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중국’과 선거인단 게임
미국의 공식 명칭은 ‘미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다.
여기서 ‘합중국’이란 ‘여러 나라가 합쳐졌다’는 뜻으로
원래 미국은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연합체였다.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13개 식민지는 13개의 나라(state)가 됐고
이들이 독립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것이다.
독립에 성공한 후에도 이들 13 나라는 사실상 독립체였고 중앙 정부는 힘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는 내부 혼란과 외부의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마련돼
1787년 강력한 중앙 정부를 골자로 한 연방 헌법이 추진됐지만
이것이 채택되려면 군소 나라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마련된 것이 인구와 관계없이 각 나라에 2명씩 상원 의원을 배정하고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수도 하원 의석수에 상원 의석수를 합쳐 정하기로 한 것이다.
군소 나라들이 이를 받아들여 연방 헌법이 채택되면서
이들은 연방 정부 산하 ‘주’로 편입되게 된다.
지금 미국이 갖고 있는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는 이런 역사적 유물이다.
연방 헌법은 또 각주의 선거인단을 어떻게 뽑느냐는 전적으로 주 정부에 맡기도록 했다.
그 결과 메인과 네브라스카를 제외한 48개주와 1961년 헌법 개정으로
3명의 선거인을 갖게 된 워싱턴 DC는 승자가 선거인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메인과 네브라스카는 주 전체 승자는 선거인 2명을,
나머지는 연방 하원 지역구 승자가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특이한 제도 때문에 승부가 아슬아슬하게 갈리는 소위 ‘경합주’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그 결과 올 대선은 펜실베니아, 미시건,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7개주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라고 비중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이들 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펜실베니아다.
선거인 수 19명으로 경합주 중 가장 많을뿐 아니라
‘키스톤 주’라는 별명답게 지난 12번의 대선 중 여기서 이긴 자가 10번 승리했다.
민주당이 소폭 우세를 보이고 있는 소위 ‘푸른 장벽’(blue wall) 주인
미시건과 위스콘신에서 해리스가 이기고 펜실베니아만 챙긴다면
남부 주들을 다 내주고도 승리에 필요한 270석을 얻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주는 조지아다.
경합주 중 두번째로 많은 16명의 선거인을 가지고 있는 조지아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1964년이래 2020년만 빼고는
모두 공화당 대선 후보에 승리를 안겨줬다.
해리스가 여기서 이긴다면 펜실베니아를 내주고도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두 곳을 다 내줄 경우 사실상 게임은 끝난다.
이 두 곳 말고 올 대선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주가 노스캐롤라이나다.
이곳도 지난 40년간 민주당이 이긴 적은 한번 뿐이지만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초접전이 예상된다.
대선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여기서 해리스가 이길 경우
대선 승리 확률은 96.7%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곳 해리스 승률을 38.5%로 예측 했지만 최근 변수가 하나 생겼다.
이곳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마크 로빈슨이 과거 포르노 웹사이트에
자신을 “흑인 나치”라 부르고 10대 때 짐에서 여자들이 샤워하는 것을 훔쳐봤다고 실토했으며
노예제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사실이 CNN에 의해 폭로된 것이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그가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사퇴를 종용하고 있으나
로빈슨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루저 도널드는 한 때 그를 마틴 루터 킹보다 낫다고 평한 바 있다.
이들 주와 함께 평소 주목받지 못하던 네브라스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이유는 이곳 제2연방 하원지구 때문이다.
여기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해리스가 이기면 소중한 한 명의 선거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도널드 측은 공화당 표가 많은 네브라스카도 다른 주처럼 승자 독식주의를 해야 한다며
주 정부에 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주 의회 핵심 인물인 공화당의 마이크 맥도널 주 상원의원은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네브라스카의 한 명 선거인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을 해리스가 가져가고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에서
이기면 나머지 경합주에서 모두 져도 승리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한 명을 놓치면 269대 269로 동률이 되고 그럴 경우 연방 하원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데
주별로 의원 수가 많은 주를 한 표로 해 투표를 하게 돼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이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는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 지 현재로서는 선거의 신도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민경훈/논설위원>
미주 한국일보
2024년10월1일(화)字
2024년10월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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