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보기 힘든 시골 지방의 작은 강가에는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집 하나가 있어
그 집에서 초원의 새소리나 들으며 조용히 지내던 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내 삶의 환경이
대도시의 복잡함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어느 한 거리에 나와서 자세히 바라보는 저녁의 도심에는
분주한 자동차들의 불빛과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있다.
그리고 고장나서 반년이나 멈춰있던 내 머릿속 시계의 괘종을 한꺼번에 풀어 울리는 듯
도시의 소음에 나는 얼이 빠진다.
움직이지 않는 동상의 눈동자가 되어 거리를 본다.
평온에 익숙해져 있던 내 눈동자 속에서
싸늘한 북쪽지방의 호숫가 갈대밭을 흔들던 고적했던 바람이 일어난다.
처음으로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힘이 빠지며 크게 호흡을 뱉는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내가
도시의 환경을 이다지도 자세히 살펴보는 일도 처음이지만
사는 방식에서 결코
도시의 환경만이 좋은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는 생각도 처음으로 해 봤다.
이다지도 역동적인 도심의 파노라마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자존심으로 움직이는 둥지들 같다.
하나하나 명백한 신분증 같은 생김의 표식들을 자기 얼굴에 담고 있다.
이렇듯 다른 이유와 목적들을 담은 각자의 둥지들이 사회에서 한 조직으로 단결한다는 것은
대단한 양보이자 지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북쪽의 숲과 강과 초원으로 온통 흩어져 있던 나의 잔짤들을
다시 내 둥지 안으로 불러 모은 다음 걸어서 기다리던 카풀차에 올랐다.
오늘은 내가 회사의 직속 조직원들에게 저녁을 사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고기 굽는 연기와 타는 듯 끓어오르는 강렬한 음식 냄새 같은 게
옷과 머리카락 속에 눅눅하게 배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젊은 동료들도 좋아하는 장소이자 더불어서 연기와 냄새가 없는 장소를 부탁한다고
그들에게 예약을 맡겼더니 강 쪽 야경이 멋진 호텔 레스토랑을 잡았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1차로 저녁을 먹고
같은 호텔에 있는 바(Bar)에다 2차 예약을 해 놨다는데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도착해 장소에 들어서니 벌써 와 있는 몇몇 얼굴들이 반갑게 부른다.
예약했던 순서대로 저녁을 먹고 바(Bar)로 자리를 옮겼다.
상무형님이 내 옆자리에 틀어 앉아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직급도 있고
조금 침체된 회사 분위기상 과음은 하지 말자
그리고 선행연구원들은 할 일 많다 잔소리 끝.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던 안경 낀 여성동료가 건강하세요 내 잔에 술을 채워준다.
취하면 뒤끝에서 골 아프게 하는 술은 안 마시는데
술병에 호적을 확인해 보니 마셔도 되겠네.
지난해 화성에서 서초로 온 연구원이 내 빈 잔을 채워준다.
그리고 내게 인삼액을 보내줬던 진주 귀걸이 동료가 또 내 빈 잔을 채워주었다.
예쁜 딸 하나 있었는데 또 예쁜 딸 쌍둥이를 더해서
세 딸 아빠 된 동료가 내 잔을 채워준다.
보내주신 한우세트에 고마웠습니다 그의 아내가 땡큐카드를 써 보냈다.
공황장애 걸리던 마지막 출장 당시 나를 보조했던 동료는
그 추억에 훌쩍훌쩍 흔들리는 손으로 환영합니다며 내 잔을 채워준다.
이 친구는 한국말이 나보다 더 딸린다.
유펜 대학생 때 부정적 조언으로 피츠버그 커피숍에서
첫 키스 여자 친구 루씨와 나를 갈라놓았던 선배,
지금은 상무탱이 그 선배가 나에게 러브샷을 하잰다.
내가 미쳤쑤 꼰대랑 러브샷을 하게.
금발 외국녀 피아니스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유쾌하고 정겨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생각할수록 좋은 사람들이다.
심장이 따뜻해져서 아침의 밝아오는 하늘이 더욱 빛나 보인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혼자 고적하기만 했던 내 마음도 한결 좋아졌다.
지금으로서는 어색한 도시에서 내가 의지할 사람들이 동료들 뿐이고
그들의 방식은 귀족들같이 온화하다.
나는 오늘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웅장하게 삶을 살 수 있다.
첫댓글 여러 사람 속에서 어울려 살면서도 현대인은 고독합니다.
그래서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생겼지요.
정호승 시인은 말했지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산새도 외로워서 울고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 한 번쯤은 물가로 내려온다고 했지요.
그런 외로움을 헤쳐가며 사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저도 '군중 속의 고독'을 주제로 쓴 한 편의 시가 있습니다.
남진이 부른 '빈 잔'이란 노래말 중에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지요.
'외로운 사람끼리 아 만나서 그렇게 또 정이 들고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그대여 나머지 설움은
나의 빈 잔을 채워주~'
군중들은 안 외로운 사람이 없군요.
또 외로워야 사람이고 그런가요? ㅋ
빈 잔 이란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고향 가는 길
----------------------------------------------------- 박 민 순
빈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매정한 도시의 거리를
밀리며 밀치면서 걸어간다
사람을 버린 사람들과 사람이 버린 사람들이
칼날처럼 날이 선 모습으로 오가고 있다
어깨를 툭 치면서 손이라도 마주잡을 그 사람은 지금
어느 거리를 헤매고 있는가?
노을이 하늘에 구운 것은 사랑만이 아니었다
지난날 생각들 아무리 뒤져도 내 안에 없는 이
등 돌린 미움까지도 산마루에 걸어 놓고
이젠 되었단 듯
손 아예 툭툭, 터는 높은 하늘
늦은 밤 버스 안에는 짐짝처럼 떠밀린 사람들
외로 접은 고개 다시 풀어 세워보지만
높은 하늘에 흰 싸라기를 엎질러 놓았나?
별이 저리 총총한데
오히려 너무 크고 둥글어 허전한 보름달
구부러진 논두렁길 지나고
흐벅지게* 피어있는 하얀 박꽃 돌담장
그 너머에 내가 살았던 옛 둥지가 있다.
* 흐벅지게 : 탐스러울 정도로 두툼하고 부드럽게.
이번에 박시인님 시집에 실린 시인가요?
@도깨비불 네, 28페이지에 있어요.
새로운 시작 을
응원 드립니다!!~👏👏🪂❤️👏👏🙆🌹💓
우리도 남편의
오랜 동료를
만나고 왔어요.
탬파에 한강 부촌 같은
몇억~이상 버는 부자들..ㅡㅎㅎ
플로리다에 인건비로 돈 벌긴 힘들거고 사업자나 의사 변호사등등 수입밸류가 높으신 분들이시군요.
@도깨비불 일하시는
같은계통 C. I. O. 입니다.ㅎ
도깨비불님 좋은 분들과 멋진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어제 울친구들과 서울숲 다녀 온 수피는 그 여파로 피곤 일찌감치 잠들었더니 오늘 새벽 넘 일찍 눈이 떠지네요. ^^
쾌적한 하루를 위해 좀 더 잠을 청해봐야 겠습니다.
첨부 사진은 서울숲 식물원의 물망초입니다. ^^~
제가 회사 - 집 외엔 돌아 다녀보질 않아서 아는데가 없는데 이 꽃이 정말로 예쁩니다.
지구 반대편이 아닌 같은 하늘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건강한 웃음으로 술잔을 부딪쳤다는 것이 어쩐지 믿어지지는 않네요. 동료들의 환영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훌쩍였던 그 동료는 얼마나 그 자리가 감동이고 감사했을까요? 갑자기 바뀐 환경이 생경할지라도 또 잘 적응할 거고, 임원들은 주말도 출근하게 되었다는 뉴스도 접했지만 합심하면 잘 해쳐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료들과 함께한 그 모임이 정겹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신체적으로 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병 낫고 반년만에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역시나 맛있습니다. ㅋ
환영회가 아니고 그냥 제가 땡큐디너로 쏜거에요.
회사가 국내쪽에서 텍사스로 옮겨갈 부서들이 많은데 모든 비용 미정부에서 대주기로 해서 아마 올 여름엔 우리 부서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서들이 갈것같아요.
합심하면 잘 되고말고요. ㅋㅋ 너무나 할일이 많아서 집중하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해깔려요. ㅋ
@도깨비불 그 회사가 택사스에 새로 짖고 있다는 뉴스.미국의 통큰 투자 등등의 소식을 듣고 읽긴 했지만,피부에 와 닫지 않은 딴 나라일 쯤으로 생각했는데,그일에 몸담고 계시는 분이 도불님이시니 응원 많이 해야겠습니다.
미국이 크게 투자하면 미국과 회사는 좋은 일이겠지만 이 나라에서 일자리 창출은 안될거란 소심한 염려는 됩니다 만 모쪼록 이 나라에도 크게 기여하는 기업으로 계속 성장해주었으면 싶네요.
그리고 웅장한 도불님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리진
네네. ㅋㅋㅋ
여러 부서팀원들과 함께 제가 긴 출장을 자주 나가있는 그게 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결과가 더 좋아지겠죠. ㅋ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유쾌하게 어울려 지내는 걸 보니 좋으네 ~ 이제 알뜰히 근속 기간 채워서 노년을 여유롭게 지낼 자금줄 빵빵하게 들고 나올 생각으로 열심히 하시게 사람은 특히 남자는 일을 놓는 순간 매력이 사라져 버리지 깨비처럼 타고난 매력이 있는 남자는 빼고 말야 그니까 은퇴했어도
내일을 취미삼아 갖고 있길 바라잖아 아뭏든 시방 깨비는 넘 멋져~^^
제가 노후준비 벌려고 회사에 있는건 아닌거같아요. ㅋ
일 안하는 삶을 생각해본적이 없고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 많이있고 프라이드가 좋아서 있는거 같아요.
누님 진실로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앗~~!! 몽롱한 아저씨 한국에 오셨나부다
디게 고급지고 상무형이라고 하는거 보니
잘 나가는 사람인가부다^^
귀국 축하해요!!
아직도 몽롱합니다. ㅋ
축하 감사합니다. ㅋ
그 웅장하게 사는 삶속에
좀더 여유와 품격이 높은 자리가 되거든 이젤을 불러주시오
내가 잠자는 공주는 못되더라도
살포시 우아한 왈츠 한춤 나비처럼 추고 오겠소
상ㅁ 형님 소개해드리지요. ㅋㅋ
@도깨비불
직장으로 컴백해서 동료들에게
저녁과 술한잔 사신 모양입니다
흐믓한 모습 보기좋습니다^^
네. 좋았습니다. ㅋ
만나고 싶은 분들과의 저녁시간
보는것만으로도 좋은 분위기를 알거 같네요
좋은시간 멋진분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일터에서 보다가 바깥에서 보면 뭔가 좀 달라 보여요.
감사합니다. ㅋ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도
잔 나누고 도시를 바라보며
낭만감성도 살아 있는~
지구의 저쪽에서 이쪽으로
와서 오늘도 이렇게 살았노라는
하루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백~축하드려요 ~^^
네. 이렇게 살았습니다.
혼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여럿이서 함께 말하면서 사니까 좋기는 합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컴소스를 한가지만으로 고정시키는 관념을 가지고 성실하게 사시는 분들은 삶이 안정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살지요.
그런데 그 방식은 핼프밀리언씩 인컴이 되진못해요.
자신의 장점을 한군데로만 스팟시킨다는 고정된 관념을 멀티인컴소스로 바꿔사는 사람들은 핼프밀리언 정도는 별로 욕심 안부리는 정도라는 것을 주변에는 너무 많이 보게되더라고요.
예를들면 약사박사님 따님께서 아주 효능이 좋은 비타민제를 만들어서 패이튼하고 상업적 제조를 겸하신다면 멀티밀리언 인컴하는 분이 되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불가능이라고 생각하실까요?
공황장애를 앓으셨군요.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전 아직도 ~ing입니다.
좋아졌다 나빠졌다, 그렇습니다.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 자주
만드시기 바랍니다.
자다가 깨어나서 답글을 쓰고있는 제가 완전히 좋아졌다고는 생각하진 않고 있어요.
잘살고 계시니..
그래도 점하나 찍꼬
갑니다욤~~!!
점 하나 찍고가는데 혹시 삐졌어요? ㅜㅜ
@도깨비불 그럼 쌍점으로~~~ ㅎㅎ
좋은 글에
흐뭇한 맘입니다!
앞으로
삶의 가속으로
꿈이 실현되며
더욱 더 비상하시는
깨비님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ㅋ
능력자 도깨비불님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동료분들과 멋진 자리 갖으셨군요
건강하신거 같아 더 반가운 마음이네요
건강과 행복을 응원합니다!!
여럿이 있는게 혼자 보다는 많이 즐겁습니다. ㅋ
둥근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