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간장
-못에 관한 명상 · 37
김종철
어머니는 새벽마다
조선간장을 몰래 마셨다
만삭된 배를 쓰다듬으며
하혈을 기다렸다
입 하나 더 느는 가난보다
뱃속 아이 줄이는 편이 수월했다
그러나 아랫배는 나날이 불러 오고
김해 김씨 가마솥에는
물이 설설 끓기 시작했다
그날 누군가 바깥 동정을 살폈다
강보에 싸인 아기는
윗목에서 마냥 울기만 하였다
아랫마을 박씨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고추 달린 덕에 쌀 몇 가마니 더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핏줄과 인연이 무엇인지
눈치챈 누나는 아기를 놓지 않았다
굶어도 같이 굶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어린 딸이 눈물로 붙들어 매었다
어머니는 젖을 빨렸다
어머니의 젖에서는 조선간장 냄새가 났다
어머니,
지금도 그 가난이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은
조선간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도 그 핏줄이 나를 놓지 않는 것은
눈물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머니만 아십니다
오늘 내가 당신 영정 앞에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조선간장보다 더 짜고 고독한 것을 !
첫댓글 전에.. 이 시와 비슷한 내용으로 된 시를 하나 봤더랬어요. 음..소설이냐.. 시냐.. 분간못할 정도로 스토리가있던 .. 아..그게 뭐였지 제목이 생각이 안납니다요. 이런~~
혹시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하종진의 /간장/이 아닌가요?
그건.전에 수업중에.했던. 것 같은데. ㅎㅎ. 요즘은 돌아서면 잊어버려요.아이고 담에 생각나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