁㅁㅁ 슈퍼스타? 입니다. 이 작품은 예수의 생애 마지막 7일을 뮤지컬화한 것입니다. - 다음 편은 “스크린으로 본 퓨전 뮤지컬 <물랑루즈>”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