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구 지하철 참사 방화범에게 보내는 시

[[무한]]

당신 오죽하면 그렀겠소
세상 씨팔 조팔 디밀어도 안되니
아따 다 태워불자 했던 거 아니겄소

텔레비 틀어보니 당신 정신 없다 하더이만
세상에 정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겄소
나가 가을 논바닥에 불놓으면 아무도 뭐라 안헐거요
애꾸 세상에서 애꾸인 체 하는 두눈배기 아니겄소

노가리 풀기 좋아허는 기자선상님들은
거시기 이야기 만들어 내기 신났소
평소에 들다 보지도 않던 사람들은
일 벌이고 나니까 이상했다 허드만

그래서 나도 쪼까 실수 헜소
리모콘도 잘 못만지시는 우리 엄니
무슨 일 났나 싶어 물어보시길래
어느 미친놈 지하철에 불 놨다 했소

난 곧 죽어도 그럴 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미치고 환장하겄서도 안한다 말 못하겄소
더럽고 치사한 세상 퉤 침한번 뱉어주지
뭐 헌다고 그래 불은 놨는지 모르겄지만

아따 참 거시기 허요 잉
내 글쓴다는 작가선상님들까지 알지도 못하면서
죽은 사람 숭고하고, 죽인사람 뫼가지 비틀라는거 보며
몇자 적어 봤구만 오죽허면 그렀겠소

당신도 거시기 하긴 거시기 하요
지하철 말고 그냥 몸에 붓고 거리에서 허지 그렀소
살기 싫어 나 죽는다 하면
신문지 거시기 한 곳에 쪼마나케 나쓸거 아니요

그것도 거시기 허면
그냥 숨 끊어지기 직전에
"통일" 한마디 혔으면
기자선상님들 또 노가리 열심히 풀었을 거 아니요

지금은 정신 없고, 살짜기 거시기한 사람이다 해도
이왕 죽고 싶은거 분신하며 "통일" 했으면
국민핵교 남들 다 주는 상장까지 뒤적일,
당신 드러워서 못살겠다는 세상 아니겄소

참, 거시기 허요.

[노래에 대하여]

좋구먼........ 맨 마지막에 분신이야기가 쪼매 거슬리지만.. 평소 남 열사되는 게 못마땅했나? 천박한 열사관은 무효. ㅎㅎㅎ 하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 좋았네요. 기자들은 "평소 통일에 대한 신념 어쩌고" 했을거고, 한편에서 흠집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공웅변대회 상장이라도 없을까 뒤지지 않았을까요. 역시.. 무한

[만남과 그리움]

왠지 방화범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 될 듯한...-.- 하지만 그래도 불낸건 나쁘죠.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또 문체가 상당히 재밌는 시인것 같습니다.

[Naz. the D]

으음... 거시기라는 말이 참으로 듣기 좋구려... 허허~~

[[무한]]

이런 말씀들 해주시니, 참 거시기 허요 ^^

[라그레스]

참 잼나느군요 이시 ^^

[벌레와 돈]

대구 참사에 대한 추모시가 여러개 올라왔는데, 여지까지 본 것 중에 님의 글이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너무 과장되거나 좀 가식적으로 보이는 글이 많았어요(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님의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와 대조되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분위기가 너무 공감가네요.

[[무한]]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런 생각에서 쓰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건, 감사할 일이죠. 하지만 너무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일을 담았기에 또 좀 거시기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