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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현 九단이 작년부터 생계비 등 후원을 해온 중국 산시성 왕량군(왼쪽)의 집을 최근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플랜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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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바둑의 정상’ 조훈현(曺薰鉉·51) 九단은 지난 20년간 중국대륙에서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을 수없이 무릎 꿇게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중국의 오지에 사는 한 어린이를 찾아가 ‘자상한 아저씨’가 되어 함께 딱지치기를 하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선풍기를 달아주느라 땀을 흘렸다.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 ‘플랜코리아’(www.plankorea.or,kr)를 통해 산시(山西)성 춘하지역의 어린이 왕량(11)군을 후원해온 조 九단은 지난 13~16일 중국을 찾아가 이 어린이를 처음으로 만나보고 왔다.
“제가 대국차 중국을 자주 오가기 때문에 이왕이면 중국 어린이를 돕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 장래 희망이 선생님이라더니 절 만난 다음에는 ‘바둑기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치더군요. 하하.”
조 九단이 왕량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2월. 플랜코리아가 주최한 ‘빅4 페어 바둑대회’를 치른 직후 조 九단은 일 대 일 후원을 신청했다. 후원 대상 어린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월 3만원씩 지원하며 편지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역시 50~70년대엔 이 같은 방식에 따른 ‘후원 대상국’이었으나 96년 OECD 가입 후엔 세계 15개 후원국 중 하나가 됐다.
“처음 왕량의 사진을 봤을 때, 끼니 거르던 우리네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어려웠던 시절 우리가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전 세계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베풀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왕량의 사는 형편은 생각보다 더 안 좋았다”고 했다. 특히 춘하지역은 식수(食水)사정이 나빠 많은 사람들이 질환에 시달렸다. 조 九단이 7개월간 낸 돈은 학교 식수 공급 설비 사업과 화장실 개조에 요긴하게 쓰였다.
조 九단은 특히 “중국 아이들이 우리 딱지치기와 비슷한 놀이를 해 놀랐다”며 “딱지치기, 축구, 바둑을 하며 함께 놀고 한국말도 가르쳐 줬다”고 했다. 일산 ‘새빛 안과’ 소속 의사 3명이 춘하지역 어린이를 무료로 진료해줄 때 조 九단은 시력검사를 돕기도 했다.
아이들을 좋아해 아내에게 “아들 둘, 딸 둘은 낳자”고 했다던 조 九단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그는 “왕량을 만나 부족한 아들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멀리서나마 돕겠다”며 웃었다.
한 해 80~100차례나 대국을 갖던 ‘승부사’ 조훈현은 넉넉해진 표정으로 “승리의 기쁨만으로는 제 인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