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사이에 엄청난 손해를 본다면? 거기다가 그렇게 상당한 손해를 본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게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일소행(日小幸)이다.
행복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커다란 일에 초점을 맞추고 바삐 지나는 사이에 우리는 눈 멀어 정작 주위에 널린 일상의 소소한 진짜 행복들을 보지 못한다. 이 반짝이는 보석들을 보지 못하니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키모를 받고, 그 후유증의 캄캄한 먹구름 속을 헤매다 천둥 번개를 힘겹게 빠져나왔다. 겨우 한숨 돌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보통 아프지 않고 인생 80년을 산다면 `26년을 잠자고, 21년은 일하고, 9년을 먹고 마시지만,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 그에 비해 화내는 데 5년, 기다림에 3년을 소비한다`는 계산을 본 적이 있다.
요즘 수명이 늘어 백세시대라고 말하지만 더 오래 산다고 쳐도 자고 일하고 먹는 일이야 비례하여 늘어나겠지만 과연 웃고 행복한 시간도 그렇게 늘어날까?. 이 계산대로라면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다. 그렇게 열심히 힘겹게 살아왔는데... 그럼 앞으로의 삶을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결국은 웃고 행복할 시간이 기껐 몇 일도 안 남았다는 거네!?
앞으로는 마음가짐을 고쳐서 밝은 눈으로 내 삶의 일소행들을 낱낱이 주워담아보기로 했다. 일소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난 이런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들이 우리 주위에 널린 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맛보지 못하면서 지나쳐 버리고 무심히 지내온 것을 후회한다.
세상만사가 천편일률 하나 같이 다 좋기만 하라는 법은 없다. 더러 나쁠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세상 이치다. 나쁠 수 있는데도 나쁘지 않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은 꼭 감사해야한다. 감사가 진심이라면 행복은 절로 다가온다.
아침에 눈을 뜨려는데 열에 들뜨고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픈 적이 많았다. 오늘 아침엔 열도 없고 머리도 맑다. 기지개를 쭈욱 펴니 온 몸이 시원하다.
창문을 열고 숨을 깊게 들이 쉰다. 담장의 핑크 재스민이 꽃향을 풍기며 귀여운 미소로 인사한다. 옆집에서 담 넘어로 기세 좋게 팔을 쑥 내민 레몬 나무의 수향이 바람결에 다가오니 아침 공기가 달고 신선하다.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지금 우리는 예전엔 임금이나 황제라도 누리지 못했을 큰 복을 일상으로 누리고 있다. 음식만 해도 사철 안 가리고 지구촌 각 나라 음식과 과일을 다 섭렵하며 즐기고 산다. 옛날 신라시대 당시 임금님만 얼음을 가져다 먹던 서빙고를 집 안에 두 개나 들여놓고 겨울이나 여름이나 손만 뻗으면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문명의 이기로 누리는 편리함은 또 어떤가? 말로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백년 전만 하더라도 동구밖 강거너 지경이나 산너머 딴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맘만 먹으면 동서양 육대주를 두루 섭렵하며 세상 구경을 할 수 있고, 발품을 팔지 않고도 지구촌 구석구석을 편안한 자세로 앉아 여행한다.
지구촌 어디에 있더라도 화상 통화로 대화가 가능하고 영국 황실의 결혼식을 초대받은 것보다 더 편히 앉아서 구경한다. 심지어 달나라와 화성을 여행하고, 그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꿈꾸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복받은 세대다. 주어진 복을 일일이 다 챙길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바라는 것들이 여전히 많고, 불만은 쌓이고, 불안해하면서 그에 눌려 사는지 모를 일이다.
커다란 상자를 하나 준비해 두고 소원들을 넣어두기로 했다. 큰 소원은 기도 칸에 넣고, 먼 후일은 계획 칸에 넣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때때로 솟구치는 분노는 믿음 칸에 넣어두기로 한다.
내 힘으로 되는 것은 물론 내가 힘써 하지만 안 되는 것들은 이 상자에 넣어두고 시간이 무르익고 맛이 숙성되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지금은 그저오늘의 일소행들을 열심히 주워 담으며 웃으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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