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수요일 "처음 밟는 도쿄땅" (인천 -> 나리타)
PM 12시 45분 UA800 탑승
2시 30분 나리타공항 도착
5시 우에노 도착
6시 30분 히가시아주마 도착
8시 30분 저녁 오꼬노모야끼
11시 30분 기숙사 도착
전날밤부터 슈퍼가서 간식 챙겨 넣으랴 옷 챙겨 넣으랴 결국은 새벽4시까지 짐을 쌌다.
그러고도 다 쌓냐하면 절대 아니지? ^^
아침 8시 기상. 세면도구와 양말, 속옷 챙겨 넣고 청소기로 방을 한번 돌려주니..
으미~ 깨끗한거.. 오랜기간 비워 있을터이니 기왕이면 깔끔하게..
아!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동호회에다 떠난다고 글 남기고 9시 넘어 공항으로 출발.
송내역으로 가서 공항버스에 올라타니 으미~ 10시가 넘었네.
적어도 11시까지는 가야하는데. 급기야 인천 시내를 다 도는지 11시 넘어 공항 도착.
헐레벌떡 3층 K카운터로 달려갔다. A에서 K까지 갈려니 왜 이렇게 먼거야?
탑항공 직원에게 비행기표를 받아들고 UA카운터로 가서 발권을 마치니 11시 40분.
12시 15분에 탑승한다는 티켓을 받아들고 KTF라운지를 찾으니 보이지를 않는다.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12시 출국장으로 들어가 친구가 부탁한 면세품을 받아든다.
이거 생각보다 무게를 차지하네. 흑! 나도 돈만 있었어도 화장품 하나라도 사는건데.
바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맨 끝자리 창문 옆옆자리다. 애구!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안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일본인이 와서 앉는다. 비행 중 내내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는다.
아! 나도 찍고 싶어라. 양해를 구하고 한 컷 찍었다. 처량 모드.. -.-;
UA 외국항공기라 그런지 남자 스튜디어스도 보이고 우람한 체격의 여자 스튜디어스도 보인다.
신기하다. 바로 기내식이 나오고 샌드위치와 바나나, 과자2개 오렌즈 쥬스 이게 다임.
하도 기내식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별 기대 안했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네.
그러나 돌아올때도 메뉴가 똑같다니. 이런 실망스러움이.. 다음번에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야겠다.
맛나게 먹어주고 커피를 달라고 했더니 스타벅스 컵에 담아준다. 와우! 그럼 이 커피 스타벅스 것인가보다.
앞자리 의자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어디쯤 날라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끔 되어있다.
아시아나 이용할때는 이런거 없었는데.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눈 좀 붙이고 셀프도 찍어보구.
날씨 좋네. 저 멀리 눈 덮힌 후지산도 보이고. 이제 다 왔나보다.
드디어 1시간 반만에 도쿄에 도착한 것이다. 신기신기...
화장실에 다녀온 후 사람들이 두 갈래로 나뉜다. 많이 가는 쪽을 갔더니 티켓을 보여달란다.
나 없는데.. 알고보니 이쪽은 경유해서 홍콩가는 사람들이 타는 라인이었던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와 입국장을 빠져 나올려고 했더니 날 붙잡는다.
헉! 나 잘못 한거 없는데. 알고봤더니 이쪽은 세관에 신고할거 있는 사람들이 오는쪽이란다.
여권달라고 해서 보여줬더니 몇일 있을꺼냐? 직업이 뭐냐? 기타 등등.. 물어본다.
아니! 내가 불법 취업이라도 하게 생겼냐? 다행히 무사통과..
마중나온 사람들의 종이팻말을 보니 새삼 도쿄에 온게 실감이 난다.
이제 케이세이 라인을 타기 위해 자판기 앞에 섰다.
한참을 째려봤다. 도대체 뭐라고 쓴건지.. 하는 수 없이 1000엔이라고 쓰인 글자를 누른다.
묵묵무답.. 어쩌라는거야?? 지나가는 일본인이 돈 먼저 넣으란다.
애고! 챙피해라.. 이제야 표가 나오네..
왼편이 케이세이 라인이고 오른편이 비싼 스카이라인이다.
우에노, 닛뽀리까지 케이세이 라인(1000엔), 스카이라인(1920엔)임.
처음 출발지라 그런지 다행히 앉아갈 수 있다. 우리네 전철과 똑같다고 보면 좋다.
서로 얼굴 마주보면서 가자니 심심하네. 자고 일어나도 아직도 멀었다니.
중간중간 설때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보인다. 만화책 보랴? 친구들과 얘기하느랴 정신없다.
그만큼 케이세이 라인은 일반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뜻.
1시간 40분 걸려 우에노에 도착했다. 엉덩이에 쥐나는줄 알았다.
짧은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돈이므로 스카이라인을 권해드린다.
우에노에 내려 노란장미님께 전화를 드렸다.
왜 전화가 안오나 기다리셨다며 지금 아르바이트를 가야하기 때문에 기숙사까지 찾아오란다.
우에노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나오면 야마노테선을 탈 수 있는 우에노역이 나오고.
거기서 아키하바라역까지 간 뒤 소부센으로 갈아타서 카메이도까지 간 뒤
토부카메이도선으로 갈아타서 두정거장인 히가시아주마까지 오란다.
헉! 몇번을 갈아타라는건지. 과연 난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까?
여기까지 알려준 후 그만 전화가 끊겼다.
동전이 부족해 근처 상가에서 잔돈을 바꿔오니 전화를 안 받는다.
통화중.. 10여분간을 계속 수화기를 붙잡고 있다가 히가시아주마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끙끙대며 캐리어를 들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육교와 신호등이 보이고 신호를 기다리는 일본 사람들.
와! 드디어 내가 일본에 왔구나.
표를 또 어찌 사야하는지 아직까지 자판기에 익숙해있지 않아 두려움이 앞선다.
자판기 앞에 서서 뭘 어찌해야하나?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표를 끊고 있는 일본인에게 카메이도를 외치니 알아서 버튼을 눌러주네.
들어오기는 했는데 녹색의 야마노테선을 탈려면 도쿄방면과 닛뽀리 방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 혼돈스럽다. 서서 음악 듣는 일본인에게 아키하바라를 외쳤더니 3번 승강장으로 가란다.
애효! 진땀난다. 우에노에서 두정거장인 아키하바라에 내렸는데 이젠 또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여기가 아닌가봐??
정말이지. 첫날엔 전철 노선 갈아타느라 얼마나 긴장했던지.
다행히 카메이도까지는 왔는데 여기서 걸어가면 20분 거리구. 전철로는 두정거장이라고 했는데.
그럼. 걸어볼까?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지?
결국은 왼편으로 캐리어를 끌고 가자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여기는 공중전화도 안 보이네. 지나가는 버스를 보자니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타지?
더 이상 헤메기 전에 다시 카메이도역으로 돌아왔다. 오른쪽 상가로 돌면 자판기가 보인다고 했는데.
정말 상가가 끝나는 지점에 연결되는 전철이 보인다. 오고가는 두 철로만 놓인 아주 작은 역이라고 해야하나?
140엔짜리 표를 끊고 또 왼쪽에서 타야하는지? 오른쪽인지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다들 오른쪽에서만 서 있는다. 여기가 아무래도 종점인 듯 싶다.
나도 얼릉 타고 두 정거장 후 내렸다. 어머! 여기는 무슨 시골 간이역 같다.
전철이 오고가는 철로에 도로가 나 있어서 신호에 걸리면 기다렸다 지나가야 한다.
그냥 도로로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함부로 못 지나다니게 송곳처럼 빽빽하게 블럭을 설치해놓았다.
전화박스에 들어가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뭐라고 일본말로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있나?
맞은편 쎄븐일레븐 편의점이 보이길래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전화를 돌려도 역시 안 받는다.
아무래도 알바중이라 통화가 안되나보다. 전화기를 꺼놨나?
하는 수없이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어디냐구?
너무 반가웠다. 오빠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이쪽으로 오겠단다.
가게에서 일하는 중인데 아버님에게 얘기하고 가겠다고 기다리란다.
아! 길 잃은 어린양을 구해준 오빠!!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니.
배 고프다. 샌드위치 하나 먹고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다.
가져간 과자들을 꺼내 하나둘씩 먹고 안되겠다.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앉아 쉬어야겠다.
결국 난 가져간 등산쿠션을 깔고 앉아 과자도 먹고 책도 보고.
흑! 처량한 내 신세. 노숙자가 따로 없잖아.
그래도 여기는 울 나라가 아니니깐. 날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
편의점 앞에 앉아서 이게 뭔 망신이야. 오고가는 일본인들이 날 쳐다보지만서도.
난 지금 오고 갈데도 없는 낯선 외국인이니깐.. 이 놈의 캐리어만 아니면 근처 구경이라도 갈텐테.
이미 해진 후라 제대로 볼 수도 없지만서도.
춥다. 1시간을 밖에 있자니 내가 왜 밖에서 처량맞게 이러고 있나 싶다.
편의점 안에서 만화책 보고 있는 일본인들도 많은데.
당당하게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따뜻하다. 진작에 들어올껄..
여기는 아주 맘대로 볼 수 있게 포장도 안 해 놓았네. 30분 넘게 보고 있어도 뭐라 하지도 않구.
나도 아예 작정을 하고 이 잡지 저 잡지 구경을 했다. 뭔 말인지. 알면 더 좋을텐테.
윽! 심심하다. 아! 따끈한 오뎅국물이 너무 먹고 싶다.
도대체 저 놈의 오뎅은 얼마야? 비싸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선은 허기지고 추위에 지친 나에게 저 오뎅이 얼마든지 지불할 의욕이 생겨났다.
역시 오뎅 두개에 2천원꼴. 오뎅에다가 우엉 꽂아 놓은 이 맛은 뭐냐?
역시나 일본 편의점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선반이 없었다.
다 집에가서 먹으라는거야? 당장에 먹을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다니.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으냐??
냐하하!! 알바생이 안 보이도록 뒷편 선반에 숨어서 진열대를 살짝 치운 후
거기다 올려놓고 먹었지.. 국물까지 싹 먹으니 그제서야 몸이 녹네.
오빠는 대체 언제 오는거야? 자꾸 서 있자니 다리 아프다..
드뎌! 편의점 문이 열리고 오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3년만이던가? 흠흠.. 그 사이 살이 더 붙은 것 같은데. 전혀 못 알아볼뻔 했음.
우선 배가 고픈 관계로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오빠는 우에노에서 만나서 자주가는 라면집을 갈려고 했다는데.
거기갔다가 오고가는 차비가 만만치 않은 관계로.
일본에 왔으니 일본음식을 먹어봐야한다며 간 곳은 오꼬노미야끼 파는 곳이였다.
오꼬노미야끼은 오사카식, 몬자야끼는 도쿄식 부침개란다.
우선은 오꼬노미야끼를 철판에 붓고 마요네즈와 소스를 뿌려서 뒤집는다.
윽! 좀 타기는 했지만 양배추가 주고 해물이 들어갔다는데 애네들 어디가 숨어 있는거야?
의자가 아닌 방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빠와 얘기를 나누니 이제서야 혼자인 서러움이 가신다.
전화 통화는 안되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지. 날은 어둡고 모든게 낯설음뿐인데.
오빠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주문을 하고 주인할머니에게 부탁해 나란히 사진도 찍었음.
그동안 뭐하고 살았냐? 너가 움직일 코스 봤다. 닛코는 아버님과 단풍질때 갔는데 정말 좋다라는 등..
오빠는 이것저것 챙겨와 날 감동시켰다. 일본내 한글로 된 벼룩시장, 교차로와 교민잡지..
그리고 일본 전철 노선표... 이게 제일로 고마웠다.
한자와 한글로 표시되어 있는데 도쿄에 있는 모든 노선이 다 망랑된 것 같았다.
이제 전철 타느라 고생 덜 하겠네. 그리고 100도수 전화카드도 준다.
핸드폰까지 쓰라는걸 내가 사양했다. 아무래도 그건 너무 과분하다.
나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오빠는 노란장미님과 전화통화를 계속 시도했다.
전화기에 나오는 일본어는 통신권을 벗어났다는 말이란다.
아무래도 알바하는 곳이 지하인 것 같다구.
오빠는 다다음주 월요일에 영국으로 졸업연수를 떠난단다.
10흘 일정의 비달사순 연수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비행기로만 꼬박 하루를 가야한다구.
홍홍.. 그래도 오빠가 설레여하는 모습을 보니 어디든 낯선곳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
학교에 갔다가 오면 오후 8시까지 가게에서 일하고 매주 월요일에 쉴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다음주 월요일에 요코하마 일정이니깐 오빠가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한다.
요코하마에 가본적은 있는데 차이나타운까지는 가보지 못했다구.
사이다처럼 투명한데 밑부분에는 콜라를 집어 넣은 듯한 술.
이게 뭔지는 모르는데 달짝지근한게 괜찮네. 많이 먹으면 취한다고 하는데.
조잘조잘... 난 일본에 대해 궁금한걸 마구 물어보았다. ◈ 일본애들은 정말 겉으로만 친절하고 남에게 속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거야?
-> 일본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라고 가르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자기자신만 챙긴다고 할까? 우리나라처럼 친해지기만하면 막 퍼주는 스타일은 아니지. ◈ 그럼, 유이치로가 편지를 안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야? 뭐! 그런애가 다 있냐. 도쿄에 간다고 했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더라구. 내가 그렇게 추근덕거렸나?
-> 무슨 사정이 있겠지. 지금이 한창 바쁠때니깐. 그리고 그 사람 소니 다닌다면 여자친구 있을꺼야.
(헉! 아무 사이 아닌데. 아무튼 오빠는 모든 좋은쪽으로만 생각하네. 그래도 난 기분 나쁘다구.) ◈ 일본어를 얼마큼 배워야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
-> 나 같은 경우는 2년간 일본어 학원에 다녔어.
물론 방학때 잠깐씩 들어와서 학원 다닌것도 포함이 돼.
가게 일 도우면서 일본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깐 빨리 늘어다고 해야할까?
똑같은 단어의 반복이라서 도움이 됐을려나? ◈ 우와! 그럼 TV보는 것도 문제 없겠는걸? 다 알아 듣는거야? -> 그럼. 그래도 코메디 프로 같은 경우에는 이해 못하는 것도 있어.
왜 우리나라 속어, 은어, 속담처럼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거나 오래된 말 같은 경우에는 나도 못 알아 들어.
오사카 지역 코메디언들이 많은데 그쪽에서 쓰는 말들이 그렇게 웃기나봐. ◈ 난 얼마나 일본어를 배워야 할까?
-> 넌 적극적인 성격이니깐 6개월이면 될 것 같은데.
원래 언어라는게 못해도 먼저 말 붙이는게 중요하거든.
너가 쓴 큐슈 여행기보니깐 일본어 못해도 잘 다니던걸. 대단해.
난 아버지를 따라서 요코하마에서 배타고 섬으로 낚시 다녀온게 다야. ◈ 그럼, 워킹홀리데이로 1년정도 유학오면 웬만한 일본어는 가능한거야?
-> 얼마큼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거지.
학원 다닐때 아는 누나도 워킹 비자로 와서 1년간 배웠는데 여기서 일본어 1급 따더라구.
면세점에서 일한다는데. 한자리 놔두고 장난 아니게 치열했다고 하던데.
그래도 월급은 좀 쎈것 같더라. ◈ 일본에서 살거나 취업하는건 어때?
-> 일본도 불황이야. 아무런 준비없이 온다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지.
일본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한국사람은 한계가 있어. 과장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해.
기왕이면 자기네 사람을 쓰겠다는 배타주의적 사고가 있지.
이민 온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모를꺼야. 눈에 안 보이는 불리한 조건들이 작용해. ◈ 이발소 운영은 괜찮은거야?
-> 우리 가게는 면도, 이발 포함해서 2천엔 받고 있어.
다른 가게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지.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많은 돈을 벌 수가 없어.
네일케어를 포함해 여성 고객을 끌어들인다면 좀 낫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나라도 열심히 해서 가게를 크게 키워야지.
일본인 직원도 있는데 처음 보조로 들어오면 월 120,000~140,000엔 정도 받아.
만약 여기서 염색, 이발까지 할 수 있다면 2만엔까지 받을 수 있어. ◈ 디자인 전공을 포기하고 가업을 잇는건데 후회는 없는거야?
-> 나라고 왜 고민을 안 했겠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그저그런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서 40대쯤 부장자리까지 올라가서 아마 짤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기술이잖아. 일본은 기술만 있으면 대접받으면서 살 수 있어.
아버님이 계시고 내가 물려받으면 평생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하지만 직업이 이발사라고 하면 누가 시집을 오겠어? 그게 제일 고민이야.
(오빠가 어때서? 난 오빠의 결정이 자랑스러워.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되면 되잖아. 내 남동생도 미용사인걸.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옳지 못해.)
나라도 시집갈까 하다가 떠돌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몰라 순간 고민했음.. ◈ 일본 여자애들 옷 잘 입고 다닌다는데 내가 볼때는 별 차이 못 느끼겠는데?
-> 아니야. 우리 학원 애들만 봐도 얼마나 옷을 잘 입는데.
헤어스타일도 매일 바뀌고 짝짝이 스니커즈에 망토에 컬러풀한 옷까지 언밸런스한 옷들을 잘 소화해서 입고 다니던데.
그리고 일본애들 덧니 많이 없어졌어. 못 생긴 남자애들은 아마 순수 토종 일본인일꺼야. ◈ 일본은 정액제 할인 패스 없어? 전철 요금이 너무 비싸..
-> 학생 패스가 있는데 학원에서 증명서를 띄어주어야돼.
학원이 어디에 위치하고 집은 어디인데 이 구간에 한해서는 몇번이나 타고 내려도 공짜야.
시부야에서 학원 다닐때는 신주쿠, 하라주쿠를 매일 구경하다가 왔지.
직장인도 대기업에 한해서 증명서를 제출하면 정액제 패스를 끊어줄껄. ◈ 일본의 대다수 종교가 신교인데 왜 결혼식은 신사가 아닌 성당, 교회에서 하는거지?
-> 일본 여자들은 미국에 대한 동경심이 엄청나. 같은 동양인인 우리는 우습게 여기지만 외국인 여행자가 지나가면 어떻게 해서든 말 붙여볼려고 애쓸껄.
신사에서 전통예복을 입고 웨딩사진을 찍고 아주 멋진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하지.
이건 그만큼 서양문물을 좋아한다는 뜻이야. 종교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구.
하나의 유행이라고 보면돼. 일본 목사님들은 주말이면 주례 서느라 정신이 없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볼보를 몰고 다닌다니깐. 목사가 하나의 직업이야.
그에 비해 우리나라 목사님들은 자신의 온 몸을 던져 목회활동을 하시지.
세계 여러나라중에 우리나라 목사님들이 가장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웃긴건?
5월 골든위크 기간에는 사람들이 많이 놀러가니깐 주일인데도 신도들이 없다고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는거야.
(정말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놀라움의 연속) ◈ 욘사마 열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 개인적으로 배용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이전까지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거든.
겨울연가의 붐으로 한국인이라고 하면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니깐.
겨울연가가 중년층 아줌마에게 인기가 있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
40~50대쯤 되면 남편이 애인이 있다고해도 그냥 눈 감아주고 살아.
서로가 가정을 해치지 않고 싶어하기 때문에 절대 이혼을 안하지.
그런데 다정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배용준이 나타난거야.
드라마 배우인데 속으로 좋아하는것쯤이야. 남편이 알아도 어쩔건데.
쌓아놓은 돈은 많지. 남편이나 자식은 자기의 손길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지.
그러니 자신만을 위해 웃어주는 것 같은 배용준한테 빠질 수 밖에 없는거지. ◈ 편의점, 지하철에서 성인만화를 버젓히 볼 수 있는거야?
-> 엉. 우리처럼 꽁꽁 싸매고 있기보다는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해 놓았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예전엔 전부 책 읽는 일본인만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들 피곤한지 우리나라처럼 다들 자더라구. 혼자만 자기 미안했는데 잘 됐지 뭐.
우리는 책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지만 일본은 거의가 다 새것로 사.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이케부쿠로 만다라 중고시장에 권당 100~200엔씩 팔아.
얼마나 깨끗한지 완전 새거야. 또 미국 다음으로 일본 음반 시장이 제일 클껄. 불법복제가 없으니깐.
우리나라 같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는다는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야.
매니아가 많아서 그런지 직접 소장하고 싶어하구.
시간은 흘러흘러 10시 반이 되고 드디어 노란장미님과 전화 연결에 성공.
전철 노선을 잘못 타서 다시 돌아와야하니깐 30분 뒤에 히가시역에 나와 있으란다.
다행이다. 오빠도 이제 가봐야하는데.
추위에 떨던 내 몸도 이제 다 녹았구. 맘껏 수다도 떨구. 헉! 여기 일본 맞어?
역으로 나와 캐리어를 앞에 놓고 기념사진 찍어야 한다며 연신 사진찍기 모드로 들어가구.
와! 11시쯤 노란장미님 등장.. 다행히 일이 일찍 끝나서 나왔는데 정신이 없어서 이케부쿠로에서 반대로 타서 늦었단다.
왜 전화 안했냐구? 헉! 난 계속 전화했는데. 알고보니 역시나 알바하는 곳이 지하였단다.
그래서 쉬는시간 계단에 나와서 전화를 기다렸는데 전화벨은 안 오구. 속만 태우셨다구.
오늘 처음 알바하러 나간건데. 내가 딱 그 날짜를 맞춰서 오다니.
오빠는 날 무사히 인수인계 해주고 돌아가고 난 노란장미님과 기숙사로 들어왔다.
조심조심.. 한 5~7평 되는 원룸이지만 있을건 다 있다.
싱크대도 있어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물론 욕실겸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작은 침대하나와 유학생의 필수품 책상, 앗~ TV도 있네.
어찌하다보니 술상이 차려지고 처음에는 맥주한캔에서 시작했는데 방 한칸에 마련된 양주로 이어져 우리의 이야기는 새벽 4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내가 젤 궁금했던건 늦은 나이에 어떻게 동경에 유학 올 결심을 했냐는거였다.
알고보니 노란장미님은 일본어전공을 했다고 한다.
TV에서 일본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와도 집안 사람들이 "당신 고향 나왔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 대한 동경이 컸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일본과 관련된 무역회사를 다녔지만 심도 깊은 회화를 할 수 없음에 공부에 대한 욕심은 한 없이 커져만 갔다고.
동호회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바로는 살고 있는 집까지 정리한 뒤 중학교 다니는 두 딸까지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것이다.
아빠는 한국에서 일하고 엄마는 동경에서 유학, 두 딸들은 미국에서 유학.
이쯤되면 정말 글로벌한 가족이 아닌가?
일년 뒤 다들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그동안 노란장미님의 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이제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어진다.
◈ 아이들 유학 준비는 어떻게 하신거에요?
-> 알아보니깐 미국에서 홈스테이 할 곳만 정해지면 학비는 거의 들지 않더라구.
아이들이 1년간 휴학하는것도 유급없이 다음해 바로 진급할 수 있고.
두 아이 모두 서류 준비하는걸 내가 했잖아. 정말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꺼야.
성장과정을 보여달라고 해서 어릴적 사진까지 뒤져서 오리고 붙이고. 거기다 자기소개까지.
이걸 모두 영문으로 한다고 생각해봐. 남의 도움 받는건 싫어서 인터넷 뒤지고 사전 찾고.
결국은 한번 빠꾸 먹었어. 너무 짧다는거야.
거기다 홈스테이를 할 경우 상황대처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게 있었는데.
우리나라 같이 단답형으로 끝나면 좀 좋아?
주구절절 난 이렇게 대답할거라고 가상의 시나리오까지 쓰는데. 이건 논술시험보다 더 어렵더라구.
가령 이런거야. 홈스테이에 도착했는데 그 집 꼬마아이가 너네 집으로 가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너만 집 있냐? 엄마한테 이를거야." 이렇게 말하니 내가 더 힘들어지지.
그 사람들이 원하는 답변은 아이에게 이 상황을 이해시키고 그 집에 머물수 있도록 친분관계를 형성하는 거잖아.
한명도 아니고 두명의 서류를 각각 준비한다고 생각해봐.
거기다 첫째얘는 금방 홈스테이 할 곳이 정해졌는데 둘째얘는 쉽게 정해지지 않는거야.
학교에서는 이미 간다고 얘기 다해놨는데 친구들이 자꾸 물어보니깐 아이도 신경질에 짜증내고.
이러다 못 가는게 아닌가 싶었다니깐.
남편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냥 다 순조롭게 처리된줄로만 알고 있지. ◈ 그럼, 두 아이 모두 다른 도시에 있는건가요?
-> 응. 다른 도시에 있지만 자주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우리 가족만의 카페를 만들었거든.
거기서 언제 메신저에 접속하라는 글을 보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깐 너무 좋아. ◈ 남편분이 쉽게 보내주던가요? -> 남편한테 이렇게 얘기했어.
지금은 당신이 날 공부시키지만 내가 돌아오면 당신 일 안하고 놀면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했거든. 그러니깐 순순히 보내주던데.
잠시는 힘들겠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한거니깐 조금만 참고 견디자고. ◈ 동경 유학 준비는 어떻게 하신거에요?
-> 아이들 유학 준비를 마치고 나니깐 나도 이참에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
나이가 있어서 유학비자 받는데 많이 걱정했거든.
각종 재산세 증명과 통장잔고, 남편 재직증명서 등 뭘 그렇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던지.
다행히 금방 나오더라구.
지금 다니는 곳은 수림어학원이라고 중앙대 총장으로 계셨던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학교 시설이 꽤 괜찮아. 이 기숙사도 학교에서 알선해준거야.
처음에 내가 홈스테이 했잖아.
신혼부부 집이였는데 아무래도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쓸려니 불편한거야.
석달치 방세까지 선불로 줬는데 한달반만 있다가 나머지 돈은 포기하고 여기로 옮겨온거야.
처음부터 기숙사를 썼으면 좋은데 그때는 방이 없었거든. 그래서 뭐 이사비용에 돈만 깨졌지. ◈ 유학올려면 얼마나 돈이 필요한거에요? -> 6개월 학비랑 3개월 생활비 포함해서 8백만원만 있으면 돼.
3개월 안에 아르바이트 구할 수 있으니깐 나머지 기간은 알바한 돈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거든.
아르바이트 정보는 동경유학생모임이라는 곳에 가보면 잔뜩 올라와 있어.
사고팔고, 물물 교환하는 곳도 있어서 가난한 유학생한테 큰 도움이 돼.
나도 거기서 내가 안 쓰는 노트북 다른 사람한테 빌려줬잖아.
박사과정 밟고 있는 사람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더라구.
마침 난 학교 컴퓨터를 이용하면 되니깐 가지고 온 노트북이 별로 필요 없었는데 잘 됐다 싶었지.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겠다고 하던데 학생들에게 그 고마움을 돌려준다면 그걸로 된거 아니겠어.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와이프가 과자를 한박스 보냈더라구.
그 사람도 후쿠오카에 사는 학생에게 프린터를 보내준적이 있는데 그때의 복을 지금에서야 받는것 같다면서 나한테도 복 받을꺼라고 하더군. ◈ 동경에 아시는 분이라도 있으신가요? -> 우리 시누이가 요코하마 근처에 살잖아.
여기서 요코하마까지 갈려면 교통비 장난 아닌거 알지?
처음엔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서 한 청년한테 잘 안되는 일본어로 물어봤거든.
초행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니깐 그 먼 요코하마까지 데려다 준거야. 교통비 많이 나왔을텐테.
연락처라도 받았으면 꼭 보답했을텐테. 정신이 없어서.
시누이랑 허물없이 지내서 그 집에 가면 한국음식도 실컷 먹고 반찬거리도 싸오고 그래.
TV랑 이불, 선반, 그릇 같은건 다 시누이 집에서 가져온거야. 컵받침도 예쁘길래 달라고 했지.
저기 있는 이불 2천엔에 샀는데 싸지 않아? 일본은 전기장판이 없어서 한국에서 갖고 온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뜨거운 곳에서 지져야지만 다음날 개운하니깐. ◈ 1년간 연수를 마치시면 뭘 하실 생각인가요? -> 음. 우선 세가지 정도를 염두해 두고 있어. 첫번째 일본서 돈이 될만한 사업아이템을 찾아서 한국에서 물건을 판다.
이거 볼래? 이 일본전통인형이 한 가게에서 500엔에 파는거야.
너무 싸서 다음날 몇개 더 사러 갔더니 이 물건값이 2천엔이 넘는거야.
몇주년 기념이라고 반짝 세일한걸 난 친구들 매수해서 장사 좀 해볼려고 했는데 물 건너갔지.
일본온지 3개월됐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한걸 보면 쉽지는 않을것 같애.
둘째 일본 전문 여행사를 차린다. 이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깐 좀 더 심사숙고해야겠지만.
내가 왜 아르바이트 하는줄 알아? 일주일 바짝 일해서 주말에 놀러가기 위해서야.
저번에 친구가 왔을때 하코네 여행 갔었는데 너무 좋았거든.
이렇게 하나둘씩 여행을 하다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지 않겠어.
셋째 일본 음식점을 차린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을 보면 일본 사람들 한국음식 진짜 좋아해.
무조건 갖다주면 오이시~ 하는데 너무 귀엽다니깐.
장기로 일하다보면 음식 만드는거야 쉽게 배울테니깐.
음식점 주인은 돌 지난 아이까지 한국에 있는 친정에 맡기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내가 나이가 있어서 오래는 일하지 못하겠다고 하니깐 자기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구.
원하는대로 시간편의도 봐주겠다고.
노란장미님은 그동안 한국말을 못하고 살았던것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내셨고 난 화장실 가고 싶은것도 참고 견디여야만 했다. 왜냐? 내가 일어서면 이 귀중한 시간이 금방 끝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후 내가 어찌 동경에 오고자 했는지, 뭘 가져가고 싶은지 우리의 대화는 끝날 줄 몰랐다.
카메라 팔아서 여행 왔다니깐. "내가 못 살아. 우리 둘다 호기심 강하고 하고 싶은건 하고 살아야 하는걸 보니 같은 과임에 틀림없어. 잘했어." 호호.. 역시나 노란장미님은 내 편이 돼주실줄 알았다.
"기왕 온 김에 소개팅 할래? 교포2세인데 일본 국적으로 귀화한 사람이거든. 귀화한 사람이라고 하면 나쁘게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달라. 내가 너랑 엮어줄려고 여길 왔나보다." 국제결혼하는줄 알고 혼자 좋아라했다가 돌아오는날까지 아무런 만남도 갖지 못하고 왔다. 흑흑...
새벽 4시. 도저히 난 화장실을 참을 수 없어 자리를 파하고 말았다.
동경에 첫발을 내딛은 첫날 너무 많은 정보들로 내 머리가 터지지 않기를 바라며.
녹음기라도 가져올껄 후회하면서 주인장의 울트라 초특급 전기장판의 효능으로
다음날 난 몇시에 일어날지 심히 두려워하며 잠자리에 몸을 눕혔다.
11월 17일 경비 내역
케이세이전철 1,000엔
공중전화 200엔
가메이도 160엔
히가시아주마 140엔
오뎅 1,89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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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엔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